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해야 할 것은 당시의 아픔

기억해야 할 것은 당시의 아픔

[ 말씀&MOVIE ] 사라의 열쇠/감독: 질레스 파케-브레네 2011, 18세

최성수 webmaster@pckworld.com
2011년 08월 31일(수) 14:39

성경은 치부와 상처를 숨김없이 드러낸다. 그런 일들이 결코 반복되지 않도로 하기 위함이다. 십자가 사건은 과거(인류의 죄)를 청산하시려는 하나님의 의지의 한 부분이다.

신앙인에게 있어서 과거사 청산은 현재와 미래를 위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래서 회개와 더불어 세례를 강조하는 것이다.

비록 삶의 의미를 규정하는 것은 모든 것을 합력하여 선을 이루시면서 역사를 주관하시는 하나님이 하실 일이지만, 사람으로서 해야 할 일은 더 이상 반복되지 않도록 기억하는 것이며 또 경고의 메시지에 귀를 기울이는 일이다.

그렇다면 과거사를 청산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사라의 열쇠'는 타티아나 드 로즈네가 2007년에 출간한 동명의 소설에 기반한 영화로 이런 문제를 성찰함에 있어서 매우 탁월한 통찰을 주는 작품이다.

독일과의 전쟁에서 패배했던 프랑스 비시 정부는 나치의 하수인으로 전락했다. 유대인을 솎아내라는 요구에 따라 1942년 7월 16일 자국의 경찰들을 동원하여 만 여명의 유대계 프랑스인들을 찾아내어 현재는 내무부 건물이 들어서 있지만 당시에는 경륜장이었던 밸디브에 수용한다.

만 여명의 남녀노소가 모여 있는 곳에 화장실이 하나도 없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당시 상황이 얼마나 끔찍했었는지, 그리고 수용된 사람들의 고통이 얼마나 컸었는지를 알 수 있다. 이들은 이곳에서 며칠을 머물고 난 후에 아우슈비츠로 옮겨졌으며 결코 다시 돌아오지 못했다. 소위 '밸디브 사건'이라 불리는, 프랑스인들에게조차 잘 기억되지 않고 있는 역사의 한 페이지다.

영화 '사라의 열쇠'는 '열쇠'와 '집'이라는 오브제에 얽혀 있는 일화를 매개로 또 그것을 메타포로 삼아 프랑스 역사에서 영원한 오점으로 남아 있는 숨겨진 역사를 들춰내고자 한다.

영화는 비극의 역사를 온몸으로 겪었던 어린 소녀 사라의 삶과 밸디브 사건을 기사화하려는 잡지 기자 줄리아의 탐색 여정으로 구성되어 있다.

줄리아는 사건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자신이 들어가 살 집이 과거 추방당한 유대인의 것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곳에 살았던 사람들 가운데 두 어린아이가 사망자 명단에서 누락된 사실을 알게 된다.

그들이 살아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수소문하면서 줄리아는 집에서 일어났던 일, 특히 사라의 열쇠에 얽혀 있는 비극적인 사건을 접하게 된다.

주위 사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사라를 찾기 위해 나선 줄리아는 그녀와 관련되었던 사람들을 탐문하면서 어린 사라의 트라우마와 그녀의 죽음의 소식을 접하게 된다.

오점의 역사와 그것으로 인해 얻은 집, 그리고 그 집에 얽혀 있는 트라우마를 보여줌으로써, 영화는 내가 살아가는 이곳이 무엇을 기반으로 한 것인지를 직시하도록 하고 또 아무리 고통스러운 기억이라 해도 그런 역사는 결코 은폐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강조한다.

영화가 말하려 하는 것은 분명하다. 우리가 기억할 것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그 때 그 상황에서 어떤 고통스런 삶이 있었는지, 그리고 그것에 대한 트라우마는 어떤 것인지를 온몸으로 기억해내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곳이 과연 어떤 곳인지를 제대로 아는 일이 현재와 미래적인 삶을 위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던져준다.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