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돈식 산방일기](122) 산방의 철새들(2)

[장돈식 산방일기](122) 산방의 철새들(2)

[ 산방일기 ]

이수진 기자 sjlee@kidokongbo.com
2007년 05월 09일(수) 00:00
금의공자(金衣公子)를 기다리며. 요즈음 여러 종류의 여름철새들이 보인다. 올해는 이 방그러니 계곡으로 오거나 거쳐 가는 겨울 철새들 중에는, 맹금류나 기러기 같은 몸집이 큰 새들이 많았다. 그러나 5월 초까지 찾아온 여름철새들은 참새목(目)에 속하는 작은 새들이 많다. 지빠귀, 쥐발귀, 숲새, 찌르레기 등이다. 이전 해보다 더 많은 종류가 보인다. 왜 그럴까, 올 환절기의 기후를 생각하게 한다.

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철새들은 번식지와 서식지를 오가는 이동이 퍽 큰 부담이라고 한다. 그중에도 북녘에서 새끼를 까고 기르는 북방철새들은 새 식구들을 데리고 그 곳에서 출발한다. 기온이 온화한 남쪽으로 오는 이들은 먼 거리, 대륙 위를 날다가 지치고 힘들면 적당한 곳을 찾아 내려서 나래를 쉬기에 오가는 도중에 죽는 율이 적다고 한다.

   
그러나 남쪽에서 겨울을 지나고 여름이 서늘해서 번식하기에 좋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온대지방을 찾아오는 여름 철새들은 내왕 도중에 희생되는 수효가 퍽 많다고 한다. 제비를 대표로하는 작은 철새들은 중국 남부나, 더 아래쪽인 동남아에서 겨울을 지내고 3~5 월 사이에 동지나해(東支那海)위를 날아 우리나라로 오는데 출발지에서 단숨에 우리나라까지 날아와야 하는 것은 참으로 위험이 따른다. 도중에 태풍이라도 만나면 문자 그대로 몰사(沒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다행히 올 봄은 새들이 오는 바다위에 큰 바람이 없었다.

그런데 이맘때 어김없이 오던 귀소성(歸巢性)이 매우 강한 새, 꾀꼬리가 안 온다. 바다 위를 오다가 기진맥진해서 빠졌는가, 바다는 무사히 건넜건만 우리 산야를 날다가 사나운 매나, 몹쓸 사냥꾼을 만났는가, 몹시 기다려진다. 꾀꼬리는 겨울을 인도차이나, 타이완, 미얀마 등지에서 지나다가 4~5월에 우리나라 전역으로 퍼져서 번식을 하며 살다가 9월이면 다시 더운 지방으로 가는 새로 알고 있다.

나는 이 새를 좋아한다. 여러 해 정이 들었고, 그 녀석이 나를 알아보고, 눈부신 화려한 금색의 외모와, 변화가 많은 울음소리 등 매력 있는 새다. 나만 좋아하는 게 아닌 것 같다. 예로부터 시제(詩題)에 많이 올랐다.「류 청청 꾀꼬리 쌍쌍」이나 「냇가 버들이 졸리는 듯 늘어진 곳에 꾀꼬리 벗을 부르고」(溪流欲眠 鶯喚友)등 시조나 한시(漢詩)에 운치있게 어울리는 새다. 별명도 많아 황금조(黃金鳥), 금의공자(金衣公子), 황작(黃雀) 등 화려하다.

산방에서 이 새 소리를 듣고 알게 된 것은 새들의 지저귐에도 사투리가 있다는 것이다. 어려서 내가 듣던 북녘의 꾀꼬리와 지금에 내가 듣는 이남의 이 새의 내는 소리가 현저하게 차이가 있다. 듣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들리기도 하리라. 고향에서 긴 밧줄을 매어서 들에다 소를 묶어 풀을 뜯기는 목동들은 "오랴골 소37소" 한다고 했다. 한문에 조예가 있는 사람들 사이에 이런 우화(寓話)가 있다고 아버지가 나에게 들려주었다.

왜가리와 꾀꼬리가 노래시합을 하기로 했다. 심사는 황새가 맡았다. 경연 전 날, 왜가리는 황새가 좋아하는 개구리를 한 마리 잡아다가 황새에게 선물했다. 드디어 경연하는 날 먼저 왜가리가 “꽤~액~”하고 길게 울었다.

황새가 듣고 "과연 대장부다운 목소리"라고 추켜세웠다. 다음 꾀꼬리가 아름다운 소리로 한 곡 불렀다. 황새는 "목소리는 좋으나 아녀자(兒女子)의 소리 같아서 왜가리가 이긴 것으로 한다."고 판정했다.

그 후부터 꾀꼬리는 "아독무와 부득의(我獨無蛙 不得意)"라고 운다고 했다. 즉 "나만 개구리를 안 바쳐서 이기지 못했네."라고 운다고 했다. 그 옛날에도 뇌물의 폐해는 심했기에 우리나라다운 우화를 만들었으리라. 내가 외출에서 돌아오면 나에게만 하는 그 꾀꼬리의 소리가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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