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그네를 사랑하라

나그네를 사랑하라

[ 사설 ]

한국기독공보
2024년 06월 30일(일) 20:19
경기도 화성시 아리셀 공장 화재 사고로 23명의 소중한 생명이 희생됐고, 이 가운데 18명이 '코리안 드림'을 꿈꾸고 한국에 온 이주노동자들로 확인돼 한국사회에 큰 충격을 던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취업자 중 공식 집계된 이주노동자는 100만 명을 넘어섰다. 지난해 산업재해 사망자 821명 중 80여 명(10.5%)이 외국인 노동자였다. 전체 취업자 중 외국인 노동자 비율은 3.2%에 불과했지만 산업재해 사망자 중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3배가 넘었다. 위험한 산업 현장에서 외국인 노동자 비중은 계속 커지고, 이들은 대형참사가 발생할 때마다 허망하게 목숨을 잃어갈 수밖에 없는 '인권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한번 불이 붙으면 순식간에 1000도 이상 온도가 치솟는 열폭주 현상이 발생하는 리튬전지의 특성상 화재 예방 교육은 필수인데도 화재 당시 소화기로 대응하거나 입구를 찾지 못해 우왕좌왕 하는 모습이 CCTV에 그대로 담겨있었다. 화재 발생 시 대처 방법을 제대로 교육받지 못했다는 의미다.

바야흐로 이주민 250만 명 시대다. 이 중 100만 명이 이주노동자이며 이들 대부분이 더럽고 힘들고 위험한 3D 노동을 맡는다. 저임금 장시간 노동 인력을 메우는 '값싼 도구'로 차별받으면서 생명과 안전을 위협받는다.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은 더 이상 이 문제에 침묵해서는 안된다. 나그네를 환대하는 것이 복음의 정신이기 때문이다. 이주노동자들이 우리 사회의 동등한 구성원으로 정당한 처우와 권리 보장을 위해 목소리를 내야 한다. 총회 사회봉사부 사회문제위원회는 이번 화재 참사와 관련해 희생자를 추모하고 이주노동자들을 위로할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한다. 교계 시민단체도 철저한 수사와 이주노동자 안전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 땅에서 노동을 하다가 다치거나 죽는 '비극'이 일상화되지 않도록 교회는 가장 낮고 약한 곳에서 고통받는 이웃들의 눈물에 응답해야 한다.

"너희 땅에 외국인이 너희와 함께 살 때, 그들을 학대하지 말라. 그들을 너의 동포처럼 여기고 너의 몸을 사랑하듯 그들을 사랑하여라(쉬운성경, 레위기 19:3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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