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진 공포로 집 밖에서 생활 … 심지어 노숙

여진 공포로 집 밖에서 생활 … 심지어 노숙

[ 튀르키예현장르포 ] 크르칸 샨르우르파 아디야만 현장 방문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23년 04월 03일(월) 08:29
크르칸 지역의 처참한 모습.
크르칸 지역의 처참한 모습.
크르칸 지역의 시리아 난민의 모습.
아디야만의 거리.
강진의 피해와 폭우로 홍수를 당한 샨르우르파.
아디야만의 거리.
아디야만의 텐트촌.
【 튀르키예=최은숙 기자】 '총회 튀르키예 지진 피해 현장 방문단'의 공식 일정이 마무리되면서 총회장 이순창 목사와 부회록서기 박요셉 목사 등 임원단은 먼저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취재진은 하타이주 북동부 크르칸에서 시리아와 국경을 맞댄 샨르우르파와 아디야만까지 지진 피해 지역 3곳을 방문해 현장을 취재했다. 지진 피해지역이 11개주에 발생할 정도로 워낙 넓고 규모가 컸기 때문에 현지 선교사 김OO, 문OO , 염OO 목사와 동행해 2박3일간 일정을 더 진행하기로 했다.

# 가난한 11개 주에 피해 집중

23일 오전, 아다나에서 크르칸으로 이동했다. 크르칸은 지진이 발생한지 한 달이 넘었지만 붕괴된 건물과 잔해들로 적막감이 흐르고 있었다. 주민들은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여진의 공포 때문에 집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집 밖에서 텐트를 치고 생활하고 있었다. 형체를 알아 볼 수 없을 정도로 찌그러진 자동차는 당시의 처참했던 상황을 그대로 보여준다.

NGO단체와 협력하는 문OO 선교사와 크르칸의 텐트촌을 방문했다. 이재민들이 임시로 거주하는 이 곳은 그마나 구호단체 방문이 잦고 관심도 많은 편이다. 마침 J선교단체가 아이들과 놀이활동을 하며 간식을 나누고 있었다.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린 비극이었지만 어린 아이들의 미소는 여전히 밝았다. 비극과 희극의 경계선은 언제나 이렇게 애매모호하다.

크르칸의 마을 안쪽으로 들어가면 이재민들의 삶은 더욱 가혹하다. 비닐과 담요, 플라스틱 등으로 대충 만든 텐트가 대부분이었고 이마저도 상황이 안되는 이들은 노숙생활을 하고 있었다.

크르칸에서 만난 19살 어린 엄마는 태어난지 2개월 된 갓난 아이를 달래고 있었다. 배가 고픈지 아기는 계속 울고 있었고 아기를 달래는 엄마는 낯선 이방인에게 "이 아기를 좀 데려가 달라"고 말할 정도로 힘겨워 보였다. 일행은 가지고 있는 현금과 미리 챙겨온 간식 일부를 어린 엄마에게 전했다.

지진 피해가 집중된 튀르키예 남부 11개 주는 나라 전체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이다. 문OO 선교사는 "튀르키예 재난청(AFAD)이 마련한 텐트도 이 사람들에게는 기회 조차 주어지지 않는다"면서 "성인 두세 명 들어가기 힘든 공간에 15명이 함께 거주하고 있다. 난방도 안되고 가스 공급도 어렵기 때문에 겨울에는 추위를 여름에는 더위를 온전히 견뎌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튀르키예 정부는 1년 안에 지진 피해 지역의 재건을 완료하겠다고 공언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인다.

아디야만의 거리.
아디야만의 복구 작업
샨르우르파는 크르칸에서 400km의 거리다. 그마저도 도로가 통제되면서 돌고 돌아 거의 7시간만에 도착했다.

튀르키예 남동부에 있는 샨르우르파는 시리아 접경지역에 가까운 도시로 튀르키예에서 4번째로 시리아 난민이 많이 거주한다. 이 곳은 지진이 일어나기 전부터 가난과 굶주림에 익숙한 지역이기도 하다.

3500년의 역사를 가진 이 도시는 이슬람교에서 아브라함의 고향이자 '예언자의 도시'로 여겨진다. 아브라함이 태어났다고 하는 동굴은 매년 수십만 명의 무슬림 관광객들이 방문한다.

이 곳은 강진 피해 한달 만에 폭우로 최소 14명의 사망자와 수천 명의 이재민들이 발생했다. 홍수로 흙더미가 무너지고 빗물이 역류하면서 곳곳이 진흙탕으로 가득했다. 텐트촌은 토사가 덮쳐 대부분 철거됐고 이재민들의 고통은 더 가중됐다.

"모든 것이 사라졌어요. 우리에게 미래가 있나요?"

아디야만은 튀르키예 남부와 시리아 북부를 강타한 강진의 피해가 집중된 곳이다. 김OO 선교사는 "이 지역에서 100명의 교사가 한자리에서 사망했다"면서 "시리아 국경 지역과 가까울수록 더 많은 부상자가 발생했고, 구호작업도 느린 편이라 이재민들의 삶이 더 열악하다"고 했다.

이 곳에서 만난 경찰은 "아버지는 경찰 동료가, 어머니는 친구가 시신을 찾았다"면서 "아직 동생은 찾지 못했다"고 했다. 포클레인이 무너진 잔해들을 철거하는 동안에도 그는 콘크리트 구조물 속을 헤매서 가족을 찾고 있었다. 시리아의 여인은 눈물을 삼키느랴 눈이 빨갛게 부어올랐다. "딸의 가족이 이 곳에서 살았는데, 아직 소식이 없다"면서 "아직도 딸이 살아있다고 믿고 싶다"고 울먹였다.

여러 대의 포클레인이 샌드위치처럼 주저앉은 건물 잔해들을 걷어내느라 온통 뿌연 먼지가 자욱했지만 그들은 상관하지 않았다.

집 앞에 주차해 둔 차량이 건물이 붕괴되면서 찌그러진 모습.
샨르우르파의 복구 작업.
크르칸 텐트촌에서 아이들이 J선교단체 봉사자들과 놀이 활동을 하고 있다.
붕괴된 건물에서 발견된 소년들의 사진.
아디야만의 텐트촌에서 만난 소녀는 "혹시 속옷이 있냐"면서 "우리를 도와달라"고 했다. 물이 부족해서 제대로 씻지 못하기 때문에 특히 여성들은 항상 속옷이 부족하다. 그 옆의 한 청년은 "지진으로 부모와 형제를 모두 잃고 혼자 살아남았다"고 말했다. 그는 울지 않았지만 어둡고 쓸쓸한 표정을 감추지는 못했다. 마을이 사라지고 삶의 터전이 무너진 아디야만의 주민들. 그들과 그들의 아이들에게 미리 준비해 둔 과자와 축구공을 건냈다. 작은 위로의 마음이었지만 그들은 '코렐리(한국인)' '코렐리'하며 기뻐했다.

아디야만을 떠나는 길,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빗줄기가 거세지고 알 수 없는 냄새가 진동 할 수록 아직도 철거하지 못한 건물 잔해에 갇혀 구조되지 못한 희생자들이 눈에 밟혔다. 저 멀리 방금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 같은 위태로운 건물 속에서 한 남자가 세간을 챙겨 나왔다. 취재진을 향해 크게 손을 흔들었다. 우리도 화답했다. "메르하바(Merhaba ·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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