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방일기] 산방의 중추월 |2006. 10.17
[ 산방일기 ]   

    장돈식 햇볕과 달빛을 대비해 본다. 시대에 따라, 느끼는 사람의 나이에 따라 다를 것이다. 다양하게 발달한 인공조명에 휩싸여 사는 현대인들에게는 월광(月光)이나 별빛의 존재는 그리 절실하지 않을 수도 있다. 나이 든 사람과 젊은이의 태양과 달빛은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나는 젊어서 농사를 지었다. 8월 하순, 말복이 가까운 계절의 햇볕은 뜨겁다. 농부들은 마지막 세…

[산방일기]빈 대궁 |2006. 09.27
[ 산방일기 ]   

글 장돈식 그림 김지혜     텃밭에 옥수수를 몇 이랑 심었다. 잘 자라서 올해도 실컷 먹고, 친구들을 불러 풍성한 옥수수 파티도 했다. 그중에는 오는 해에 심을 생각으로 잘 생긴 이삭을 달고 있는 몇 그루를 더 영글도록 세워 둔 것도 있고, 이삭만 풋 강냉이로 따 먹고 대궁은 밭에 그냥 서 있는 것도 있다. 모두 여름의 푸르름이 있을 리 없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종자이삭…

[산방일기]토마토 걷이 |2006. 09.13
[ 산방일기 ]   

    낮에 텃밭에서 토마토 걷이를 했다. 토마도 줄기가 열매의 무게를 견디라고 세워 줬던 지주(支柱)를 뽑아내고, 줄기들을 퇴비장에 쌓았다. 명년의 쓸 거름의 원료가 될 것이다. 아직 좀 덜 익은 과일은 장아찌용으로 거두며 올해의 토마토농사를 마감했다. 금년에는 결실이 좋은 편이어서 집에서 먹고 남아 친지들에게 나눌 수도 있었다. 이 과일은 짧은 기간에 알차게 생산을 올…

'백조'는 아니어도 |2006. 08.23
[ 산방일기 ]   장돈식의 산방일기

지난해 3월이었다. 마당 앞, 개울에 백조를 몇 마리 띄우고 싶어서 병아리 장사를 불렀다. 백조는 없고 흰 오리를 가져 왔기에 암오리 아홉, 수오리 하나, 열 마리를 분양받았다. 자라는 과정을 보노라니 '베이징 덕'(Beijing duck)의 특성이 있었다. 젊던 날, 중국을 여행하면서 느낀 '중국인들은 오리 먹기를 좋아하고, 그 기르는 법도 대륙적'이라는 기억이 새롭다. 지금은 장강(長江)…

산방의 닭 가족 |2006. 08.09
[ 산방일기 ]   장돈식의 산방일기

글 장돈식 그림 김지혜 잔디밭을 누비고 다니는 한 닭 가족을 바라본다. 수탉이 한 마리. 암탉이 대여섯 마리다. 그리고 계순이는 제가 낳은 알을 품어서 깐 아홉 마리의 병아리를 데리고 다닌다. 계순이는 토종 암탉 중 한 마리의 이름이다.     산방일기 삽화 나는 젊어서 가업으로 양계를 하면서 닭의 사회에 죄를 많이 졌다는 생각이다. 지금과 달리 수 천, 수 만 마리를 사육…

잔꽃(細花)들 |2006. 06.01
[ 산방일기 ]   장돈식의 산방일기

글 장돈식 그림 김지혜 봄은 꽃으로 연다고 한다. 올해의 봄도 수많은 꽃을 피워서 초여름에게 전하고 이제 떠났다. 그중에는 화려한 꽃들이 많다. 꽃의 여왕이라는 장미도 있고 '화중왕(花中王)'이라는 모란도,백합도 있다.     꽃 어느 부호의 정원을 본 적이 있다. 높은 담으로 둘러싸여 있어 외부사람은 들여다 볼 엄두도 못낸다. 이름난 조경가(造景家)의 설계라는데 기암괴석(…

신록소식 |2006. 05.18
[ 산방일기 ]   장돈식의 산방일기

박(朴) 문우(文友)가 신록소식을 물어왔다. "신록소식이 궁금하시군요. 나의 산방은 해발 7백 고지라서 평지보다는 한달 가까이나 신록이 늦습니다. 지금에서야 진달래가 지고 철쭉꽃이 흐드러졌습니다. 바다에는 파도가 있듯이 산야에는 녹색의 결이 있습니다. 가을의 단풍이 설악산에서 아랫녘으로 내려가는 속도가 하루 25km 쯤 된다지요?. 신록은 좀더 성급한지 아침과 저녁이 알아보게 다릅니다. &n…

