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안수 헌의에서 허락까지, 61년의 '조용한 투쟁사'

여성안수 헌의에서 허락까지, 61년의 '조용한 투쟁사'

[ 여전도회 ] 여성안수 허락 30주년, 헌의에서 허락까지

최샘찬 기자 chan@pckworld.com
2024년 06월 28일(금) 19:10
올해는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가 여성안수를 허락한 30주년 해다. 여성안수는 1994년 대한예수교장로회 제79회 총회에서 허락됐다. 1933년 함남노회의 첫 헌의 후 61년 만에 허락됐으며, 61년간 여전도회의 포기하지 않는 노력과 시도가 있었다.

여성안수의 헌의 역사를 두고 여전도회전국연합회 고 이연옥 명예회장은 '조용한 투쟁사'라고 표현했다. 그는 저서 '여성안수, 헌의에서 법제화까지'에서 "우리 장로교 여성들은 한번 기각된 것으로 끝내지 않았다"며 "60여 년간 여전도회전국연합회를 중심으로 줄기차게 끈질기게 장로교 정서에 맞게 싸운 조용한 투쟁사"라고 말했다.

여전도회전국연합회는 1928년 창립총회를 개최했다. 초대회장 리루이시 선교사의 지도에 영향을 받은 함남연합회는 1933년 여장로 제도를 노회를 통해 청원했다. 평양 널다리골교회 여전도회가 조직된 지 35년 만에 청원한 것이다. 그러나 총회는 정치 제5장 제3조를 개정할 필요가 없으므로 허락할 수 없다고 간단히 일축했다.

1946년 해방 후 첫 총회에 여전도회전국연합회의 지도인물인 김필례 유각경 신의경 김말봉 등이 '여장로' 제도를 청원했다. 그러나 총회에서 이 문제는 38선이 없어지고 통일이 이뤄질 때까지 보류하기로 했다. 그후 여전도회에서 김성무 씨가 주동이 되어 여장로 제도를 추진해왔으나, 번번이 논의되지 않고 기각됐다. 1961년 제46회 총회는 여전도회 최이권 회장의 여장로 청원 건을 토의했으나 기각했다. 1962년 신의경 회장의 청원은 특별위원 5인을 선정해 1년간 연구 후 기각됐다. 이후 신의경 회장이 총회에 계속 건의했으나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

1969년 여전도회 주선애 회장은 여장로 청원 전략에 변화를 가져왔다. 1970년부터 여전도회전국연합회장 명의가 아니라 각 연합회를 거쳐 소속 노회가 청원하게 했다. 1970년 제55회 총회에서 서울노회의 여장로를 청원에 1년간 연구했으나, 1971년 38년 만에 진행된 투표에서 94:104로 부결됐다. 1972년 제57회 총회에선 여전도회전국연합회가 계속 여장로 제도 신설을 청원했으나 다뤄지지 않았다. 1973년엔 8개 노회가 헌의했으나 95:162표로 부결됐다.

1973년 여전도회전국연합회 김금련 회장과 실행위원은 새로운 방안으로 세미나를 열었다. '한국 장로교와 여장로' 제하의 세미나에 방지일 김종대 림인식 목사 등을 초빙했고, 이 토의 내용을 1974년 제59회 총회 총대 전원에게 배부했다. 김금련 회장은 "교회여성들은 남성 못지않게 가르쳤고 분주히 활동했다"며 "현재 한국교회 과반수 이상이 여신도들인데 어찌 남장로들이 여신도들의 영적 생활을 총찰할 수 있으며, 여자들의 사정을 깊이 살펴 인도한다는 것은 너무나 실정에 맞지 않는 일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1974년 59회 총회에서 7개 노회가 청원했다. 정치부가 처음으로 '허락함이 가한 줄 아오며'라고 했으나 120:183으로 부결됐다. 1975년 제60회 총회에선 여전도회전국연합회 이연옥 회장과 실행위원, 32연합회 회장단이 총회 장소 앞에서 기도회를 가졌다. '교회의 민주화'라 쓴 명찰을 준비해 5일간 가정과 교회와 봉사를 중지하고 첫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지켜보았다. 제60회 총대들에게 무언의 시위를 한 셈이다. 그러나 60회 총회에서도 여장로 제도 청원 건은 126:180으로 부결됐다.

1976년 제61회 총회를 준비하며 여전도회는 각 연합회가 총회 총대와 대화해 여장로 제도의 필요성을 설득하기로 했다. 여전도회는 이같은 내용의 공문을 산하 각 지회장에게 1500통을 발송했다. 그러나 제61회 총회에서도 133:173으로 부결됐다. 여전도회는 총대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총회 부녀지도위원회와 61회 총대 432명에게 설문지를 보내 132명에게 응답 받았다. 당시 설문에서 총대들은 여장로 청원이 매년 부결되는 이유에 '전통적 남성우위의 사회관념 때문'(41%), '성서의 가르침이 아니기 때문'(26%) '신학적 근거가 빈약하기 때문'(14%)이라고 답했다. 여장로 제도에 반대하는 이유로는 '성서에서 여장로를 인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24%), '여장로가 세워질 때 교회 내 여자들 사이에 생길 문제 우려'(19%) 등의 답변이 있었다. 1977년 제62회 총회에서도 여장로 제도는 143:167, 14표차로 부결됐다.

