[산방일기] 에필로그 |2007. 10.11
[ 산방일기 ]   장돈식산방일기(130, 완)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습니다. 오늘은 독자님들과의 이별을 고하고자 합니다. '장돈식의 산방일기'라는 주제로 독자님들과의 만남은 4 년 전인 2003 년 3월이었다고 기억합니다.         청산(靑山)은 태고(太古)부터 백운(白雲)을 지니듯, 사람은 나면서부터 자연 그리움을 안고 사는 것 같습니다. 없고 가난하던 시절과 달리 의식주는 사회 전반에 이르…

[산방일기] 오리, 그들의 사랑 |2007. 09.04
[ 산방일기 ]   장돈식의 산방일기(129)

    내 산방 이웃에 동생네가 산다. 모두 개울가에 살기에 두 집 다 지리(地利)를 살려 물오리를 기른다. 나는 여남은 마리지만 동생네는 더 많이 기른다. 우리 녀석들은 물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개울가 둔덕에 내가 애써 지어준 집에는 한 번도 들어가 자 본적이 없다. 내 집의 암오리는 순백색 '베이징 덕'으로 열 마리 안 팎이다. 수오리는 청둥오리인데 머리와 목의 색깔이…

[산방일기] 서울 메트로 |2007. 08.22
[ 산방일기 ]   장돈식 산방일기(128)

    오랜만에 서울나들이를 했다. 시골에서는 못 듣던 말, '서울메트로'가 서울의 중심을 달리는 지하철에 붙은 이름이라는 것을 알고 내가 시골사람임을 새삼 느꼈다. 돌아와서 백과사전을 들춰보니 "서울지하철 1~4호선을 운영함으로써 시민의 복리증진에 기여하기 위하여 설립된 공기업"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2005년에 '서울특별시지하철공사'에서 '서울메트로'로 사명(社名)을 …

개옻나무 |2007. 07.26
[ 산방일기 ]   장돈식의 산방일기(127)

나무에도 성깔이 있다. 이른 봄, 아직 눈과 얼음이 있는 빈산에 꽃을 피우는 생강나무는 성급한 나무다. 반면 대추나무는 6월도 하순이 돼야 눈을 빠끔히 뜬다. 산방 앞산에는 개옻나무가 몇 그루 있다. 이 나무는 가을 단풍에 매우 성급한 나무중의 하나다. 지금은 때가 대서(大暑)와 초복, 중복이 들어있는 7월이라 녹음이 짙은 계절이다. 아직 여름이 한창인데 산의 허리언저리 숲 속에서 진홍색의 …

[산방일기] 노라 돌아오던날(2) |2007. 07.11
[ 산방일기 ]   장돈식의 산방일기(126)

    돌아온 노라를 보는 순간,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세상에 이런 일이, 노라는 혼자 돌아온 것이 아니었다. 자기를 닮은 아주 작고 예쁜 병아리 열 마리를 데리고 와서 나와 동료 닭들 앞에 위세가 당당하다. 다른 큰 닭들도 암탉이 새끼를 거느리면 과거 그들의 위계질서와는 관계없이 상위를 인정받는다. '노라'는 내가 기르는 토종 암탉 중의 한 마리의 이름이다. 가출을 …

[산방일기] 노라 돌아오던 날 |2007. 06.27
[ 산방일기 ]   장돈식 산방일기(125)

'노라'가 돌아왔다. '노라'는 우리 집 암탉 중 한 마리의 이름이다. 내가 기르는 토종닭들은 보통 저녁 7시면 다 계사에 들어와 홰에 올라 잔다. 아침에 닭 집의 문을 열어주면 내려와서 모이를 먹고 물을 마시고 무리지어 집 주변, 드넓은 풀밭을 온종일 헤집고 다닌다.     집에서 기르는 닭을 외모로는 닭마다의 차이를 구별하기 어렵다. 그러나 더 자세히 관찰하노라면 겉으로…

5월의 산방 |2007. 06.05
[ 산방일기 ]   장돈식장로의 산방일기(124)

    계절의 여왕, 5 월도 하순이다. 월초부터 기다리던 산목련이 꽃 망울을 내밀더니 지금 만개 했다. 이 꽃의 학문적 이름은 '함박꽃나무'다. 하지만 이곳 사람들은 '개목련' 또는 '산목련'이라고 한다. '개목련'의 '개'자가 정원에서 가꾸는 '목련'에서 이를 비하(卑下)해서 부르는 이름 같아, 나는 이 지방 사람들처럼 '산목련'이라고 부른다. 목련은 꽃이 귀한 이른 …

산방에서는 지금 |2007. 05.23
[ 산방일기 ]   장돈식의 산방일기(123)

봄차림에 바쁘다. 다른 계절은 모른다. 봄은 어떤 의지(意志)를 가진 인격체가 좌정(坐定)하고 일을 벌이는 게 분명하다. 정서경님의 노랫말에 <산 넘어 남쪽에는 누가 살기에>라는 대목이 있다. 그 남쪽의 봄님이 평지에 있는 아랫 동네의 춘화(春化)작업을 끝내고 이곳의 봄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계절로는 오늘이 하지(夏至)라고 한다. 서울은 지금 초여름이라지만 해발 6백미터의 이곳까…

