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속 보아스와 룻

일터 속 보아스와 룻

[ 일터속그리스도인 ]

김성우 교수
2024년 06월 29일(토) 20:44
오늘날 많은 그리스도인이 관심을 가지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영성이다. 영성에 관한 관심은 자연스럽게 영성 훈련이라는 프로그램에 눈을 돌리도록 이끌었다. 영성 훈련에서 핵심은 성경과 교리 공부를 바탕으로 하나님과 올바른 관계성 회복, 성령의 역동적 체험과 능력 행함, 성령의 열매와 같은 품성적 태도의 개발 및 공적 영역에서 윤리적 삶을 살아내도록 하는 것이다.

리차드 포스터는 '생수의 흐름'이라는 책에서 5가지 전통에 기반한 영성을 제시한다. 첫째는 기도로 충만한 삶을 살아가도록 강조하는 기도의 전통, 둘째는 고결한 삶을 살아가도록 훈련하는 거룩한 삶의 강조, 셋째는 성령의 능력을 발견하는 은사적 전통, 넷째는 긍휼한 삶을 사는 사회 정의의 전통, 다섯째는 말씀 중심의 삶을 살아가는 복음주의 전통과 성례전적 삶을 강조하는 성육신적 전통이다. 필자는 영성에 대한 다양한 전통을 기반으로 하여 일상의 영성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그동안 영성이라는 단어가 매우 종교적인 영역에만 국한해서 이해하는 경우가 팽배했는데, 그 의미를 폭넓게 확대해서 일상의 영성, 즉 일상생활 속에서 하나님을 체험하는 영성을 말하고자 한다.

그렇다면 일상생활 속에서 하나님의 임재를 체험할 수 있는가? 당연히 그렇다. 로버트 뱅크(Robert J. Banks)는 '일상생활 속의 그리스도인'을 저술하면서 일상생활 속 그리스도의 영성에 관심을 쏟았고, 폴 스티븐(R. Paul Steavens)은 '현대인을 위한 생활 영성'이라는 책을 통해서 일상생활 속에서의 영성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폴 스티븐은 '일상적인 평범한 장소'에서 인생의 진정한 의미를 알 수 있고 성령께서 주시는 기쁨을 맛볼 수 있다고 말한다. 보충하자면 종교적인 체험이나 종교 활동을 넘어서서 일상생활 속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통해서 하나님을 체험하고 거룩한 삶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필자는 현대인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일상, 즉 일터로 시선을 옮겨보고자 한다. 일터는 단지 세속적인 일만 하는 공간일까? 단지 생존만을 위한 공간일까? 중요한 것은 일터가 비록 세속적인 공간처럼 보일지라도 그곳에 하나님의 임재가 있다면 거룩한 공간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출애굽기 3장 5절은 장소가 거룩해지는 이유를 분명히 밝혀주고 있다. "하나님이 이르시되 이리로 가까이 오지 말라 네가 선 곳은 거룩한 땅이니 네 발에서 신을 벗으라". 모세가 선 호렙산 그 땅이 거룩해진 이유는 바로 하나님께서 그곳에 임하셨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 장소가 거룩한 곳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볼 때, 우리의 일터가 거룩해질 수 있는 것은 바로 일터 속에 하나님의 임재가 있을 때 가능해질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일터 속 그리스도인은 일터 속에 하나님의 임재가 있기를 위해서 기도해야 하며 하나님의 임재를 통해서 일터가 하나님의 구속 사역이 이루어지는 거룩한 현장이 되도록 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러한 삶을 살았던 대표적인 성경의 인물이 바로 룻과 보아스다. 흥미로운 점은 그들이 일터 속에서 하나님의 구속 역사를 이루어지는 현장으로 만들어갔다는 점이다. 이들의 모습은 아름다운 일터 속 그리스도인의 모델을 보여준다. 룻기 2장은 룻이 보아스의 밭에서 일하는 장면을 묘사하고 있다. 그때 보아스는 룻을 향하여 "여호와께서 너희와 함께하시기를 원하노라"라고 축복한다. 이에 룻도 보아스를 향해 "당신에게도 복 주시기를 원하나이다"라고 축복한다. 이 사건을 오늘 우리의 일터의 관점에서 재해석해 본다면, 본사 사장이 사원들 혹은 현장 근로자들에게 하나님께서 함께하시기를 축복하고 사원들 혹은 현장 근로자들도 사장에게 하나님의 복이 함께하시기를 축복하는 아름다운 일터의 모습으로 표현할 수 있다. 보아스는 무엇보다도 사회적인 약자를 긍휼히 여기는 마음이 있었다. 그리고 머나먼 타국에까지 와서 헌신적으로 섬기는 모습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을 가졌다. 그래서 보아스는 룻에게 "여호와께서 네가 행한 일에 보답하시기를 원하며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그의 날개 아래에 보호를 받으러 온 네게 온전한 상 주시기를 원하노라"(룻 2:12)라고 축복한다. 이에 룻도 "내 주여 내가 당신께 은혜 입기를 원하나이다"라고 축복한다. 이렇게 신앙을 따라 일터에 임하게 될 때 만남의 복을 누리게 된다. 일터를 축복의 장소로 만들어가게 된다. 그뿐 아니라 룻은 성실하게 일하면서 경쟁력 있는 모습으로 보아스에게 인정을 받는다. 결국 그들은 일상적인 일터에서 하나님의 영적인 사역이 이루어지는 현장으로 만들어갔다.

필자가 운영하는 카페(예설 스페이스)가 바로 만남의 축복이 있고, 구속의 역사를 이루어가는 거룩한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카페는 단지 커피를 마시는 공간이 아니라 4개 교회가 '쉐어 처치'로 예배드리면서 거룩한 만남이 있고 하나님께서 주시는 복을 나누는 축복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리고 상담을 통해서 사람을 세우는 구원의 역사가 이루어지는 현장이 되고 있다. 독자 여러분 모두 내가 속한 일터를 만남의 복이 있고 하나님 구속의 역사가 이루어지는 곳으로 만들어가는 일터 사역자로 살아가시기를 바란다. 이것이 바로 일상의 영성을 이루어가는 삶이라는 점을 잊지 말라.


김성우 교수 / 대전신학대학교 예배설교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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