14표차로 희망을 보았을까. 1978년 여전도회는 희년대회를 가지며 여성안수 문제를 강력하게 추진했다. 1978년 63회 총회에선 197:203, 11표차로 부결됐다. 당시 방청석에 있던 여전도회원들은 묵묵히 퇴장하기도 하고, 끝까지 담담한 표정으로 지켜보기도 했다. 여전도회는 사회부 내 여성문제위를 설치해 여성 안수 문제, 여목사와 여장로, 여성 능력개발, 여성 사회참여, 교회여성 민주화 등을 중점 연구했다.

1979년 여전도회는 좌담회를 통해 여론화를 시도했지만 제64회 총회에서 154:227로 부결됐다. 1980년도엔 여전도회전국연합회사업으로 여전도회 지침서를 발행하며 여성 문제에 대해 깊이 있게 다뤘다. 1980년 7월 헌법개정위원회와 '헌법 개정과 여성 안수 문제' 주제로 좌담회도 가졌다. 여전도회는 교육에도 힘썼다. 1981년 여전도회는 장신대 이종성 학장의 허락으로 목사 후보생들에게 '여전도회학' 강의(선택과목)을 한 학기 동안 수강하도록 추진했다. 교단 교육부에 한국교회 주일공과 내용에 여성 문제를 반영토록 건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1981년 제66회 총회에서 113:244로 부결됐다.

1982년 여전도회는 미국 장로교 여성 지도자를 초청해 세미나를 갖고 여성 의식화에 도움을 받았다. 총회 부녀지도위원회와 연석 좌담회도 갖고 협력을 촉구했다. 또 1983년 계속교육원을 개설하면서 여성 문제에 깊이있는 교육을 실시했다. 1984년 한국교회 100주년을 맞으며, 여성안수가 허락될 것이라는 분위기가 있었으나, 제69회 총회에서 268:462로 부결됐다.

1988년 여전도회는 창립 60주년 회갑을 맞아 4년 만에 다시 헌의했으나, 제73회 총회에서 323:450로 부결됐다. 여전도회는 전국연합회 산하 53연합회와 함께 각 연합회가 여성 안수화에 대한 실질적 문제, 총대들 개인별로 연합회가 협력을 구하는 일에 더 힘쓰기로 했다. 그 결과 1989년 제74회 총회에서 처음으로 찬표가 더 많이 나왔다. 3개 노회가 청원했으나 총 투표수 762표 중 찬성 377표, 반대 375표, 기권 19표로 과반이 되지 못해 부결됐다. 1990년 여전도회는 다시 전략을 세웠다. 김희원 회장이 연합회를 통해 노회 대표들과 간담회를 가지며 협력을 요청했다. 90년 9월을 여성안수 허락을 위한 기도회 달로도 정했으나, 결국 제75회 총회에서 381:558로 부결됐다. 여전도회는 목회자와의 간담회와 협의회를 개최하기 시작했다. 1991년 제76회 총회에서 16개 노회가 청원했으나 551:620로 부결되면서 3년 간 여성안수 문제를 상정하지 못하도록 가결했다.

여성안수 헌의안이 중단됐으나 여전도회는 제79회 교단 총회에서 여성안수 가결을 위한 기도운동을 전개했다. 1994년 당시 여전도회전국연합회 김옥인 회장은 '꼭 가결됩니다'라는 확신을 갖고 51개 노회를 방문했다. 노회 대표자들과 협의회 및 간담회를 갖고 협력과 동의를 받았다. 덕분에 제79회 총회에 24개 노회가 헌의했으며, 총 1321명 중 찬성 701표, 반대 612표로 여성 안수가 최초 헌의한 1933년 이래 61년만에 허락됐다. 역사적 사건 배후엔 선배들의 많은 희생과 수고가 있었고, 여전도회전국연합회와 노회 여전도회연합회가 합심해 험난한 과정을 극복, 기도로 승리했다. 신학대학생들은 총회 장소 앞마당에 텐트를 치고 여성안수 가결을 바라며 금식기도로 무언의 시위도 했다.

여전도회전국연합회 제37대 김옥인 회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전국 51개 노회 정기노회에 참여하거나 임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식사 대접을 했으며, 시간이 안 되면 차 한 잔이라도 하면서 부탁했다"며 "전국을 누비며 설득하고 부탁하며 열심히 발품을 팔았다. 그리고 61년 만에 통과한 역사적인 사건이었다"고 회상했다.


최샘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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