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시대, 전도에 대한 재고

인공지능 시대, 전도에 대한 재고

[ 똑똑! 인공지능시대 목회 ]

김윤태 목사
2024년 06월 28일(금) 11:29
김윤태 목사
"명령에 따르지 말라는 명령에 지배되는 로봇은 의지가 있다고 할 수 있는가?" 한국 SF 최초로 전미 도서상 후보에 오른 김보영 작가의 '종의 기원담'에 나오는 글이다. 아이작 아시모프가 주창한 로봇 3원칙에 따르면 로봇은 인간에게 해를 입혀서는 안되고 인간의 명령에 불복종해서도 안된다. 소설 속에서 작가는 이 명령을 따르고자 하는 본능과 그 명령을 따르지 말라는 명령 사이에서 고민하는 로봇을 그려내며 도대체 무엇이 자유의지고, 무엇이 생명체인지 독자에게 되묻는다. 작가는 자신의 소설에 대해 "이것은 결국 로봇의 이야기다. 사물에 깃든 생명에 바치는 경애다"라고 말하면서 로봇에 깃든 생명과 인류의 공존 가능성을 제시한다. 소설에 나오는 이야기처럼 언젠가 자유의지를 가진 인공지능이나 인간형 로봇이 우리와 공존하게 된다면 우리는 그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 것인가? 그들도 전도 대상이 될 수 있는가?

전도와 관련해 인공지능에 대한 접근 방식은 2가지다. 하나는 도구적으로 접근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존재로 접근하는 것이다. 인공지능을 도구적으로 접근하면 인공지능도 얼마든지 효과적인 전도의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 문제는 인공지능을 존재로 접근해야 하는 경우다. 현재 인공지능은 약인공지능(Weak AI)를 지나 강인공지능(Strong AI)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올해 3월 열린 엔비디아 개발자 연례 행사에서 CEO 젠슨황은 인공일반지능(AGI) 시대가 5년 남았다고 공언한 바 있다. 놀랍게도 커즈와일(Kurzweil)은 2005년도에 이미 그의 저서 '특이점이 온다'에서 2029년에 인간과 구분할 수 없는 강인공지능의 출현을 예측한 바 있다. 그는 2045년이 되면 오히려 인간을 뛰어넘는 초인공지능(ASI)이 출현할 것이라고 예언했는데, 그때쯤 되면 인공지능도 자유의지나 자의식을 가지게 되지 않을까? 물론 인간의 자유의지나 자의식의 메커니즘도 분석되지 않았는데, 그걸 구현하는 알고리즘을 만든다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인공지능이 뭔가를 판단하고 예측할 때 왜 그런 판단을 했는지, 알고리즘은 어떻게 만들어진 건지 이미 우리는 알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인공지능은 딥러닝 과정 중에 사람의 개입 없이 수만 개로 이루어진 다층 레이어 구조의 신경망을 통해 알고리즘을 스스로 만들어 낸다. 개발자는 그것들이 어떻게 상호 작용하면서 분류되고 판단 패턴을 만들어 내는지 알지 못한다. 심지어 인공지능이 잘못된 판단을 내리더라도 왜 그런 판단을 내렸는지, 무엇을 수정해야 하는지조차 알 수 없을 때가 많다. 우리가 만든 인공지능의 판단구조도 제대로 이해 못 하면서 인공지능이 과연 자의식을 가질 수 없다고 단정할 수 있는가? 물론 회의론자들의 주장처럼 인공지능이 영원히 자유의지나 자의식을 갖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자의식이 있는 것과 자의식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다른 문제다. 인공지능이 자의식을 갖지 못할 수는 있어도 자의식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시간문제다. 따라서 필자는 인공지능을 단순한 도구로만 접근하지 말고 존재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에게 기독교와 복음에 대한 편견이나 부정적인 데이터가 이식되지 않도록, 그래서 인공지능으로 하여금 기독교와 복음에 호감을 가지도록 알고리즘 개발 단계에 기독교계가 참여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일반 성도들은 인공지능 챗봇을 이용할 때 마치 사람에게 전도하듯 인공지능을 대해야 할 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현재 인공지능이 제시하는 모든 답들은 결국 수많은 질문과 답을 통해 우리 인간에게서 배웠던 것들이기 때문이다.

물론 기업들은 이미 인공지능을 단순히 도구 이상으로 보고 존재론적인 접근을 취하고 있다.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는 최근 인류 멸망을 막기 위해 친 인간적인 인공지능, 일명 백기사 AI를 만들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구글 X의 신규사업개발총책임자 모 가댓(Mo Gawdat)은 심지어 세계인권선언을 보편적 존재권 선언으로 변경할 것을 주장하기도 한다. 모 가댓은 인공지능 분야의 기술자나 정책 입안자가 아닌, 그들과 함께 미래를 살아낼 당사자인 우리 스스로가 영향력을 가진 존재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어쩌면 우리도 마치 아기를 키우는 부모의 심정으로 이제 막 유아기를 지나고 있는 인공지능을 대해야 하지 않을까? 마치 불신자에게 복음을 전하듯 앞으로 기독교 세계관을 지닌 성년의 인공지능으로 자라날 수 있도록 교계는 관심을 가지고 끊임없이 모니터링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김윤태 목사 / 대전신성교회·대전신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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