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커쇼, '10년의 꾸준함'을 인정받다

청년 커쇼, '10년의 꾸준함'을 인정받다

[ MLB 커쇼가 사는 법 ] <15>

소재웅 전도사
2019년 12월 08일(일) 00:50
지독한 가을을 보낸 커쇼에게 기쁜 소식이 전달됐다. 메이저리그 공식홈페이지에서 그를 '지난 10년, 최고의 선발투수'로 선정한 것이다.
한 시간이 24번 쌓이면 하루가 된다. 하루가 서른 번 쌓이면 비로소 한 달이 된다. 그 한 달이 12번 쌓이면 1년이 된다. 다시 거꾸로 돌아가서, 한 시간이 되려면 1분이 무려 60번 쌓여야 한다. 1분은 1초가 60번 꾸준히 쌓여야 완성되는 시간이다. 결국 하고 싶은 이야기는 '10년이라는 세월의 무게는 상상을 초월한다는 것'이다. 다 지난 뒤, 그 십 년이 금방 지나간 것처럼 이야기할 순 있지만, 그 십 년이 쌓이기까지의 과정은 십 년 이상의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그 십 년의 시간을 잘 보냈다고 누군가에게 박수를 받는다면, 그리고 그 누군가가 내가 뛰는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이라면, 그 인생은 꽤 괜찮았다고 말할 수 있을 거다.

며칠 전, 커쇼는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MLB.COM)로부터 지난 십년 간 메이저리그에서 뛰었던 선발 투수 중 가장 뛰어난 선발 투수로 선정되었다. 1년, 3년, 5년도 아니고 지난 10년간 뛰었던 모든 선발 투수를 대상으로 한 결과였다.

그리고 이러한 결과가 나오기 며칠 전 LA 다저스의 트레이너 토마스 알버트가 한국을 방문했다. 그는 LA 다저스에서 루틴(경기 전 소화하는 일련의 훈련 과정)을 가장 잘 지키는 선수로 '클레이튼 커쇼'를 꼽았다. 그는 커쇼를 두고 "자신의 루틴을 종교의식처럼 행한다"고 이야기했다. 시합을 앞두고 자신이 해야 하는 일상적인 모든 것들에 대해서 아주 세심한 주의를 기울인다는 의미였다. 그는 등판을 앞두고 있는 커쇼를 '건드리지 않는다'고 표현했다.

모든 선발 투수들 중에서 가장 빛나는 10년을 보낸 커쇼. 그리고 접근하기 힘들 정도로 예민한 감각으로 자신의 경기를 준비하는 커쇼. 커쇼의 두 모습 사이에는 긴밀한 연관성 있다. 그는 모든 순간을 최선을 다해 임했고, 그 최선이 10년간 쌓이자 '공식적인 인정'으로 돌아왔다. 이렇게 정리가 된다.

어쩌면 오늘 칼럼을 통해 다루는 이야기는 지난 열네 번의 '커쇼가 사는 법'에 실린 내용을 증언해주는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순간을 밀도 있게 살아낸 커쇼, 탁월함을 향한 열망을 가지고 살아간 커쇼, 자신에게 주어진 자리는 하나님이 보내주신 자리라는 믿음으로 살아간 커쇼 등등. 그 모든 커쇼의 모습들을 증명해주는 건 역시나 전문가들의 구체적인 인정이며, 구체적인 증언일 것이다.

그렇다면, 10년의 세월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는 건 커쇼 자신에게 무슨 의미일까. 프로 데뷔 후 최악의 가을을 보낸 커쇼에게 이러한 인정은 어떠한 의미로든 값진 힐링의 시간 아닐까.

"플레이오프에서의 첫 패배 이후에도 내가 최악의 투구를 한 경기가 적지 않다. 하지만 그 해 포스트 시즌에서 얻은 교훈 덕분에 그 이후에는 패하는 경기가 있을 때에도 마음을 잘 다스릴 수 있었다. 나는 야구를 하면서 겪는 이 모든 시련을 내가 원하는 투수, 그리고 내가 바라는 사람이 되기 위한 과정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성숙해지는 데는 그 끝이 없다."

커쇼의 자서전 중 등장하는 멋진 대목이지만, '아픔 뒤 성숙'이란 단어는 현실에선 벅차게만 느껴지곤 한다. 다행히 하나님은 커쇼의 성숙 중에 멋진 보상을 주셨다. 다시 일어나 내년 한 해 박차를 가할 수 있는 힘이 될 그 보상을 말이다.

하나님은 늘 그렇게 일하신다. 커쇼 뿐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소재웅 전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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