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리더십, '동역'에서 찾아라

한국교회 리더십, '동역'에서 찾아라

[ 특집 ] 4. 리더의 공동체 관리 - 덕수교회 사례를 중심으로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24년 08월 25일(일) 20:32
부교역자들과 함께 한 등산.
올해 부교역자 부부와 함께 한 코타키나발루 여행.
교역자들과 함께 한 여행에서.
목회자 가족 단위 등반.
"담임목사가 부교역자실에 들어가면 다들 벌떡 일어나서 인사하지? 안하면 다 잘라."

우스갯소리로 전하는 농담이지만 한국교회 내 담임목사와 부목사의 '갑을관계'를 여실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국교회는 담임목사의 명령에 철저하게 순종하고 복종을 강요하는 위계적이고 지시 위주의 수직적 문화였다. 그러나 개별성과 수평성이 중요한 가치로 부상하면서 수직적인 소통에 익숙한 교회 문화는 시대를 역행한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최근 왜곡된 리더십이 교회 갈등을 키우는 원인으로 부각되면서, 탈권위적이고 비위계적인 수평적 리더십을 시도하는 교회가 눈길을 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 중 한 곳이 서울강북노회 덕수교회(김만준 목사 시무)다. 덕수교회는 '소통하고 공감하고 이해하는 리더십'을 보여주며 주목받고 있다.

이 교회는 담임목사와 부교역자가 '상명하복' '갑을관계'가 아닌 '동역자'로서 '함께'하는 모델을 제시한다.

시작은 '잡담'에서 출발한다. 올해 부임 13년차를 맞는 김만준 목사는 매일 아침 부교역자들과 티타임을 갖는다. 말 그대로 '쓸데없이 아무 말'이나 하는 시간이다. 매일 7~8명의 목회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부부 싸움부터 자녀 문제, 건강 상태 등 크고 작은 가정사는 물론 교구, 심방, 정치 문제까지 '엄청난' 수다를 떨다보면 1시간이 넘는다.

"담임목사는 하루 종일 방에서 나오질 않고, 대화를 나눠도 선임 부목사와 합니다. 그러다 보면 갈등이 생기고 대화와 소통이 어렵게되죠. 자연스럽게 긴장이 고조되고 분위기는 경직될 수 밖에 없어요. 담임목사든 선임이든 나이가 어리든 서로의 이야기를 공유하고 공감하는 것이 '완전한 소통'이라고 생각합니다."

목회현장을 담임목사에 한정 짓지 않겠다는 취지다. 위에서 아래로 명령을 내리는 '탑다운 방식'에서 벗어나 대화와 협력을 통해 수평적인 소통문화를 만들고 공감대를 형성하면 사역은 더욱 활기를 띤다. '잡담'을 통해 서로의 어려움과 필요함을 잘 알기 때문에 적극적인 협력이 가능했다.

"각자 맡은 부서 업무가 바쁘다 보니, 다른 부서의 요청에 적극적으로 도와주겠다고 나서는 게 쉽지 않아요. 저절로 방어 태세가 되는거예요. 다행히 우리는 굉장히 자연스럽게 서로의 빈 공간을 조율하면서 채워가고 있어요. 일례로, 이번에 새로 교구를 맡게 된 교역자가 심방을 가는데 본인이 더 잘 아는 권사님이라고 함께 동행했어요. 이게 진짜 동역 아니겠습니까?"

'잡담회'는 '스킨십'으로 연결된다. "기도하고 말씀을 준비하는 시간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 때문에 목회자에게 여행은 사치"라고 여겨왔던 김 목사는 10년 전 처음 여행으로 '리프레쉬(refrech)'를 경험한 후 후배들에게도 기회를 나누고 싶었다. 이듬해 목회자 부부와 일본에 이어 베트남을 다녀왔다. 코로나로 사역이 막혀 있을 때는 부목사들과 13차례 등반에 나섰다. 온 가족이 함께 북한산을 등반하거나 강이나 호수 근처에서 캠핑을 하면서 취미 활동을 함께 하기도 했다. 그리고 올해 1월, 목회자 부부가 코타키나발루에 '힐링여행'을 다녀왔다.

