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마을은 우리가 책임진다

우리 마을은 우리가 책임진다

[ 목양칼럼 ]

강대석 목사
2023년 04월 26일(수) 09:28
우리 교회는 교회를 개척한 초대 목사님이 오토바이를 타고 기도원에 다녀오시다 사고로 돌아가셨다. 2대 목사님은 10년 정도 목회를 하다가 교회 건물을 팔고 인근 개발 예정지에 교회를 건축했다. 그리고 교회를 매입해 부임한 3대 목사님은 마을 밖에서 활동하는 시간이 많았다고 한다. 그 목사님의 아들은 약한 지적장애가 있었는데, 가게에서 외상으로 물건을 가져간 후 값을 지불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는 말을 들었다. 목회자가 교통사고로 죽은 교회, 건물을 팔고 이전한 교회, 외상값을 갚지 않은 교회 등 부정적 이미지가 전도와 교회 부흥에 어려움을 주고 있었다.

그동안 교회에 대한 이미지가 얼마나 좋지 않았는지 주변에 방을 세놓은 주인들 중에는 "방을 비워두거나 가축을 키우면 키웠지 교인에게는 절대로 세를 안 준다"는 분도 있었다. 이것이 교회에 대한 마을 사람들의 정서요 분위기였다.

이런 마을에서 교회가 할 일은 오직 예수님의 사랑을 실천 한 것뿐이라고 생각했다. 사역 초기 물질이 없던 우리 부부는 몸으로 할 수 있는 일부터 시작했다. 그 중 한 가지가 몸이 아픈 할머니를 병원에 모시고 다니는 것이었다. 할머니가 아프다는 것과 정기적으로 병원을 다녀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 우리 부부는 직접 할머니를 찾아갔다.

할머니는 그 날도 병원에 가실 채비를 하고 있었다. "저희가 모시겠다"며 정중히 설득해 차에 태워 병원에 갔는데 할머니는 병원 계단을 올라가지 못하셨다. 지금까지는 버스를 타고 겨우 병원에 도착하면, 남편이 할머니를 업고 계단을 올라갔다고 한다. 연세 많은 할아버지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짐작할 수 있다.

이때부터는 필자의 아내가 나서서 할머니를 업고 병원을 다녔다. 시간이 지나면서 할머니가 집에서 차를 타러 나오는 것조차 힘들어졌고, 아내는 집에서 할머니를 업고 나와서 차에 태우고 병원을 다녔다. 그때 동네에서 비디오가게를 하던 젊은 부부가 그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며 교회에 등록하는 일도 일어났다. 또 마을 통장의 어머니가 쥐에 손가락을 물렸는데, 생명이 위험할 정도로 악화됐다가 회복하고 퇴원할 때 필자가 병원비 일부를 지원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마을에 게시판을 설치해준 일, 버스 종점에 노선표를 설치해준 일, 마을 안길 청소, 반찬 나눔, 경로잔치, 봄꽃놀이, 단풍놀이 등 마을과 주민을 섬기는 일에 최선을 다했다.

그 결과 돼지를 기르면 길렀지 교인들에게는 방을 세주지 않겠다고 하시던 아주머니가 교회에 출석하며 집사로 봉사하다 돌아가셨고, 교회에 나오지 않는 주민들도 "요즘 교회 운영이 괜찮아? 손님이 많아야 할텐데"라며, 필자를 걱정해 주기도 한다.

이런 저런 이유로 교회에 출석은 못하고 있지만 교회와 목사를 칭찬하고 우호적으로 생각하는 주민들을 볼 때마다 감사하게 된다. 필자의 사역이 교계에 알려지면서 기독교윤리실천운동으로부터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교회상'을 받기도 했다. 정말 큰 영광으로 생각한다. 모든 교회가 하나님의 교회이고, 모든 교회의 하나님은 같은 하나님이시기 때문에, 동일한 은혜가 모든 교회에 임할 것으로 믿는다.

강대석 목사 / 화전벌말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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