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인을 통해 깨닫는 삶의 의미 |2020. 10.14
[ 기독교문학읽기 ]    (23) 조해진의 '로기완을 만났다'

최근에 연평도 해상에서 일어난 공무원 실종 사건은 북한의 총격과 사과로 인해 세계적 관심사가 되었다. 공무원이 월북을 시도했는지 아닌지 그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으나 이 아픔의 근본 원인은 남북 분단이라는 현실에서 비롯된다. 남북 관계가 경색된 지금, 탈북이나 월북 같은 문제는 더욱 민감한 정치적 이슈로 등장하는 모습이 보인다. 지난 7월 어떤 청년 탈북인이 강화도에서 재월북하는 사건이 일어…

박해시대에 꽃핀 인간 사랑 |2020. 09.09
[ 기독교문학읽기 ]   22. 김소윤의 '난주'

기독교의 선교 역사는 세계 어느 곳에서나 모진 박해와 순교의 피로써 문을 연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어서 고난의 아픈 사연이 초기 기독교사를 수놓고 있다. 개신교보다 백여 년 앞서 우리 땅에 들어온 천주교가 수난사의 중심이 되었다. 우리는 그중에서도 1801년에 일어난 신유박해와 황사영 백서 사건을 기억하고 있다. 삼백여 명의 순교자를 낸 신유박해의 전말과 대응책을 흰 비단에 촘촘히 기록한…

예수 이야기를 하나로 묶다 |2020. 08.12
[ 기독교문학읽기 ]   (21) 양병모의 하나님의 아들

소설은 어떤 사건을 작가의 상상력에 바탕을 두어 이야기로 구성해내는 서사문학이다. 그러므로 작가의 의도에 따른 허구가 스토리에 흥미를 주며 구성을 긴밀하게 하는 요건이 된다. 여기서 허구라는 개념은 단순히 꾸며낸 거짓말이 아니라 사실에 기반을 둔 작가의 인생관이나 문학적 사고와 관련된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이런 본질적인 원리를 새삼 꺼내는 까닭은 오늘의 문학읽기 대상으로 선별한 작품이 가진…

한국문학의 첫 출발은 기도였다 |2020. 07.08
[ 기독교문학읽기 ]   20 허경진의 '한국 고전문학에 나타난 기독교의 편린들'

허경진(1952~ ) 저자는 한국 고전문학 교수로 은퇴한 뒤, 지금은 선교사들의 기록을 분석하고 강의하는 일에 전념하고 있다. 크리스찬으로서 한국문학을 연구하기 원하는 이들에게 꼭 필요한 논문과 자료를 제공해 주는 학자로 명망이 높다. 작년에 단행본으로 출간한 '한국 고전문학에 나타난 기독교의 편린들'이라는 저술은 한국의 고전을 기독교적 관점에서 조명하고, 또 초기 개신교의 한문학 작품들을 …

덧난 상처를 다시 치유할 흰 도화지 |2020. 06.10
[ 기독교문학읽기 ]   19 이경신 작가의 '못다 핀 꽃'

역사의 상처가 아물기는커녕 모질게 덧나 큰 시련이 왔다.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 할머니와 그 피해의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사이에 놓인 골이 그토록 깊을 줄이야. 30년을 함께 아픔 나눈 이들이 온 국민 앞에 펼쳐놓은 불신의 손가락질을 지켜보며 우리의 마음은 미어지다 못해 하얗게 타버리는 듯하다. 우리 국민은 역사 바로 세우기를 위해 가해자 일본의 비인간적 행위에 분노했고, …

가난한 어머니들의 천국 열전 |2020. 05.13
[ 기독교문학읽기 ]    18 강영길 '밥보다 예수'

'열전'이란 여러 사람의 개별적인 전기를 벌여 기록한 것을 말한다. 사마천의 '사기'나 김부식의 '삼국사기'에 수록된 열전이 먼저 떠오른다. 여러 인물의 행적을 나열하여 서술한 그 글이 오랜 세월을 지내며 문학과 역사의 한 자리를 차지했다. 글쓴이의 문학적 인식 여부나 정도에 따라 가치 평가가 달라질 수 있지만, 국가의 존립을 위해 충직하게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는 후세에 귀감이 되었다. 여…

문화적 수렁 넘어서기 |2020. 04.15
[ 기독교문학읽기 ]   (17)이어령의 '의문은 지성을 낳고 믿음은 영성을 낳는다'

"벼랑 끝에서 새해를 맞습니다/ 덕담 대신 날개를 주소서/ 어떻게 여기까지 온 사람들입니까 ...... 이 사회가 갈등으로 더 이상/ 찢기기 전에 기러기처럼/ 나는 법을 가르쳐 주소서// 소리를 내어 서로 격려하고/ 선두의 자리를 바꾸어가며/ 대열을 이끌어 간다는 저 신비한 기러기처럼/ 우리 모두를 날게 하소서" 올해 벽두에 '새해 기도문'을 이렇게 시로 표현한 이어령(1934~ ) 교수는 …

죽음으로 가득한 책을 쓰는 이유 |2020. 03.11
[ 기독교문학읽기 ]    (16)천희란의 '영의 기원'

