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취미는 무엇입니까?

당신의 취미는 무엇입니까?

[ Y칼럼 ] 기형도 청년 ②

기형도 청년
2023년 04월 05일(수) 10:02
요즘엔 취미를 묻는 사람을 찾기 힘들다. "쉬는 날 보통 뭐하세요?" 라고 물어보지, 콕 집어 "취미가 뭐예요?" 라고 질문하는 사람이 드물다는 말이다. 나는 두 질문의 방향이 아예 다르다고 생각한다. 전자는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물어보는 것이고, 후자는 '당신을 살아있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물어보는 것처럼 느껴진다.

나는 쉬는 날 뭐하나 생각해보면, 미뤄둔 잠을 잔다. 그리고 일어나면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즐기고, 넷플릭스를 본다. 하지만 이것이 나의 취미라고 말하기에는 좀 부끄럽다. 가끔 음악도 듣지만 음악은 누구나 다 듣는다. 영화를 본다고 하기에는 자주 보진 않는다. 그렇다면 인스타그램이 내 취미인가?

이참에 '취미'란 표현을 새로 정의해보고 싶다. "좋아서 즐기기 위해 하는 것, 즐기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라는 사전적 표현이 아니라, "나를 나로 살아있게 하는 것" 이란 표현은 어떨까. 진정한 나의 모습을 발견하고, 알게 만드는 것이 바로 취미 아닐까.

그렇다면 나의 취미는 달리기다. 매일은 아니지만 시간이 나면 3~5km를 달린다. 달리기를 좀 한다는 사람들이 보면 짧은 거리지만, 나에게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충분한 거리다. 1킬로미터에 6분, 5킬로미터에 30분, 운동 시간이나 운동 강도 모두 나에게 충분하다. 평소엔 팔이 달려있는지, 심장은 뛰고 있는지 모르다가도 달리기를 시작하면 조용하던 팔다리와 심장이 존재감을 드러낸다. 이 순간이 내가 달리기를 좋아하는 포인트다.

이렇게 나다워지는 순간이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다. '나는 이런 사람이지'라고 언제든지 재현(再現)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울하고 슬퍼질 때마다 나의 속도로 달리기를 끝내고 돌아오면 자신감과 함께 이전의 나를 회복한다. 달리고 있는 내가 멋있고, 그 순간이 즐겁다. 그리고 새삼 이렇게 뛸 수 있는 시간과 장소, 몸을 허락해주신 하나님께도 감사하게 된다.

나는 크리스찬들이 취미로 하나님을 만나는 접점을 넓혀가면 좋겠다. 하나님께 기도하고, 말씀을 읽으며 마음을 회복하는 모범적인 방법만큼이나 스스로를 쾌활하고 명랑하게 만들 수 있는 일상에서의 취미로 말이다. 피로사회에서는 스마트폰으로 유튜브를 보는 게 취미고, 잠을 자는 게 취미라고 이야기하지만, 그 속에는 '살아있음'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그리고 그 속에는 하나님과 만나는 접점을 찾아보기 힘들다. 취미 생활을 할 때, 다시 말해 살아있음의 감각을 느낄 때 하나님을 느낄 수 있는 지점도 많아진다.

그렇다면 몸과 마음을 살아있게 하는 작은 것부터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까. 우리의 즐거움 속에 하나님을 기꺼이 초청하고, 함께 생기를 누릴 수 있도록. 그래서 이 글을 보는 분들께도 질문하고 싶다. "당신의 취미는 무엇인가요?"

기형도 청년 / 계산제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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