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 산골마을의 기적

오지 산골마을의 기적

[ 땅끝편지 ] 동티모르 이대훈 선교사 9. 산골 마을 바뚜보루 와우뿌

이대훈 선교사
2022년 03월 29일(화) 08:17
오지인 바뚜보루 와우뿌 마을로 가는 길.
2021년 6월 1일 동티모르의 어린이날, 메트로초등학교에 모인 방문자들이 마을 사람들과 하나되어 춤을 추는 모습.
2003년 육로로 서티모르 국경을 넘어 동티모르로 들어와 수도 딜리로 선교답사팀을 싣고 달리던 차량이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산비탈 언덕 집에서 멈추었다. 길가에 호박을 얻어놓고 파는 장소 같았는데 이곳에서 잠시 쉬었다 가기로 했다. 주변 경치도 보면서 호박 가판대에 있던 부인들과 아이를 사진에 담았다. 아스팔트 길로 평탄케 오던 서티모르 길과는 다르게 동티모르 길은 비포장도로여서 좌충우돌 하면서 달려가고 있었기에 잠시라도 그 피로를 풀기위해 쉬었다 가지 않을 수 없었다.

현지 목사의 요청으로 '세러리(Serli)'는 도우미로 나의 집에 함께 기거하고 있었다. 이 인연 안에서 세러리의 요청에 따라 2011년 성탄일이 지난 26일, 교회에 기증할 물건을 차에 가득 싣고 그 아이의 고향을 방문하게 되었다. 전기도 없고, 차가 올라갈 수 있는 길도 없었다. 세러리의 집까지는 워낙 산비탈이 가파른데다가 그곳에 밭을 만들어 화전민이 되어 살던 주민들이 짐승들로부터 농작물을 보호하기 위해 밭마다 울타리를 쳐 놓아 마을을 지나고 '시온 바뚜보루 교회'까지 가는 데에도 몇 번이나 그 울타리를 타고 넘어가야만 했다.

동티모르에 살면서 내가 내린 '오지'의 정의가 있다. "오지는 차가 들어가지 못하는 곳이면 그곳이 오지다." 바뚜보루 와우뿌 마을은 오지 중의 오지였다. 오로지 걸어 올라가기에도 너무 가파른 마을, 뭔가 마을 사람들을 위하여 기증하는 물품을 주어도 미안한 것이 모든 짐을 오로지 짐승도 활용이 안 되어 주민들이 다 지고, 이고 가야만 하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산골마을 아래 길이 있는 곳이 바로 2003년 동티모르 땅에 들어와서 처음으로 쉬었다 간 바로 그곳이었다. 이런 인연이…. 그리고 그 이후 2011년부터 2021년까지 턱 끝까지 숨이 차오듯이 그렇게 등산하며 이 마을을 오르내리기를 거듭하는데 이 과정에서 나는 여러 차례 주민들로부터 "우리 마을에 기적이 생겼어요"라는 소리는 들었다.

나의 주 사역현장은 동티모르의 산골마을이다. 이 마을들을 방문할 때마다 가장 마음을 조이며 안타깝게 여기는 것이 있었다. 아이가 아기를 안고 있는데, 워낙 다산을 하다 보니 동생이려니 했는데 그 아이의 아기였다. 경제적으로 열악한 동티모르 산골마을에는 숟가락 하나 덜 듯이 조혼하는 관습과 전통이 있다. 여자 아이가 초경만 하면 지참금을 받고 일찍 조혼을 시켜 버린다. 이 산골마을에서는 여성의 인권이나 여자아이들의 미래는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다짐한 것이 '동티모르의 미래는 교육이다. 교육으로 마을을 변화시켜야 한다'였다.

2018년 당시 김포빛된교회를 담임하던 황창호 목사와 김성열 집사님이 함께 이곳을 방문하면서 2019년, 이 산골마을에 '샬롬유치원'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대구에 있는 '가정복지회'가 그 해 방문하면서 이곳에 초등학교 건축이 시작되어 2020년 2월에 '바뚜보루 와우뿌 메트로초등학교'가 탄생하였다. 2021년 6월 1일, 동티모르의 어린이날에 메트로초등학교는 작지만 처음으로 어린이날 행사를 기획하고 준비했다.

그런데 이 소식이 소재지(리퀴사주) 주지사에게까지 전달되면서 일이 커졌다. 인도네시아 식민 시대부터 지금까지 주지사(지역장)가 이 마을을 한 번도 방문한 적이 없었다. 이유는 이 마을로 오는 찻길이 없다는 것이었다. 마을사람들은 아이들까지 밤잠 자지 않고 학교에 머물며 이 행사를 준비했다. 작은 학교행사가 성대한 마을 잔치가 되었다. 행사 후 주지사 일행은 다시 산을 걸어 내려가야만 했다.

작년 10월, 이 마을로 올라가는 길이 닦여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11월 23일, 나는 차를 가지고 학교 마당까지 짐을 싣고 올라갈 수 있었다. 그들은 또 외쳤다. "기적입니다."



이대훈 목사 / 총회 파송 동티모르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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