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사관 생도인가 선지 생도인가?

그들은 사관 생도인가 선지 생도인가?

[ 미션이상무! ]

황진호 목사
2023년 04월 12일(수) 08:53
국군간호사관학교 생도들이 첫 성경공부 모임을 한 후 찍은 기념사진
성경공부 후 진행된 기도회
추위가 무성했던 지난 2월의 어느 날이었다. 여느 때와 같이 화요예배를 드렸고, 감동과 열기 속에서 예배를 마쳤다. 이후 생도 교제의 시간이 진행되었다. 교제가 마무리되고, 생도들은 생도대(기숙사)로 복귀하려고 하던 그때였다. 몇몇 기독생도들이 필자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대뜸 이렇게 요구했다. "목사님! 저희 신앙으로 훈련시켜 주세요. 교회에서 무얼 하든 무조건 참석할 거예요. 뭐라도 좋으니 가르쳐주세요. 저녁 외출 시간, 안 나가도 좋아요. 그 시간에 성경공부 하고 싶어요. 말씀 배우고 싶어요."

순간 놀란 마음에 눈이 번쩍였다. '요즘 시대에 청년들이 먼저 성경공부를 요청한다고?' 그러나 분명 차분한 어조에 진정성이 있었다. 말씀을 향한 사모함이 느껴졌다. 감동이었다. 그러나 동시에 충격적이기도 했다. "생도생활의 꽃은 외출과 외박"이라 익히 들어왔기 때문이다.

생도들에게 외출과 외박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20대 초반의 사관생도가 생도가 아닌 청년 자체로 존재할 수 있는 시간이다. 그렇기에 휴가를 사모하는 병사들만큼이나 바라고 기다리는 시간이 아닌가. 그래서 순간 놀랬던 것이다. 놀란 마음에 우리 기독생도들이 이상하게 보이기도 했다. 일반 생도들과는 분명 다른 행보였기 때문이다. 필자는 하나님의 은혜가 우리를 변화시킨다는 것에 언제나 '아멘'이다. 그러나 외출까지 포기하면서 성경공부를 한다니! 이것은 은혜를 은혜 그 이상으로 받은 것인지 아니면 이상하게 받은 것인지 헛갈릴 정도였다.

분명 기독생도들은 외출을 포기하고 교내에 머물고자 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교내가 아니다. 그들은 말씀에 머물길 원했기 때문이다. 예수님 안에 거하는 생도가 되길 바랐던 것이다. 이어지는 얘기를 나누며 들어보니, 성경공부와 기독공동체 모임이 시작되고 활성화되도록 기도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니 말씀이 아닌 것에 큰 가치와 비중을 두지 않게 되었고, 이내 외출까지 포기하게 된 것이다.

생도들의 요구는 빠르게 응답되었다. 실은 필자 또한 작년 중순에 본 교회에 부임한 이후로 생도성경공부를 두고 기도해왔기 때문이다. 더욱이 우리 교회는 생도들의 영적 성장과 부흥을 두고 훨씬 오랫동안 기도해왔다. 그러니 기도의 스파크가 튀면서, 불이 붙게 된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3월부터 생도성경공부가 시작되었다.

성경공부는 첫 모임부터 은혜였다. 성경공부 모임이 시작되는 것이 감격스러워 우느라 말을 잇지 못하는 생도도 있었다. 모임이 마치고는 카톡 메시지도 받게 되었다. 4학년 기독대표 생도가 보낸 메시지였다. 메시지 전문(全文)이다. "목사님 어제 생도들이 많은 은혜를 받았다고 해요. 이런 공동체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어제 당직이라 참여 못 했는데 다음 주부터 열심히 참석할게요!"

첫 모임으로부터 현재까지 매주 목요일 저녁 생도들이 함께 모인다. 성경을 읽으며 눈물을 흘리고, 말씀을 함께 나누며 울기도 한다. 성경공부시간인지 수련회에 온 것인지 모르겠다. 모임을 거듭할수록 은혜가 차곡차곡 쌓이는 느낌이다. 생도들은 목요일이 기다려진다고 한다. 필자도 기다려진다. 하나님의 말씀이 기다려진다. 하나님의 말씀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은혜 가운데 우리 간호사관 기독생도들이 달리 보인다. 그래서 그런지 자꾸 이런 질문이 든다. "이들이 사관생도인가 구약의 선지 생도인가?" 황진호 목사 / 국군믿음교회·공군 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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