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누구냐, 왜 사느냐, 무슨 힘으로 버티느냐"

"너는 누구냐, 왜 사느냐, 무슨 힘으로 버티느냐"

[ Y칼럼 ]

신서영 청년
2024년 06월 05일(수) 14:35
우리는 인생에서 고난을 만난다. 일상에서 만나는 크고 작은 고난과 사랑하는 사람의 질병과 죽음 등 크고 무거운 고난까지, 수많은 고난은 예기치 않게 찾아온다. 내 힘으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고난을 만날 때면, "주여 옳소이다 마는 개들도 제 주인의 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를 먹나이다(마15:27)"라며 예수님께 엎드리던 가나안 여인의 마음처럼 가난한 마음으로 하나님의 도우심을 구하게 된다.

그러나 고난의 처음엔 분명 가나안 여인 같았던 마음이 시간이 지날수록 바뀌어 가는 것을 발견하곤 한다. 고난의 끝이 보이지 않을 때, 나의 구원자이신 하나님께 간구하던 마음은 어느새 원망의 마음으로 바뀌어 간다. 혹은 반대로 고난에 대한 해결의 기미가 보일 때에도 어느새 그 갈급함은 희미해지고 내가 문제의 해결사인 것처럼 문제에만 몰두하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그때마다 마치 등가교환을 하듯 나의 고난에 대한 대가로 무엇을 주실지 기대하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

고난이라 여겨지는 수많은 일들이 겹쳐 그저 눈물만 흘리던 시기, 박영선 목사님의 '인생'의 한 대목에서 큰 위로와 깨달음을 얻었다. "하나님은 지금도 당신의 텍스트를 시간과 공간 속에서 갈등과 버거움과 고통과 비명을 통해 우리 안에 담아 나가고 계십니다. 이것이 인생입니다. 어떤 대가를 얻기 위해 별수 없이 고생하는 것이 아닙니다. 고생 자체가 없어서는 안 될 과정입니다."

내가 이 고난을 기꺼이 삶의 일부로 여기고, 하나님의 말씀 안에서 받아들이는 과정을 통해 하나님께서 당신의 뜻과 계획을 보이신다고 한다. 고난이 불청객도, 인내한 만큼 상을 받을 시험도 아닌 '필수과정'이라 가르쳐주신다. 상황의 변화는 전혀 없었지만 왠지 이 문장을 읽는 순간 만큼은 가슴에 얹혀 있던 크고 무거운 돌을 벗어 던지는 기분이었다. 어쩌면 고난을 만난 내 인생은 문제로 막힌 상태가 아니라 가장 자연스러운 형통의 상태라는 사실이 주는 위로가 컸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또 다른 구절에서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외부로부터의 아무런 약속도 도움도 없는 곳에서 환난은 인간에게 질문을 합니다. '너는 누구냐, 너는 왜 사느냐, 무슨 힘으로 버티느냐'라고 묻습니다. 그렇게 우리의 민낯을 마주하고, 하나님이 무엇을, 어떻게, 왜 하시는가를 발견하지 못하면 우리는 현실을 살지 않게 됩니다. 현실을 살지 않고 언제나 상상 속에 숨어 버립니다."

인생을 낭만적인 것으로 착각하며 그렇지 못한 내 삶을 꾸미지 않기를, 막연히 낙관하며 상상 속 삶으로 도망치지 않기를, 고난을 불청객처럼 찾아온 '불행'으로 여기며 나의 고난에 낙담하거나 다른 이의 고난에 무심하지 않기를! 그래서 환난이 우리의 인생을 향해 '너는 누구냐, 너는 왜 사느냐, 무슨 힘으로 버티느냐'라고 질문할 때 확신 있게 답할 수 있길 기도한다.

또한 지금, 고난의 때를 만나 신음하는 수많은 이들이 진심으로 이 '고난'이 '축복'된다는 것으로 경험하여 믿을 수 있게 되길, 그 속에서 사람이 줄 수 없는 크고 강한 평안을 만나길 진심으로 기도한다.

신서영 청년 / 백양로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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