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프로그램

최고의 프로그램

[ 목양칼럼 ]

김종하 목사
2024년 09월 18일(수) 08:25
곡강교회로 부임하고 교회의 전체적인 지향점을 '쉼, 회복, 나눔과 섬김의 공동체'라는 주제로 정했다. 프로그램이나 일로 분주한 교회보다는 예배를 중심으로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으로 회복을 경험하고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로서 나눔과 섬김을 실천하는 공동체가 되고자 하는 모토였다.

교회에서 나눔과 섬김을 위해서 여러 가지 이웃을 돌아보는 일을 시작했다. 그러다 시작한 것이 우리 손으로 직접 할 수 있는 집수리였다. 처음으로 만난 집이 인근 칠포리에 위치한 양광덕 씨의 집이었다. 그 집은 동네에서 조금 벗어나서 뒷산 중턱에 자리 잡고 있었는데, 다 쓰러져가는 흙담으로 지탱하던 집의 부엌을 고쳐 입식으로 만들고 보일러 수리 공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공사를 하던 중 위태했던 흙벽이 무너졌다. 수리를 해주고자 시작한 일이 그만 집을 무너뜨리는 일이 되어 버렸다. 난감하기 이를 데 없었다.

'결자해지'라고 하는 수 없이 어렵지만 집을 새롭게 짓기로 했다. 오솔길을 따라 산 중턱에 자리 잡고 있는 집이어서 차는 물론 리어카도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자재를 직접 들어서 나르는 수밖에 없었기에 그렇게 벽돌 한 장부터 모든 자재를 교인들의 손과 등으로 지어서 올렸다. 집으로 올라오는 사람이나 한번 내려갔다 오는 사람은 빈손으로 오는 법 없이 벽돌 한 장이라도 들고 와야 했다. 평일에는 인근 해병대원들의 힘을 빌렸고 평일 퇴근 후 시간과 주말에는 온 교우들이 나와서 그 일을 함께했다. 어린아이들도 벽돌 한 장을 들고 그 길을 올랐다. 들어가는 건축비는 교회의 재정과 교인들이 십시일반으로 특별헌금을 하여서 충당하였다. 그렇게 기적적으로 산 중턱에 아담한 새로운 집이 지어졌다.

그렇게 땀 흘려 집을 짓고 난 후 집주인 양광덕 씨 부부와 함께 준공예배를 드릴 때의 기쁨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이 일은 우리 교우들에게 크나큰 보람과 자신감을 심어 주었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우리 교회는 매년, 혹은 격년으로 주변 지역에 주거환경이 열악함에도 스스로 집을 지을 수 없는 형편에 처해있는 사람들의 집을 지어주기 시작했다. 이 프로젝트를 '사랑의 집짓기'라 명했다.

그렇게 사랑의 집짓기로 지난 20여 년간 16채를 지었다. 집을 짓는데 우리가 다 할 수 없는 세밀한 기술이 필요한 곳에는 기술자를 불러서 하고 나머지는 우리 성도들이 땀 흘려 손수 봉사했다. 교회 재정에서 모자라는 부분은 항상 교인들이 자발적 헌금을 했기에 금액이 모자란 적은 없었다. 우리는 농담으로 그 집값을 다 모으면 교회 하나는 짓고도 남았을 거라며 웃는다.

하지만 그렇게 나눈 물질이나 성도들의 땀방울이 아까웠던 적은 없었다. 왜냐하면 그 일로 인해 받은 은혜가 더 크기 때문이다. 사랑의 집짓기 대상자들은 대부분 시골에서 장애를 가지고 있거나 찢어지게 가난해서 평생 새집 한 번을 지을 수 없는 사람들이 대상이었다. 시골 어르신들에게 평생의 숙원은 자기 손으로 새집을 짓고 살아보는 것이다. 그러니 그들이 평생을 꿈꾸어도 짓지 못하던 집을 소박하지만 짓고 살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기쁨이겠는가? 입택((入宅))할 때 그분들의 환한 웃음은 우리의 모든 피로를 씻어주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그보다 더 큰 보람이 있다. 봉사하는 교우들의 얼굴에서 나타나는 미소와 삶의 보람이다. 집을 한 채 짓고 나면 사람들은 다음 집을 지을 것을 기대했다. 교우들에게 물질로 헌신하고, 쉬어야 하는 밤이나 주말에 섬기면서 힘든 것보다는 기쁨과 보람이 더 크게 자리 잡았다. 그 나눔과 섬김의 기쁨과 보람 속에서 성도들의 신앙도 함께 자랐다. 그래서 필자는 교회의 최고 프로그램은 나눔과 섬김이라 생각한다.



김종하 목사 / 곡강교회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