[장돈식 산방일기](122) 산방의 철새들(2) |2007. 05.09
[ 산방일기 ]   

금의공자(金衣公子)를 기다리며. 요즈음 여러 종류의 여름철새들이 보인다. 올해는 이 방그러니 계곡으로 오거나 거쳐 가는 겨울 철새들 중에는, 맹금류나 기러기 같은 몸집이 큰 새들이 많았다. 그러나 5월 초까지 찾아온 여름철새들은 참새목(目)에 속하는 작은 새들이 많다. 지빠귀, 쥐발귀, 숲새, 찌르레기 등이다. 이전 해보다 더 많은 종류가 보인다. 왜 그럴까, 올 환절기의 기후를 생각하게 한…

[장돈식의 산방일기](121) 산방의 철새들(1) |2007. 04.25
[ 산방일기 ]   

20년쯤 전이다. 내가 아직 이 방그러니의 신참시절을 생각한다. 집 둘레는 무성한 숲인지라, 봄철 이맘 때, 3~4월경이면 많은 새들이 모여 들었다. 겨울을 이 지경에서 지낸 겨울 철새들은 여름이 덥지 않은 저들의 고향, 서늘한 북녘으로 간다. 가기 전, 여름 철새들과 교차(交叉)하는 모임을 우리 숲에서 가졌다. 더운 지방에서 겨울을 난 여름 철새들도 멀고 먼 하늘을 날아와서 나래를 쉬며 저…

산방의 텃새들(3) |2007. 04.10
[ 산방일기 ]   장돈식의 산방일기(120)

어느 해 봄, 4월초였다. 산방 뒤 언덕에 앉아 이 계절에 산방 둘레에 피는 생강나무 꽃을 보고 있었다. 별안간 "쏴-", 낮으면서도 몸이 흔들릴 정도의 무엇의 움직임을 느꼈다. 얼핏 옆을 보니 갈색의 파도 같기도, 구름 같기도 한 물체가 지면을 스칠 듯, 지나간다. 수 천 인지, 수 만인지 모를 새의 무리다. 뒤처진 몇 마리를 보니 뱁새다. 이곳 산야에서라면 어디에고 있는 텃새다. 몸은 작…

[산방일기]탐라소식(2) |2006. 12.27
[ 산방일기 ]   

글 장 돈 식 그림 김 지 혜 박형! 그동안 안녕하셨수꽈! 제가 들이닥치는 동장군(冬將軍)의 서슬에 서둘러 도망해서 이곳 제주 서귀의 봄 같은 겨울의 품으로 든 지도 어언 한 달이 되었습니다. 오늘은 지금의 제주사람이 아닌 탐라국인(耽羅國人)의 인상(人相)을 눈에 비춰진 대로 전해보겠습니다. 대륙과는 바닷길이라, 동력선이 나타나기 전 까지는 육지 나들이가 자유롭지 못하여 섬에 밀봉(密封)된 …

[산방일기]탐라 소식(1) |2006. 12.12
[ 산방일기 ]   

    글 장돈식 그림 김지혜 박 형, 그동안 잘 있었쑤꽈! 여기는 제주, 서귀포의 변두리입니다. 섭섬과 서귀항(西歸港)이 내려다 보이는 매우 조용한 객사(客舍)입니다. 지난 날 박 형과 코드가 맞아, 지구촌이 좁다고 나돌아 다니던 그런 여행은 아닙니다. 내 산방, 방그러니 계곡이 겨울에는 너무 추워서 도망 나온 피한지(避寒地)입니다. 사람들은 나를 여름에 남들 다가는 피…

[산방일기]산죽(山竹)을 아시나요? |2006. 11.29
[ 산방일기 ]   

    글 장돈식 그림 김지혜 개울건너에 한 무더기 산죽이 있다. 4 년 전쯤으로 기억한다. '나도박달나무'와 피나무의 그늘이 드리우는 곳에 한 무더기의 산죽이 자라고 있는 것을 알았다. 그 때는 여염집 안방만 한 군락(群落)이더니, 지금은 배나 되게 판도를 넓혔다. 이 나무무리가 어떻게 무슨 경로로 여기에 뿌리를 내리게 되었는지는 모른다. 항간(巷間)에서는 조리를 만드는…

[산방일기]'눈달치'의 추억 |2006. 11.01
[ 산방일기 ]   

    글 장돈식 그림 김지혜 가을 날씨가 많이 가문다. 뜰을 스치는 물 많던 개울에 흐름이 줄었다. 어른의 넓적다리만 하던 물줄기가 더 가늘어졌다. 옛글에 수락석출(水落石出)이라는 말이 있다. 가을이 되니 개울바닥의 돌이 드러나고 물의 흐름은 밑으로 내려갔다는 말이다. 하늘에는 새가, 산야에는 길짐승이 달려야 한다. 그리고 물에는 물고기가 헤엄을 쳐야 한다. 그러나 많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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