악수와 관심 |2006. 05.03
[ 산방일기 ]   장돈식의 산방일기 <101>

여기는 강원도, 내 산방으로 돌아왔다. 이곳의 한파(寒波)는 나같은 고혈압환자가 견디기 어렵다. 의사의 권유로 매해 12월 1일이면 우리나라에서 겨울이 제일 온화한 제주도로 간다. 치악산 중턱에 있는 집을 떠나 이듬해 3월 말, 치악산에도 봄기운이 감돌 때면 인간 철새인 나의 겨울나들이가 끝난다.     물론 그곳에서도 교회에 나갔다. 자기 교회 소속 교파에 너무 집착해서 …

산방의 꽃, 생강나무 |2006. 04.05
[ 산방일기 ]   장돈식의 산방일기

글 장돈식 그림 김지혜 조간(朝刊)신문 1면의 사진이 화려하다. 지리산 자락이 노란 꽃의 바다를 이루고 있다. 지난 어느 해, 4월초 섬진강변의 매화를 보며 차를 달렸을 때에도 그랬다. 저건 생강나무 꽃이다. 이상도 하지? 추운 강원도에서도 3월에 피었다가 졌다. 물으니 생강나무 꽃이 아니고 산수유(山茱萸)라고 했다.     키도 비슷해서 줄기가 3미터 정도의 관목으로, 이…

산방과 새 이야기(2) |2006. 03.22
[ 산방일기 ]   장돈식장로의 산방일기

앞산, 솔숲에는 산까치가 살고 있다. 표준말로는 '어치'라고 하나 나는 이 지방 사람들이 부르는 '산까치'라고 한다. 경계심이 대단해서 늘 먹이를 주고 친해지려해도 좀처럼 곁을 주지 않는다.     사전에는 '까마귓과에 새, 몸의 길이는 34센티 정도이며 포도색이고 이마와 머리 위는 붉은 갈색이다'라고 나와있다. 이 새에 관심이 있어 어려서부터 관찰을 했는데 고향 황해도의 …

산방의개울 |2006. 02.28
[ 산방일기 ]   

산방에는 개울이 있다. 실개천 보다는 흐름이 많고, 원주천이니 하는 내(川)보다는 작다. 이곳에 터 잡을 때 나는 이 개울에 마음이 끌려 여기에다 산방을 지었다. 일년 사계절, 모습을 달리하며 자연을 연출한다.     지금은 겨울이라 수락석출(水落石出)의 계절이다. 수위는 내려갔고, 두꺼운 얼음이 덮여 있다. 그 위에는 눈도 쌓였다. 그러나 겨울에도 개울은 잠들지 않는다. …

피한(避寒)의 변(辯) |2006. 02.15
[ 산방일기 ]   장돈식의 산방일기

내가 사는 곳은 강원도다. 그곳의 기후는 입춘이 지났건만 오늘도 영하 19도를 오르내린다고 보도(報道)들은 전한다. 길이 빙판을 이루어 아침 출근길이 아우성이라고 한다. 나는 지금 우리나라에서 가장 남쪽 마을 제주 서귀포에 있다. 여기는 길을 가다보면 길가 곳곳에 동백(冬柏)과 매화가 피어있다.     우리 사회에서 피서(避暑)라는 말은 익숙하다. 지난 여름 내외 피서지를 …

산방의 새해 |2006. 01.24
[ 산방일기 ]   

    장돈식 병술년, 새해를 맞는 마음이 산뜻하다. 앞으로 살아갈 남은 날들 중에서 가장 젊은 연령으로 맞는 신년이다. 예년처럼 제주도에서 겨울을 지내다가 세모(歲暮)에 잠시 산방으로 왔다. 내가 챙겨야 할 산방둘레의 식구들을 돌보아야 한다. 야생의 온갖 큰 동물과 작은 짐승들의 겨울나기 상황과 텃새들과 나그네새, 낙엽이 된 후에 손을 봐야하는 나무들과 푸새들이 있다. …

<산방일기>그해의 성탄절 |2005. 12.20
[ 산방일기 ]   

    장돈식 10월, 가을 타작이 끝났을 무렵이다. 파종은 대한민국 시절이었고, 수확은 인민정치 아래서 했다. 6.25전란이 일어난 그 해, 경기도 연백군의 한 시골에 학교를 세우고 정규학교에 진학할 기회를 놓쳤거나 읍내 학교가 멀어서 통학이 어려운 아이들을 모아 가르치고 있던 때였다. 전선(戰線)은 일진일퇴(一進一退)인데, 평양에서는 교장, 교감을 파견하여 우리는 인민…

산방의 가을은 간다 |2005. 12.06
[ 산방일기 ]   산방일기

장돈식 산방의 가을은 간다. 출필고반필면 (出必告 反必面)이란 말이 있다. 가면 간다, 오면 온다고 고해야 한다는 말이다. 산방의 가을도 올 때는 오색 단풍으로 곱게 단장하며 오더니 갈 때는 스산한 바람에 실려서 가고 있다. 앞산 비탈에 한 줄기 바람이 불어 닥친다. 수직(垂直)에 가까운 비탈에 버티고 서서 계절을 연출하던 숲의 많은 마른 잎들이 가지를 떠난다. 일시에 날아올라 골 안을 소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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