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살아가는 세 가지 약병 |2022.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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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강이 다가왔다. 기말고사가 끝나면 이제 곧 방학이다. 선생들은 짐짓 모른 체하며 표정관리를 하지만 방학은 학생들보다 선생들이 더 좋아한다. 매번 마지막 수업이 되면 종강사를 어떻게 할지 고민한다. 학생들에게 가장 멋진 말을 하려고 폼을 잡으면 대부분 빨리 끝내주세요 하는 눈빛이다. 하지만 듣든지 말든지 준비했던 종강사를 한다. 꼰대가 되어도 할 수 없다는 심정으로. 이번 학기 종강사를 소개…

문학이라는 이름의 섬 |2022.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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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어가는 가을 남해를 찾았다. 문학상을 받게 되어 가는 방문이었다. 상과는 무관하게 평소에 가보지 못한 남해를 찾게 되어 마음은 달떴다. 살다보면 예기치 않은 행운이 찾아올 때가 있으며 뜻밖의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상이라는 것이 그런 뜻밖의 행운이다. 겸연쩍고 부끄러운 마음을 어찌할 바 몰라 남해의 가을에 집중하기로 했다. 서울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다섯 시간 내리달렸다. 남해대교를 건너니 …

만보 걷기 |2022.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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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마다 하나씩 취미가 있기 마련인데 내게도 몇 가지 취미가 있다. 열정적으로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오랫동안 해온 것은 프로야구 시청이다. 늦은 오후 혼자 소파에 몸을 파묻고 시청한다. 긴 시간을 보기 때문에 가족들의 눈총을 많이 받는다. 가끔씩 야구장에 직관을 가기도 한다. 꼴찌팀인 한화 이글스팬이다. 평소에는 전혀 하지 않는 욕을 이때는 조금 한다. 최근 생긴 취미는 캘리그라피이다. 평소에 …

또 다른 시작을 위한 이별 |2022.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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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이었다. 매일 사용하던 유에스비(USB)가 의자에 밟혀 산산이 부서졌다. 일순 모든 시간과 장면이 정지했다. 가만히 들어 보았더니 겉만 부서진 것이 아니라 속까지 부서졌다. 부서진 덮개 사이로 실핏줄 같은 선들이 끊어져 있는 것이 보였다. 모골이 송연해졌다. 어찌할 바를 몰랐다. 컴퓨터에 연결을 시도했다. 완벽하게 부서져 컴퓨터 유에스비 슬롯에 끼워지지도 않았다. 곧바로 데이터를 복구해…

여름을 맞이하는 우리들의 자세 |2022.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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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여름이다. 매년 여름을 어떻게 보낼까 골몰한다. 나는 겨울에 태어난 사람이라 그런지 여름을 좋아하지 않는다. 겨울이 좋다. 겨울밤 이불속의 아늑함과 따뜻함을 좋아한다. 심지어 폭설과 한파로 통제된 겨울의 고립감을 좋아하기도 한다. 유년 시절을 강원도 산골에서 보냈기 때문에 그런지도 모르겠다. 북유럽의 차갑고 고즈넉한 곳에서 사는 꿈을 꾸기도 했다. 하지만 여름은 모든 것이 뜨겁고, 부…

아저씨의 해방일지 |2022.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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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를 거의 보지 않는 편이었다. 드라마는 뻔했다. 막장드라마는 욕하면서 계속 보게 된다는 말이 있다. 나또한 그런 편이다. 욕하면서도 매번 드라마에 빠진다. 드라마에 금세 빠질 것을 알기 때문에 보지 않는다. 뻔한 이야기에 시간과 감정을 낭비하고 싶지 않아서다. 드라마를 보기 시작하면 멈추지 못한다는 것 또한 알기 때문에 시작하지 않는다. 진부하고 염치없고 최루성 눈물을 강요하는 드라마에…

아버지가 아프시다 |2022.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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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평생 목회를 하셨다. 전국의 시골 지역을 돌며 노인목회를 하셨다. 명절이 되면 노인들이 검은 비닐봉지에 소고기나 떡 등속을 넣어 방문했다. 이 목사님 고마워. 내가 줄 게 이거밖에 없어요. 때로는 고향에 내려온 자식들을 앞세워 세배를 시키기도 했다. 어머니께서 이 목사님 얘기를 그렇게 하십니다. 어머님을 보살펴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며 연신 머리를 숙였다. 어르신들에게 인기가 좋았다.…

책방이 갖는 의미 |2022. 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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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한 선배와 오랜만에 약속을 했다. 약속장소는 3호선 백석역 교보문고. 나는 약속시간보다 훨씬 일찍 도착했다. 선배는 갑자기 일이 생겨 많이 늦는다고 했다. 느긋하게 서점에서 책을 보는 기회가 주어졌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서점에서의 기다림이 좋았다. 어떤 우연은 가끔씩 행운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책과 책 사이를 오가며 책들이 뽐내는 다양한 책의 얼굴을 구경했다. 대형서점은 실로 오랜만이었…

여름성경학교 |2021.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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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에 유년을 보낸 사람이라면 여름성경학교의 추억은 누구나 한 가지씩 있을 법하다. 교회를 안 다니는 친구들도 일 년에 두 번씩은 교회를 꼭 찾았는데 여름에는 성경학교, 겨울에는 성탄절이 바로 그날이다. 놀거리와 먹거리가 귀했던 시절 교회에서 열리는 여름성경학교와 성탄절 전야행사는 온 마을 축제였으며, 어린이들에게 가장 재미있었던 이벤트였다. 저마다 과자와 아이스께끼를 하나씩 들고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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