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카인 이야기 (3)크랙과 끄라꼴랑지아

코카인 이야기 (3)크랙과 끄라꼴랑지아

[ 다음세대우리가지키자(마약중독) ] 18

박종필·신숙희
2024년 06월 12일(수) 14:20
코카인, 이 비싼 마약을 어떻게 하면 더 싸게, 더 많이 공급할 수있을까. '크랙(Crack)'은 1980년대 중반에 그런 이유로 태어났다. 코카인에 베이킹 소다 등 각종 불순물을 넣어 부풀려만든 이 저질 마약은 그 효과가 코카인보다 강력했다. '크랙'이라는 이름은 가루인 '코카인'이 여러 물질과 섞여 돌덩이처럼 굳어진 후 생긴 균열에서 따왔다고 한다. 그래서 브라질에서는 이 마약을 포르투갈어식 발음으로 '끄라끼(Crack)' 또는 돌덩이 같다는 의미의 '뻬드라(Pedra)'라고 부른다. 코카인은 보통 코로 흡입하고 효과는 5분 이내에 나타난다. 크랙은 보통 곰방대에 조각을 올려놓고 불을 피워 그 연기를 흡입하는 형태로 사용하는데, 흡입 후 10초 이내에 효과가 나타나고, 2~3분 정도로 짧게 지속된다. 그 효과가 강력하고 짧은 만큼, 중독성도 코카인보다 훨씬 크다. 이 신종 마약은 생활 환경이 취약한 흑인들, 빈곤층 중심으로 빠른 속도로 퍼져나가 금방 이곳 브라질에 당도했다.

1990년에 상파울루에서 최초로 '크랙'을 소지했던 사람이 체포된 이래, 시내 중심가에 위치 했던 '루즈 버스터미널(Terminal Rodovirio da Luz)' 인근에 '크랙'을 사고 파는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크랙'의 땅, 즉 '마약의 땅'이라는 뜻을 가진 말인 '끄라꼴랑지아(Crack+lndia=Cracolndia)'가 1995년에 유명 저널 '상파울루 주(O Estado de S. Paulo)'에 의해 최초로 사용됐다.

마약중독자들에 의해 불법으로 점유된 도로 위에서는 수천 명의 사람이 길바닥에 주저앉아 담배를 피듯 마약을 피워대고, 마약상들이 여기 저기 사과 궤짝 같은 가판대 위에다 '크랙'을 버젓이 올려 놓고 판매하는 모습, 중추 신경흥분효과로 인해 극도로 격양돼 서로 폭력을 행사하고, 약의 효과가 다한 후 시체처럼 널브러져있는 모습, 매캐한 연기와 각종 오물의 냄새로 뒤덮인, 이 지구 최대의 마약촌은 그런 지옥도의 모습으로 탄생했다. 단순히 마약을 사고 파는 장소에서 벗어나 많은 중독자들이 돌아가지 못하고 그대로 노숙자가 돼, 그냥 그 길 위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지경에 이르게 됐다.

우리 부부가 처음으로 이 마약촌에서 여러 동역자들과 협력 사역을 시작한 것이 2019년 3월이고, '하나님 나라 프로젝트(Projeto o Reino de Deus)'를 시작한 것은 팬데믹 중이던 2020년 10월이니, 단독 사역도 벌써 5년 차에 접어들었다. 사역에 대해서는 다음에 자세히 나눌 기회가 있을 것이다. 사역을 하면서 그곳의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놀랍게도 처음 마약촌이 생겼던 1990년대부터 지금까지 줄곧 이곳 마약촌 생활을 해온 사람들도 있다. 그야말로 개미지옥처럼 사람들을 빨아들이고, 놔주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 마약촌에도 그간 변화가 많았다. 여러 번의 경찰 작전을 통해 위치를 9번이나 옮겼고 사람들도 여기 저기로 흩어져 현재 상파울루시 전역에 약 100개의 작은 마약촌이 생겼는데, 그야말로 성경말씀 대로 '나중 형편이 전보다 더욱 심하게 된(마 12:45)'형국이다.

박종필·신숙희 / 총회 파송 브라질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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