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고백

나의 고백

[ 목양칼럼 ]

길성권 목사
2024년 06월 06일(목) 14:53
30대 초반, 아무 것도 모르고 주님을 향한 열정만 가지고 목회를 시작한지 30년이 지났다. 세상 다른 것에 눈 돌리지 않고 오직 목회만 집중하며 최선을 다했다. 하나님의 은혜로 쉽지 않다는 지방 소도시에 개척해 놀라운 부흥과 축복을 경험했다.

그러나 후회가 되는 것도 있다. 첫째는 급한 성격으로 어떤 불편한 일이 생기면 온유하게 기도하면서 기다리지 못한 것이 후회가 된다.

두 번째는 미리 단정 짓지 말고 용기를 내볼 걸 하는 후회다. 성도들이 다른 교회로 이동할 때 목회를 잘 못하는 것 같은 자괴감이 들었다. 시험에 들어 교회를 떠나는 성도들의 대부분은 떠나기 싫어서 누군가 잡아주길 바라는 상태가 많았는데, 들리는 말만 듣고 떠날 사람으로 단정 짓곤 했다.

한 번은 중직자 한 가정이 사정상 다른 교회로 옮겨야 겠다고 했다. 그런데 성령님이 용기를 주셔서 포기하지 않고 만나 대화를 나눴다. 교회에서 겪었던 상처를 고백했고, 필자가 미처 보살피지 못한 부분을 발견했다. 필자는 사과와 함께 오해를 풀어드렸다. 그 가정은 교회에 남아 열심으로 섬겼다.

또한 뒤돌아보니 마음이 걸리고 아픈 것은 가족들이었다. 늘 머릿속에 설교구상과 여러 가지 해결해야 할 문제들로 머리가 복잡한 나머지 가족들을 섬세하게 돌볼 수 없었다. 이제는 다들 결혼을 하고 각자 자기의 삶을 살아가기에 옆에 있을 때 조금 더 다정하게 대하지 못한 것이 후회가 된다.

얼마전 시집간 딸에게 전화를 걸었다. 평상시보다 길게 전화하며 안부를 구체적으로 물었다. 딸은 평소 같지 않은 상황에 어색해 하면서도 "아빠 고마워"라는 말을 남겼다. 왜 진작 이러지 못했을까라는 생각이 든 순간이다.

또한 아쉬운 기억은 나름 기도하며 말씀을 깊이 연구한다고 자부했지만, 목회를 뒤돌아 보니 말씀과 인간의 정으로 성도들을 대한 것이다. 개척 당시 한 분이 등록하면 정말 귀하게 섬겼다. 내 모든 것을 다 주어도 아깝지 않은 성도들이었다. 사례비도 얼마 없지만 그래도 외부 집회를 가서 조금의 사례를 받아오면 교인들에게 식사와 차를 대접하며 마음을 쏟았다.

그런데 말씀과 성령으로 양육하지 않고 정으로 돌본 성도들은 마치 모래 위에 집을 지은 것같이 한순간에 무너졌다. 인간적으로 정을 주고 극진하게 섬긴 성도들이 불만을 말하며 교회를 떠날 때는 너무 가슴이 아팠다.

성도들을 사랑하는 것이 잘못된 것은 당연히 아니다. 목사가 성도들을 생명 바쳐 돌보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잘해주면서도 그들이 예수님을 바라보게 하고 말씀 중심과 성령의 인도를 받게 해야 하는데 정으로 돌보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말씀과 성령 안에서 교통할 때 더 깊은 관계가 유지된다. 인간적인 정이 아니라 말씀에 의지한 정확한 기준이 서야 한다.

지난 날을 돌아본다는 것이 필자의 부족한 소치를 보게 되어 감사하다. 앞으로 남은 목회는 후회하지 않도록 사랑과 은혜, 그리고 정확한 원칙과 말씀에 기준을 둔 목회가 되길 소망한다.



길성권 목사 / 아산큰빛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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