김 목사는 "우리 교회 목회자들의 여행, 등반 이야기를 하다 보면 동료 목사들은 부목사들이 싫어한다고 걱정하는 데 그렇지 않다"며 "일방적인 지시가 아니라 서로의 의견이 모아지는 분위기"라고 말한다. 지시를 하고 명령을 해서 따라오는 문화가 아니기 때문이다. 매주 수요일이나 주일이면 부교역자실이 들썩거리는 이유도 같다. 평소 목회자들간 스킨십이 잦은 탓에 자녀들이 부교역자실에서 숙제를 하거나 간식을 먹고, 조금 더 어린 아이들은 뛰어 놀거나 잠을 자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렇다고 조직에 '갈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교인들에게 선물을 자주해 상대적으로 비교를 당하기도 하고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커서 사역에 조화를 이루지 못하거나 이기적이고 개인적인 성향 때문에 과욕을 부리면서 불평이 나오기도 한다. 이 때 '조율'은 리더의 몫이다. 김 목사는 '잡담' 시간을 통해 최대한 서로 솔직하고 담백하게 대화를 나눈다고 했다. 친밀한 관계에서 서로 존중하고 이해하며, 대화로 오해를 풀어야 불평이 원망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계속 성장해야 하는 '미생'이잖아요. 우리가 스스로 이 갈등을 해결해 내기 위해서 충분하게 대화를 하고, 나 또한 이 시간을 통해 목회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됩니다. 우리가 서로를 통해 부족한 것을 채워나가는 것이지요. 그래서 우리가 모두 동역자인 겁니다."

김만준 목사의 리더십은 한마디로 '동역'이다. 담임목사든 부목사든 서로 두터운 신뢰를 바탕으로 전폭적인 지지를 아끼지 않는다.

"담임목사는 부목사를 심방하고, 부목사는 교인들을 심방하는 것"이라는 김 목사는 "최전방에서 교인들을 심방하고 교역하는 사역은 부목사들이다. 그들이 행복하게 목회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내 역할"이라고 했다. 그는 계속 "내가 이렇게 행복하게 목회를 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목회가 즐거운 것은 동역자들 덕분"이라고 말했다.

덕수교회의 한 부목사는 덕수교회가 '힐링포인트'라고 말했다. 이전 교회에서 고소고발 문제가 발생해 사례비도 받지 못하고 다섯 가족이 교회를 나왔는데 덕수교회를 섬기게 됐을 때 그 시간을 '천국'이라고 표현했다. 덕수교회 부목사들이 "앞으로 담임 목회를 하게 되면 모두가 행복한 목회를 하고 싶다"고 입을 모으는 이유이기도 하다.

"제가 부목사 시절에 다른 부목사가 심방을 다녀오다가 너무 피곤해서 사우나를 들렸어요. 담임목사가 어떻게 그 일을 알고 호되게 혼을 냈어요. 이후 심방일지를 쓰고 일일히 검사를 받았던 적이 있었어요. 저는 목회자라면 사람의 통제가 아니라 하나님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나님 앞에서 부끄럽지 않으면 된 거예요. 담임목사 눈치를 보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닙니다."

담임목사와 교역자들간의 '끈끈한' 신뢰는 당회와 제직회, 교회의 공동체 전반으로 이어졌다. 담임목사의 목회철학과 비전을 존중하며 협력하기 때문에 교인들도 흔들리지 않는다. 김 목사는 당회 이후 장로들과 개인적인 만남도 자제하는 편이다. 목회사역을 함께 감당하는 동역자로서 부목사들이 각자의 부서와 구역, 소그룹 등에서 충실하게 제 역할을 해주고 있다는 확신이다.

"목회자들도 리더십을 공부해야 합니다. 리더십은 사람의 마음과 감정을 읽어야 하는 건데 그걸 잘 몰라요. '나를 따르라'고 하면서 대상에 대한 관심이 없으니 '갈등'이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배울 생각이 없어요. 이제 담임목사가 됐으니까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생각 때문이에요. 저는 우리 교회가 좋은 사례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목회자들이 '동역자'가 되면 신나게 사역할 수 있어요. 덕수교회에서 경험하고 체험하고 좋았던 것들을 우리 부목사님들이 훗날 담임목사가 됐을 때 이어가주길 바랍니다."


최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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