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로서의 기독교문화

언어로서의 기독교문화

[ 기자수첩 ]

김동현 기자 kdhyeon@pckworld.com
2024년 05월 20일(월) 09:30
종교에 무관심한 2030세대들 사이에서 최근 '힙한 종교'로 불리며 급부상하고 있는 종교가 있다. 바로 불교다.

불교의 인기는 최근 개최된 행사들을 보면 체감할 수 있다. 지난달 4일부터 나흘간 서울무역전시컨벤션센터에서 '재밌는 불교'를 주제로 열린 '2024 서울국제불교박람회'는 개막 첫날부터 2만 명이 몰리고, 총 방문객 수가 전년 대비 3배 증가하며 역대 최고 흥행을 기록했다. 특히 관람객 중 2030세대의 비율이 80%에 달해 많은 주목을 받았다. 지난 12일 석가탄신일을 앞두고 개최된 '연등놀이' 행사에도 수많은 젊은 방문객들이 몰려 그 인기를 재확인했다.

이 흥행의 이유로는 2030세대의 눈높이에 맞춰 종교행사가 아닌 친근한 문화로서 다가갔다는 점이 손꼽힌다. 이 행사들에는 차·명상 등의 불교문화체험과 불교 공예·미술, 사찰 음식·의복, 불교 굿즈들을 선보이며 젊은 세대가 부담 없이 불교의 문화와 가치들을 접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2030세대의 취향을 저격하는 공연들도 흥행을 견인했다. 가장 파격적인 것은 개그맨 윤성호의 '부캐(본래 정체성이 아닌 부캐릭터)' 뉴진스님의 찬불가 디제잉 공연이다. 정식으로 출가하지도 않은 이가 법보를 입고 전자음악에 맞춰 목탁을 치며 무대 위를 뛰어다니는 것을 보면 '저거 저래도 되는 건가?'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최근 불교의 인기를 보며 문화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는다. 2030세대들이 불교행사를 찾게 되는 것은 이 행사들이 그저 종교행사가 아니라, 하나의 문화로서 시대의 흐름과 눈높이에 맞춰 친근하게 그들에게 다가가기 때문이다. 문화가 2030세대와의 접점이 되고 있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교회가 울타리 안에 갇혀서 '그들만의 리그'가 되어선 안 된다고 말한다. 젊은 세대, 다음 세대를 잡아야 한다고 말하지만, 쉽지는 않다. 이런 상황 속에 문화가 하나의 열쇠가 될 수 있지 않을까?

2030세대는 진정성에 민감하다. 전도를 위해 그럴듯한 포장으로 유인한다는 느낌을 받는 순간 그들은 마음의 문을 닫는다. 단순한 전도적 차원을 넘어 기독교의 세계관과 복음의 핵심이 담긴 가치를 그들과 공유할 수 있는 언어로서 기독교문화가 필요하다. 또한 진정성을 담은 메시지를 요구하는 젊은 세대에게 다가가기 위해선 보다 과감한 시도도 요청된다. 세상 문화를 따라가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지만, 젊은 세대와 소통하고자 한다면 현 시대의 흐름을 읽을 필요도 있다. '문학의 밤' 시절의 방식으로는 부족하다. 시대가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를 문화 안에 어떻게 담아낼 것인지, 또 그것을 가지고 어떻게 다가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과 새로운 시도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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