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리는 사철이요 장다리는 한 철이네

미나리는 사철이요 장다리는 한 철이네

[ 화제의 시집 ]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22년 05월 09일(월) 09:50
미나리는 사철이요 장다리는 한 철이네

박이도/바이북스

"근자에 와서 벌어지는 암울한 정치 현상에 잠 못드는 밤, 나는 플라톤의 경고문에서부터 우리 민담의 깊은 뜻을 곱씹어 본다."

민담의 해학으로 오늘의 시대정신을 예리하게 담아낸 시집이다.

민담은 민요와 함께 구전되어 온 우리 선조들의 이야기요 노래다. 문자로 기록된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의 입에서 입으로 전파되었고 이야기꾼들의 창의적 가감이 푼수 없이 가해졌다.

학계에서는 민담의 내용을 동물담 신주담 소화 등으로 구분하는데 시인은 민담 속의 어휘와 사투리 등에 흥미를 느낀다고 했다. 우리 선조들의 얼과 사상이 묻어 있는 것을 이야기 형식 속에서 읽어낼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 이유다. 시인은 민담 속의 이야기 형식을 빌어 그 속의 특유의 어법들을 살려 재현한다. 민담시의 주된 내용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관심을 표출하게 되는 데 결과적으로 시인은 사회비평적인 칼럼을 민담시의 형식으로 대신 전하고 있다. 따라서 시집에는 오늘날의 시대정신은 무엇일까에 대한 시인의 오랜 고민이 담겨 있다.

한편 시인은 지난 2008년 8월 민담시집을 처음 발표하고 6년 만에 '다 망해버린 개털들의 발란 - 병술년'이라는 증보판을 냈다. 이후 2014년 1월 신작을 추가해 '이현령비현령-종부좌빨vs수구꼴통'을 전자책으로 발표 했고, 이 전자책에 다시 시류에 따른 신작 몇 편을 추가해 이번 시집을 출간했다.

"오랜 세월 전해지는 우리 선조들의 민담 속에서 변모해 오는 오늘날의 시대정신을 무엇일까. 그것이 흥미롭고 생산적으로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마주보고 결사적으로 달려드는 두 진영의 종말을 보고 있다는 느낌이다".

이 시집은 극한으로 치닫고 있는 우리 사회의 갈등에 대해 민담의 해학으로 예리하게 풀어 오늘날의 시대정신을 되살림으로써 광야에서 외치는 예언자의 목소리를 내고있다.


최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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