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티'란 말을 처음 들었다구요?

'큐티'란 말을 처음 들었다구요?

[ 목양칼럼 ]

정영수 목사
2023년 03월 29일(수) 16:16
2017년 12월 27일은 필자가 현 교회에 부임한 날이다. 교회는 시골에 흔한 붉은 벽돌 건물이었고, 교인들은 너무도 선하고 순박했다. 사택은 겉으로 보기엔 허름한 주택이었지만, 내부는 깔끔하게 단장돼 있었다. 17년 간 교회를 섬긴 전임자가 은퇴하고, 그 자리에 필자가 부임한 것이다. 젊은 목사가 부임한다는 소식에 교인들은 생활에 불편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서 사택을 수리해 주셨다. 생각해 보면 너무나 감사한 일이다.

담임목회를 시작하며 정한 필자만의 기준이 있었다. 바로 '말씀 묵상만은 절대로 놓치지 않겠다'는 다짐이었다. 이듬해 1월 교인들에게 선물할 큐티책 65권을 구입했다. 주일날 모두에게 나눠주며 "이제 우리 교회는 매일 하나님의 말씀을 묵상하고 삶 가운데 적용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라고 선포했다. 또한 새벽기도회 성경 본문을 큐티 교재와 동일하게 맞춰 보다 쉽게 동참하도록 했다.

당시는 '너무 급하고 무모한 도전 아닐까'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교회가 건강해진 원인이 여기에 있었다. 교인 중엔 '큐티'란 말을 평생 처음 들어본 분도 계셨다. 그리고 여러 예상하지 못한 문제도 발생했다. 어르신들이 보기에 교재의 글씨가 너무 작았다. 다행히 이 문제는 시니어용 교재가 출시되며 해결됐지만, 주위 목회자들의 걱정스런 충고가 이어졌다.

시골교회에서 제자훈련이나 큐티 같은 거 하면 쫓겨날 수 있다는 조언이었다. 하긴 큐티 교재를 구입했던 기독교서점 주인도 "여기서 이런 교재를 사용하기는 어려울 겁니다"라며 염려했었다. 필자는 양쪽 귀를 막고 건강한 교회를 만들어 보겠다는 신념에 앞만 보고 전진했다.

그런데 이런 간절함에 하나님은 응답하셨고, 정말 놀라운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부임한지 7개월 만에 동네의 모든 아이들이 우리 교회 교회학교에 등록하게 됐는데, 토요일에 가진 기도회와 매일 진행한 큐티가 어른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교회학교가 없었던 우리 교회에 초등학생 7명과 중학생 4명이 출석하게 됐고, 그 해 여름엔 처음으로 여름성경학교를 단독으로 진행하는 기쁨을 맛보기도 했다.

교사들도 매일 말씀을 묵상하고 아이들 눈 높이에 맞춰 큐티를 진행했는데, 모든 아이들이 구원열차에 탑승하는 은혜를 얻게 됐다.

변화는 이뿐만이 아니였다. 큐티를 하는 어린이와 젊은이들의 가정이 변화되기 시작했다. 자녀가 말씀을 삶 가운데 적용시키자 가장들이 변화됐다. 일상적이던 음주와 도박에서 벗어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변화를 경험한 교인들은 교회의 중직자로 세워졌다. 그리고 정직한 헌금을 하기 시작했다. 정직한 십일조와 매주 드리는 감사헌금으로 교회 재정도 처음보다 2배가 늘어났다.

교회의 재정이 건강해지면서 이를 토대로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주민들이 요청할 때 목욕탕이나 병원까지 모셔가는 차량봉사였는데, 반응은 매우 긍정적이었다. 어느덧 필자는 '우리 동네 목사'로 불리고 있다. 교회 역시 '동네 교회'라는 별명을 얻었다. 필자가 이곳으로의 부임을 결정하면서 당시 중학교 1학년이던 딸은 전교생 10여 명, 동급생은 1명 뿐인 분교에서 다시 학교생활을 시작해야 했다. 아내와 막내 아들도 처음엔 힘들었지만 잘 견뎌 주었다. 가장의 결정을 믿고 따라 준 가족들에게도 감사를 전하고 싶다.

정영수 목사 / 상옥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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