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한 곳에 도움을 나누는 삶

필요한 곳에 도움을 나누는 삶

[ 목양칼럼 ]

신민섭 목사
2024년 09월 18일(수) 10:16
때때로 "TV가 안나와요", "전기가 안 들어 와요", "보일러가 안 돌고 방이 냉방이에요"라는 SOS를 받는다. 그 시간이 낮이든 밤이든 홀로 지내시는 어르신에게는 긴급이다. 드라이버, 또는 플래시를 들고 달려간다. 당연히 필자는 그 분야에 문외한이다. 그럼에도 나이 드신 성도님들이 어려운 문제에 직면해 요청할 때 "난 그런 것 못해요"라고 할 수 없어 달려간다. 낮시간이나 되면 그래도 지인에게 어디를 고쳐야 되는지 물어서라도 고쳐 본다. 그런데 감사한 것은 분명 문외한인데 여기저기 만지면 고쳐지는 경우가 많아 어쩌다 기술자(?)가 됐다.

밤 11시 30분경 전화가 울렸다. 집 옆 고랑에 빠져나오지를 못한다는 응급출동 전화다. 여집사님이기에 아내를 깨워 함께 달려가니 전화기 잡은 손만 밖으로 나오고 몸은 작은 시멘트 고랑에 갇혀 있다.

또 다른 날 새벽 2시경 갑자기 전화가 울렸다. 깜짝 놀라 받으니 "몸이 너무 아파 병원에 가야 하는데, 좀 태워주실 수 있어요?"라고 하신다. "네. 빨리 준비하고 나갈게요." 그야말로 잠자다가 일어나서 급하게 준비하고 뛰어나간다. 읍내까지 15분 거리다. 접수하고, 검사할 곳 모시고 다니고, 링거주사 맞으며 응급처치한 뒤 "오전에 다시 진료 오세요"라는 이야기를 듣고 다시 모시고 들어오는데 어렵게 말씀하신다. "목사님 감사해요."

가만히 생각해 보면 119에 전화할 줄 몰라서가 아니다. 병원에 태워다만 주고 철수해야 하는 119보다는 끝까지 옆에서 같이 있어 줘야 할 사람이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끝나면 집에까지 다시 태워다 주어야 할 사람이 필요한 것이다. 이런 사실을 인지하기에 모든 처치 끝나고 집에 가도 된다 할 때까지 기다리고 집으로 모시며 기도해 드린다. 한밤중의 비상 출동을 마치고 교회로 향하니 새벽기도 드릴 시간이다.

이런 상황을 겪고 나면 "목회가 뭘까?", "나는 뭐하는 사람이지?"라고 나 자신에게 물어본다. 이때 마음에 "군대의 5분 대기조"라는 답이 떠오른다. 신속 대응 위한 늘 대기하는 목사의 현재이다.

물론 이런 상황은 내가 자초했다. 나이 드신 분들, 특히 홀로 계신 분들께 "급한 일 생길 때 도시에 있는 자녀에게 연락하면 오는데 하루 걸리니, 무조건 교회로, 제 핸드폰으로 연락하세요"라는 말씀을 자주 드렸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런 상황은 힘들고 어려움의 상황이 아닌 내 가족, 우리 교인의 어려움에 동참함이요, 나눔이요, 섬김이 되어가며, 이 모습이 교회공동체가 서로 돌아보는 삶을 살아가게 된다.

교회는 예수님 안에서 가족된 공동체이다. 가족의 가장 큰 특징이 뭔가? 피를 나눔, 즉 혈연공동체가 가족이다. 형제자매는 혈연공동체이기에 서로 돕고 하나 되지 않는가?

우리 교인들에게 "우리는 피를 나눈 가족입니다"라고 말하면, "우리가 무슨 피를 나눈 가족이에요?"라고 묻는 분들이 있다. 그때 필자는 "예수님의 십자가의 보혈의 피를 나눈 형제자매요, 가족이지요"라고 말한다.

그렇다. 목회는 믿음의 가족을 돌보고, 믿지 않는 이웃에게 가족이 되게 하는 것이다. 가족으로서 어려움에 처하고 힘듦에 있는 교회공동체 가족들을 위해 함께 기도 드리고, 살피고, 필요시 달려가야 한다.

오늘도 세상을 향한 응급실처럼, 언제 출동해야 할지 모르며 정신 차리고 대기하는 119 구급대처럼 우리 교인뿐 아니라 동네 분들이라도 언제, 누가 위급한 상황에서 나를 부를지 모르기에 사택의 전화, 핸드폰을 24시간 오픈해 살아가고 있다.



신민섭 목사 / 군서제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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