죽음이라는 주제 앞에 서게 될 때 비로소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가능하다. 이 소설집을 읽으며, 필자는 한국문학에서 죽음을 무겁게 다룬 두 편의 글을 떠올렸다. 먼저, 이미 세상을 떠난 작가 박상륭의 '죽음의 한 연구', 그는 고국을 떠나 먼 나라 캐나다에서 병원 시체실 청소부 일을 하면서까지 죽음에 다가갔고, 죽음을 극복하기 위한 탐구에 진력했다. 그 결과물로 얻은 소설에서 작가는 기독교…

슬퍼하는 자의 복 |2020. 02.12
[ 기독교문학읽기 ]    (15) 안소영의 '시인동주'

올해 2월 16일은 윤동주 시인이 2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지 75주년이 되는 날이다. 그의 시는 시대와 삶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 슬픔과 절망을 선한 마음으로 이겨내려 하는 사람, 십자가를 바라보며 지나온 삶을 참회하는 크리스찬들의 가슴에 지금도 한 줄기 샘물로 솟아나고 있다. 안소영(1967~ )의 장편소설 '시인 동주'는 5년 전, 그의 70주기를 맞아 출간된 추모의 업적이다. 윤동…

크리스천 문학 읽기 |2020. 01.08
[ 기독교문학읽기 ]   14. 이정명의 '밤의 양들'

누가복음과 사도행전은 서두에 수신자의 이름을 명확하게 밝혀 놓고 있다. 그 이름은 '테오필로스', 이름 뒤에 '각하'라는 경칭이 붙은 것으로 보아 로마제국의 고관이면서도 기독교에 관하여 더 알기를 원한 지식인이었던 것 같다. 복음서와 행전을 받은 그는 틀림없이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믿음의 행로를 걷게 되었을 것이다. 만약 그 테오필로스가 예루살렘에서 그리스도를 보았다면, 그리고 십자가에 달리…

동성애의 자리에서 돌아온 사람 |2019. 12.11
[ 기독교문학읽기 ]   13. 윤이형의 루카

동성애 문제는 이제 더 숨겨둘 수 없는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사람들은 동성애 문제와 대칭되는 지점에 기독교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하면 이 이슈가 가져올 심각한 사회적이고 가정적인 문제들을 기독교가 막아 주거나 해결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동성애가 하나님의 창조 질서를 근본적으로 파괴하는 행위라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한국교회의 주류도 동성애에 대하여 엄격한 반응을 …

절망하는 청년에게 신앙은 무엇을 줄 수 있는가 |2019. 11.13
[ 기독교문학읽기 ]   12. 류광호, '창문 없는 방'

'창문 없는 방'은 주인공이 살아가는 영등포 지역의 한 고시원 공간이다. 두 걸음을 채 떼지 못해 벽으로 가로막히는 어두운 공간에서 젊은 청년 주인공은 마치 관에 들어간 시체처럼 잠을 자고 나올 뿐이다. 이 방은 희망의 빛 한 줄기 보이지 않는 좌절 속에서 고통을 겪고 있는 이 시대 젊은이들의 단절된 삶의 형상을 상징하고 있다. 주인공의 이름은 '무신'이다. 인간과 세상에 대하여 믿음을 거두…

구원의 방주에 대한 현재 가정법 |2019. 10.09
[ 기독교문학읽기 ]   11. 구병모, 방주로 오세요

세상에 닥친 대홍수 앞에서 노아의 방주는 구원과 소망의 표상이었다. 그러나 생명체의 희망이었던 방주는 이 시대의 가정법에 따라 소수가 선택한 불평등의 상징이 되어가고 있다. 구병모(1976~ ) 작가의 소설 '방주로 오세요'에서는, 어느 날 지구에 커다란 운석이 떨어지고 그것이 떨어진 자리에 높이 1.2㎞, 넓이 39.5㎢의 언덕이 생겨 미래의 도시가 만들어진다. 이 넓이는 서울의 강남 지역…

광야교회 청년의 육필 일기 |2019. 09.11
[ 기독교문학읽기 ]   10. 맹의순, 십자가의 길

포로수용소 안에 광야교회를 세우고 복음을 전하던 청년 맹의순(1926~1952)은 수용소에서 석방될 기회도 마다한 채 26년 8개월의 짧은 삶을 마치고 하나님께로 돌아갔다. 그의 고난과 헌신의 발자취는 약 20년 전 정연희 작가에 의해 '내 잔이 넘치나이다'라는 소설로 세상에 알려졌다. 그리고 2년 전에는 그가 수용소에서 쓴 육필 일기를 영인본으로 묶은 '십자가의 길'이 출간되었다. 그의 손…

독립운동가의 믿음과 선한 싸움 |2019. 08.14
[ 기독교문학읽기 ]   9. 곽정효 '하느님과 씨름한 영혼'

광복의 달을 맞을 때마다 우리나라의 독립을 위해 헌신한 이들의 이야기가 가슴을 뜨겁게 적신다. 하나님께서는 우리 겨레의 간곡한 기도와 눈물, 그리고 피 흘림을 외면하지 않으시고 해방을 허락하셨다. 그때까지 독립운동이라는 고난의 역정은 한반도 안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외국 땅 여러 곳에서도 쉬지 않고 계속되었다. 러시아의 동쪽 끝 블라디보스토크, 우수리스크에서 전 재산을 독립운동에 쓰고 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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