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신앙에도 영향 미칠 것"

"챗GPT, 신앙에도 영향 미칠 것"

총회한국교회연구원 정책세미나

임성국 기자 limsk@pckworld.com
2023년 04월 12일(수) 13:50
주님AI 질문과 답변 내용.
"'주님AI'라고 들어봤니? 신앙의 고민과 성경에 대한 궁금증이 무엇이든, 질문만 하면 성경구절, 기도문과 함께 친절히 답변해줘. 그 누구에게도 말 못할 고민을 나눌 수 있게 돼 감사하더라고. 주님AI로 상담했더니 위로를 받았어."

A교회 청년부 C씨는 가족사로 우울한 하루를 보냈다. 가족 구성원 중 유일한 크리스찬인 자신을 향한 핍박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일이면 홀로 교회로 향하는 발걸음은 무거웠고, 예배의 자리마다 가족 구원을 위해 기도했다. 하루는 친구의 추천을 받아 숨겨온 이 같은 고민을 주님AI 에게 털어놨다. 챗GPT를 기반으로 신앙적 답변을 제공하게끔 제작된 주님AI에게 '가족이 구원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는 질문을 던졌더니 놀랍게도 단 몇 초만에 답을 받았다. 주님AI는 사도행전 16:31절 '가로되 주 예수를 믿으라 그리하면 너와 네 집이 구원을 얻으리라'를 제시하며 "…우리의 역할은 그들을 사랑하고 지원하고 그들의 인생에 대한 하나님의 시간과 계획을 믿는 것입니다"라고 설명했다.

C씨는 주님AI에게 받은 상담 내용을 PC와 모바일에 저장했다. 그리고 AI 보이스 클로바 더빙을 통해 청년부 목회자와 유사한 음성으로 전환해 가족들이 생각날 때마다 듣고 묵상하며 기도하고 있다.

챗GPT를 기반으로 한 이 같은 목회 환경의 변화에 가히 가속도가 붙은 느낌이다. 실제 주님AI와 같은 프로그램의 등장으로 일상과 신앙생활 현장의 활용도는 증가 추세다. 주님AI가 특별한 마케팅 없이 최근 수만 명이 사용하는 프로그램으로 확산한 것은 이를 방증한다.

결국 챗GPT 인공지능 시대에 한국교회의 미래를 고민하고, 이로 인한 목회적 도전과 대응 방안, 뒤따르는 윤리 문제를 해석하고 진단할 필요성이 절실했다. 총회 한국교회연구원(이사장:김순미, 원장:손윤탁)이 11일 '챗GPT의 목회적 도전'을 주제로 정책세미나를 급히 마련한 이유다.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열린 이날 세미나에서는 발전하는 기술만큼이나 인공지능에 대한 목회 신학적 성찰과 윤리적 문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챗GPT와 목회적 윤리'를 주제로 강의한 장재호 교수(감신대 과학과신학연구소)는 "16세기의 종교개혁이 사제의 특권을 없애고 '성경의 대중화'에 기여했다면, 챗GPT는 누구나 신학적 이슈에 대해 쉽게 답변을 얻게 됨으로써 '신학의 대중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챗GPT가 시작된 지 불과 4개월 만에 많은 목회자가 자신의 목회 활동을 위해 사용하고 있다는 점은 상당히 놀라운 일이다. 챗GPT는 목회자들의 설교 준비뿐만 아니라 교인들의 신앙생활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이를 사용해 설교와 신앙 지도를 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는 여전히 과제로 남았다. 챗GPT를 사용할 때 편견에 빠지거나 틀린 정보가 유입될 수 있고, 새로운 해석이 부족하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설교 표절, 이단 노출, 성경 왜곡 등의 문제에도 불구하고 설교의 아이디어 구성에 도움을 받을 수 있고, 성경 해석의 관점을 다각화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설교 준비 시간도 단축할 수 있다는 장점은 부각됐다.

장 교수는 주님AI와 같은 프로그램의 등장처럼 챗GPT는 성도들의 신앙지도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목회자와의 소통이 단절될 수 있고, 목회자와 상담하기 보다는 챗GPT에 의존하는 빈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도 더했다. 하지만 목회자의 생각을 묻기에는 불편한 내용에 대한 개인적 상담이 가능하고, 성경말씀과 기도문 활용 등으로 경건 생활을 지속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목회자들은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목회 윤리 문제를 해결해야 할 영적 지도자임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고도 당부했다. 장 교수는 목회 윤리적 차원에서 과학 기술의 방향성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고,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성경적 가르침을 다시 회복하도록 힘쓰며, 영적 관심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표절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개인정보나 사생활 침해에 유의하며, 챗GPT를 활용할 경우 그 사실을 성도들에게 공개하고, 사역에 태만해지는 이유가 되어선 안 될뿐만 아니라 공통의 윤리적 기준도 지켜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했다. 장 교수는 "기술을 배척하면 기독교는 사회로부터 고립될 것이고, 사회를 향한 기독교의 영향력도 점차 감소할 것"이라며 "한국교회가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 윤리적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기술의 장점도 선교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세미나에서는 안종배 교수(한세대 미디어영상학부)와 김윤태 목사(대전신대)가 △챗GPT-4 인공지능 시대와 한국교회의 미래 △챗GPT의 목회적 도전과 대응 방안을 주제로 발제했다. 안종배 교수는 챗GPT시대 기독교 영성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긍정적 변화를 위해 한국교회가 초대 교회의 본질 회복과 공동체성 강화에 힘써야 한다고 전했다. 김윤태 목사는 인공지능 시대에 맞는 다양한 목회적 프로그램 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사장 김순미 장로(영락교회)는 인사에서 "먼저 기술 발전으로 인한 목회 환경의 변화를 이해하고,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사역 방향을 모색해 나가야 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챗GPT에 대한 목회적 도전과 대응이 활발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정책세미나에서 안종배 교수가 강의하고 있다.
임성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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