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공경과 순종

부모 공경과 순종

[ 디지털시대의효이야기 ]

박철호 목사
2024년 10월 16일(수) 07:00
하나님 또는 부모님을 공경하기 위해서는 '공경'의 의미를 좀 더 분명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선 되새겨 둘 것은 공경은 '무겁게 대한다'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을 무겁게 대하는 것인가? 물론 다양한 해답이 가능하지만 한마디로 말해 그것은 하나님 또는 부모님의 '뜻'이다. 그렇다면 좀 더 나아가 공경과 관련하여 하나님과 부모님의 '뜻'을 무겁게 대한다는 것이라면, 도대체 '뜻을 무겁게 대한다는 것'은 또한 무슨 의미인가? 바로 하나님과 부모님의 뜻에 '순종'한다는 의미이다. 결국, 공경은 순종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언어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이 말한 '가족 유사성(family resemblance)'으로 '개념'을 정의할 때 공경과 순종의 관계는 최상위적 수준으로 친화성을 가지고 있다. 양자 관계의 친화성을 성경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에베소서 6장에서 바울은 양자의 관계를 동일 선상에 두어 친화성을 분명히 한다. 즉, 부모님을 대할 때 행할 것으로, 에베소서 6장 1절에는 부모에게 '순종하라'고 하고, 2절에는 '공경하라'고 하고 있다. 한마디로 성경은 부모를 공경한다는 것은 부모에게 순종하는 것임을 명확히 밝힌다. 이런 면에서 하나님과 부모님을 공경한다는 것은 하나님과 부모님께 순종하여 그의 뜻을 따른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 하나님과 부모님을 제대로 공경하기 위해서 순종의 의미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기독교 효의 관점에서 순종의 개념을 정의하면 '아무런 대가 없이 스스로 자신의 의지에 따라 순순히 하나님이나 타인의 뜻을 따르는 것'이다. 순종을 좀 더 자세히 그리고 분명히 알기 위해 개념적으로 한 가족인 '복종'과 어떻게 다른가를 살펴보자. 헬라어로 '순종'은 '위로부터'와 '듣다'의 합성어이다. 즉 하나님이나 부모님의 말씀을 듣고 그 뜻에 따라 행하는 것이 순종이다. 반면에 '복종'은 헬라어로 공동체 사회 질서구축의 주체인, 하나님이나 부모님 또는 권위자 등에게 항복하여 그 뜻을 따르는 것을 의미한다. 예컨대 하나님께 복종한다는 말은 하나님께 항복한다는 의미이다. 순종과 복종은 하나님이나 부모님의 뜻에 따르는 것에는 의미상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순종과 복종의 결정적 차이는 '강제성'이다. 복종은 종종 어떤 힘의 논리나 권위에 대한 항복의 형태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순종이 비판적 성찰을 통한 이해를 기반으로 행해지는 측면에서 서로 차이가 난다.

또 하나 순종과 복종이 서로 다른 차이를 갖게 되는 요인이 있다. 즉 순종과 복종 둘 다 하나님이나 부모님을 무겁게 대하여 공경하는 면에서 별 차이가 없다고 볼 수 있지만, '대가성'의 유무로 차이가 있다. 우선, 복종과 관련하여 하나님이나 부모님에게 항복하여 그 뜻을 따른다고 할 때 왜 항복할까?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항복하는 이유는 대체로 무엇인가를 상실하거나 손해 볼 것을 두려워하거나, 무엇을 얻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곰곰이 따져 보면 한마디로 복종은 항복에 대한 대가를 염두에 두고 있다. 즉 하나님이나 부모님에게 복종하는 것은, 무엇인가의 대가를 원하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을 염두에 두게 되면 하나님에게 무엇을 바라고 그 뜻을 따르는 복종은 필연적으로 기복신앙으로 연결됨을 알 수 있다.

하나님에 대한 참된 신앙은 대가를 바라지 않는 순종에 기반을 두는 것이 타당하다. 하나님을 두려워하거나 하나님으로부터 무엇을 얻기 위해 하나님께 복종하는 것은 초보적 신앙 단계에서 찾아볼 수 있지만 성숙한 신앙에서는 하나님에 대해 어떤 대가를 바라지 않고 하나님께 순종하게 된다. 히브리서 5장 7~10절에 보다시피 하나님에 대한 온전한 순종의 모범을 보여주신 예수님을 본받는 순종의 신앙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나의 신앙은 복종에 기인하는가? 순종에 기인하는가? 또 한 걸음 더 나아가 나는 지금 부모님에게 순종하고 있는가? 복종하고 있는가?

박철호 목사 / 오직예수교회·기독교효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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