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어머니들의 천국 열전

가난한 어머니들의 천국 열전

[ 기독교문학읽기 ] 18 강영길 '밥보다 예수'

김수중 교수
2020년 05월 13일(수) 10:00
'열전'이란 여러 사람의 개별적인 전기를 벌여 기록한 것을 말한다. 사마천의 '사기'나 김부식의 '삼국사기'에 수록된 열전이 먼저 떠오른다. 여러 인물의 행적을 나열하여 서술한 그 글이 오랜 세월을 지내며 문학과 역사의 한 자리를 차지했다. 글쓴이의 문학적 인식 여부나 정도에 따라 가치 평가가 달라질 수 있지만, 국가의 존립을 위해 충직하게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는 후세에 귀감이 되었다.

여기 현대판 열전이 있다. 이 열전의 주인공들은 세상의 나라가 아닌 천국을 목표로 삼아 뜨거운 믿음 행적을 펼친 사람들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 숫자와 같은 열두 분의 어머니들은 한반도의 남쪽 깊은 산간이나 바다 멀리 외딴 섬을 가리지 않고 자기가 사는 삶의 자리를 하나님 나라로 만드는 데 헌신했다. 그분들의 말씀 한마디, 내디딘 발걸음 하나하나가 위대한 문학이요 신앙의 역사가 되었다.

이 열전은 지난 2012년부터 다음 해까지 한국기독공보에 연재되었으며, 그 글을 묶어 '밥보다 예수'라는 책으로 간행한 것이 2014년의 일이다. 벌써 여러 해가 지나갔지만, 그 어머니들의 간증이 아직도 뇌리에 생생하고 문학의 구조와 형식을 초월하여 순수한 인간적 감동이 되살아난다. 만약 지금처럼 전염병으로 인해 공예배가 중단된 환난이 왔다면 그분들은 어떤 심정으로 성전을 사모하며 기도했을까? 그 티 없이 깨끗한 믿음이 산을 옮기고 무서운 코로나를 바다에 던져 버릴 수 있으리라는 데 생각이 미쳤다. 가정의 달인 5월에 믿음의 어머니들이 보여준 신앙 열전을 다시 펼쳐 드는 것은 이런 점에서 시대적 치유와 회복의 의미가 있다.

이 책의 저자인 강영길 작가는 전국의 산골과 섬을 돌며 한국교회의 뿌리가 되는 어머니들의 신앙을 취재하고 그것을 정리했다. 작가의 말을 빌리면, 요즘 도시 성도들은 자기를 숨길 수 있는 교회나 유명한 목회자를 찾아서 좋은 설교나 은혜와 치유를 얻으려 한다. 그러나 자기의 전부를 드리는 경우가 드물어 도회지 교회는 점차 병들어 간다. 한편 농촌 교회는 가난하고 방치된 상태 속에서 무너지고 있다. 그 농촌 교회들이야말로 가난했던 우리의 어버이들이 온몸을 불살라 헌신했던 한국 교회의 뿌리였다.

'밥보다 예수'라는 제목에서 우리는 이 열전의 주인공들이 하나같이 가난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친정보다 시댁이 훨씬 더 가난한 데다가 교회 가는 것까지 막아서 그들의 고난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사례가 많다. 시집간 후로 마음과 몸의 고통이 더욱 커진 것이다. 주인공들은 날마다 목숨 걸고 파도를 헤쳐야 밥을 먹을 수 있는 해녀로부터 논밭의 일들을 다 감당해야 할 농사꾼의 처지에 있거나 심각한 장애에 안고 살아가야 하는 등 어려움이 심하다. 그렇지만 그분들은 가난한 삶에서 자신을 구해 주는 것은 밥이 아니라 예수라고 믿는다. 밥보다 더 중한 믿음을 찾은 주인공들의 행동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어머니들은 모두 새벽기도로 하루를 여는 사람들이다. 비록 교회가 멀다 해도 새벽을 거른 적이 없으며 교회의 종을 치는 종지기의 책임까지 자원한다. 또 가난한 살림 속에서도 철저히 십일조를 드린다. 그러면서 시골 교회에서 힘들게 목회하는 전도사님을 극진히 섬기고 교회와 사택 건축에 최선을 다한다. 기도를 통해 성령 체험이 뒤따르고 그 후로 적극적인 전도의 사람이 되는 은혜를 받는다. 그리고 이 열전 속에는 작가의 어머니 이야기가 들어있다. 작가는 객관적인 입장에서 글을 쓴 후 어머니의 믿음과 비교하여 자신은 너무도 보잘것없고 하나님께 드린 어머니의 헌신에 턱없이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고백했다. 우리도 세상의 지식 쌓기를 잠시 멈추고, 내 가정에 믿음의 부모님이 남기신 헌신의 행적을 찾아 열전을 쓰는 기회를 마련하면 어떨까.



김수중 교수/조선대 명예교수·빛누리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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