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이야기를 하나로 묶다

예수 이야기를 하나로 묶다

[ 기독교문학읽기 ] (21) 양병모의 하나님의 아들

김수중 교수
2020년 08월 12일(수) 10:00
소설은 어떤 사건을 작가의 상상력에 바탕을 두어 이야기로 구성해내는 서사문학이다. 그러므로 작가의 의도에 따른 허구가 스토리에 흥미를 주며 구성을 긴밀하게 하는 요건이 된다. 여기서 허구라는 개념은 단순히 꾸며낸 거짓말이 아니라 사실에 기반을 둔 작가의 인생관이나 문학적 사고와 관련된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이런 본질적인 원리를 새삼 꺼내는 까닭은 오늘의 문학읽기 대상으로 선별한 작품이 가진 특성 때문이다.

양병모 목사의 저서 '하나님의 아들'은 '소설로 탄생한 예수 이야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저자의 말을 빌리면, 사건 위주로 된 복음서의 단편적 이야기들을 하나로 모아 인격적인 예수를 더 가까이 느끼고 싶다는 목적에서 집필된 책이다. 사실 이 책은 그 목적에 부합할 만큼 처음부터 끝까지 성경을 바탕으로 진지하게 전개된다. 인간으로 오신 예수 그리스도의 일생을 사실적 기록으로 재구성했으며 네 복음서마다 미묘한 차이가 있는 예수의 행적도 하나로 묶어 전달하는 방식을 썼다. 예수의 말씀은 성경 기록을 거의 그대로 옮겨 적었다. 그러므로 성경 말씀에서 조금도 벗어나간 대목이 없다.

문제는 이 글을 가리켜 책의 부제처럼 '소설로 된 예수 이야기'라 볼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성경에서 한치도 빗나가지 않으려 애썼으므로 저자의 문학적 상상력은 이 책에서 최소화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여기 '하나님의 아들'은 예수 이야기인 것은 분명하지만 소설의 영역에 두기는 어려운 책이다. 작가의 상상력에 바탕을 두지 않은 글인 까닭이다. 대신 복음서의 기록을 대조하여 보편성을 찾으려 하는 사람들, 또는 성경을 처음 대하며 친절한 인도를 받기 원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지침서라 할 수 있다.

저자는 객관적으로 사건을 기록하는 다큐멘터리 필자의 정신을 지녔다. 역사의 시간과 장소를 매우 중시하여 예수의 출생연도를 당시 인구조사와 헤롯의 사망, 성전 완공 시기를 고려한 B.C. 5년으로 설정하였다. 이후에도 예수의 주요 행적이 나올 때마다 꼭 시간을 제시한다. 예를 들면 3차 갈릴리 전도 여행 부분에서는 "해가 바뀌어 서기 29년, 예수는 33세가 되었다." "서기 30년 예수의 공생애 마지막 해가 시작되었을 때 그의 나이는 34살이었다." 그뿐 아니라 서기 60년에 바울이 골로새교회에 편지를 보냈다 하기도 하고, 서기 96년에 밧모 섬에서 90세의 나이로 유배 생활을 하는 사도 요한이라 기술한다. 장소의 정확성도 시간의 기록 못지않게 철저하다. 저자는 장소를 고증하기 위해 이스라엘을 여러 차례 찾았고 작년 이 글을 탈고할 무렵에는 한 달 동안 이스라엘에 머물며 집중 작업을 했다고 한다. 그만큼 책임 있는 탐구적 저술가로서의 태도를 보여준다.

이 책에서는 비록 제한적이나마 성경에 나오지 않은 부분을 상상력으로 조심스럽게 채운 대목들이 있다. 먼저 공생애가 시작되기 전인 예수의 청년 시절, 남녀로서의 사랑과 가족 부양의 에피소드이다. 나사렛의 부유한 상인의 딸 하닷사가 청년 예수를 사랑했다는 이야기를 삽입했다. 그리고 예수는 나사렛 시민으로서 학생을 가르치며 건축과 선박 설계 전문가가 되고 1년 동안 지중해 일대를 여행하며 삶의 체험 기회를 얻었다는 이야기를 덧붙였다.

또 제자 그룹을 만들고 그 구성과 역할에 관한 기술이라든지, 여자 제자 열 명을 선택하고 나중에 막달라 마리아와 니고데모의 딸 디나 등 두 명을 더해 조직화했다는 기록도 볼 수 있다. 성경에서 얻을 수 없는 이야기로서 소설적 재미를 맛볼 수 있는 것들이다. 그러나 이런 부분은 분량이 매우 적고 스토리 중심으로 서술되지도 않아서 역시 소설보다는 '성경 다큐멘터리 예수의 일생'으로 접근해야 할 저술이라 하겠다.



김수중 교수(조선대 명예, 빛누리교회 목사)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