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의 길 포기 않고, 지켜내는 헌신에 공감을"

"목회자의 길 포기 않고, 지켜내는 헌신에 공감을"

[ 긴급진단 ] 위기의 목회현장을 돌아본다 2. 위기 시대, 목회자 자비량 증가
'사역화의 다양성'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인식전환 중요

임성국 기자 limsk@pckworld.com
2023년 03월 22일(수) 08:44
지난 14일 서울장신대학교 목공수업에 참석한 목회자들이 최근 선교 현장의 상황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자비량 목회를 위해 음식 배달을 하고 있는 목회자의 뒷모습.
"당연한 것처럼 보이지만, 삶의 현장에서 일해보면 성도들이 얼마나 힘들게 일하고, 또 시간을 내어 예배드리고, 그것을 극복하며 신앙생활하고 있는지 깨닫게 됩니다. 목사의 삶, 우리 교회에 주어진 환경만 힘든 것이 아닙니다. 경제 위기 속에서 아파하는 성도들의 삶을 경험하며, 공감하려고 도전할 때 진정한 메시지를 나눌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합니다."(전민재 목사 / 늘푸른목천교회)

지난 14일 서울장신대학교 엘림홀. 서울서북노회 전민재 목사가 목공 수업에 참여한 목회자들에게 강조한 말이다. '우드 스페이스'라는 목공팀의 팀장을 맡으며 목회자를 대상으로 교육을 하고 있는 전 목사는 "위기의 시대, 막막한 목회 환경에서 '안 된다'고 포기할 것이 아니라 '사고 위주'에서 '행동 위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목회자가 전통 가치관에 갇히지 말고 편견을 깨 새로운 도전에 나설 때, 직면한 경제위기와 같은 어려움은 걸림돌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대학에서 건축학을 전공한 그는 "개척 초창기 카페교회로 자비량 목회를 시작했지만 코로나19 후 존폐 기로에 서게 돼 목공 일을 시작했다"며 "지역 사회를 섬기는 무료 봉사 수준의 목공 사역이 이젠 경제위기 속에서도 교회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선교하는 발판이 됐다"고 말했다. 이날 '인테리어 내장목수 전문가 양성과정'에 참여한 목회자들의 사연을 접한 전 목사는 "가만히 앉아서 교회를 지키는 것보다 특수한 현장에서 자비량에 도전하는 목회자를 지원하고 격려하는 정책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하며, "당당하게 사역할 수 있
는 환경을 시급히 구축해야 한다. 주변의 인식 전환도 큰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시급히'라는 단어에 유독 힘을 실었는데, 코로나19에 경제 위기까지 겹친 동역자의 상황을 들여다보니 '시급하다'는 주장은 당연한 이치였다.

위기 때인 만큼 목회 현장의 변화는 빨랐다. 영등포노회 지원으로 이번 교육에 참가한 이종범 목사(예샘교회)는 어려움 끝에 최근 자비량 목회로의 전환을 결심했다. 낡은 교회 공간을 리모델링하기 위해 교육에 참가했지만, 공사비 마련이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이 목사는 "개척교회에 부임한 지 7년 차에 접어들었지만, 경제 위기로 최근 어려움이 가중됐다"며 "다음세대 사역의 일환으로 구청과 연계한 '아동돌봄센터'를 운영하며 부부 활동비 180만 원을 지급받지만, 한계를 느낀다"고 토로했다. 두 자녀의 학원비 고민은 사치가 됐고, 센터 아동을 위해 겨우내 돌린 온풍기 덕인지, 전기요금 고지서를 본 두 눈은 의심이 들 정도였다.

이종범 목사는 "사택 대출이자와 자녀들 학자금 마련 등을 위해 올해 초 시간을 쪼개 음식 배달 아르바이트도 시작했다. 아내는 '궁 해설사'로 활동하고 있다"며 "목회에 전념하고 싶어 작은 공간으로의 이전을 고민했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워 그것마저도 쉽지 않았다. 결국 교회를 지켜내기 위해 '자비량 목회'를 준비하게 됐다"고 전했다.

경기도 광주에서 목회하고 있는 서울동남노회 윤진섭 목사(봉현교회)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지금의 상황에 자족하고 감사하면서도, 마주친 위기는 극복하기 힘든 무게로 느껴진다고 했다. 결국 윤 목사는 야간에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시작했고, 일이 끝나면 곧장 교회로 가 새벽 재단을 지켰다. 노동현장에서 일용직 근로자로 간간이 일하며 생활고를 이겨내기도 했다. 몇 년 후 은퇴를 앞둬 후임자 청빙에 어려움이 없도록 교회 시설 리모델링을 계획했지만, 예산 부족으로 이마저도 쉽지 않아 손수 리모델링을 계획해 이번 교육에 참여하게 됐다. 그는 "교회 성도들이 전부 고령 어르신들뿐이다. 노회에서 지원을 해주셔서 감사하지만, 지출이 늘어 성도들에게 재정적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아 자비량 목회를 고민한다"라며 "작은 교회 목회자들은 대부분 기초생활수급자보다 못한 생활을 하고 있을 것이다. 사례비가 거의 없다 보니 최하위 계층의 생활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현상을 두고 성석환 교수(장신대)는 '인식 전환'을 거듭 촉구했다. 그는 "자비량 목회를 단순히 직업을 갖는 것이 아니라 사역화의 다양성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인식 전환이 중요하다"라며 "기존 교회에 대한 정서적인 어려움이 확산하고, 사역의 유연성과 다양성에 대한 성도들의 열망이 큰 상황에서 우리 교회는 선교적 교회론을 바탕으로 사회적 공공성을 확보해 나가는 노력과 방향이 더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평양노회 민동인 목사(벧엘중앙교회)는 강원도 홍천에 세운 '베델인력소'를 통해 필요한 곳에 인력을 소개해 주며 선교하는 특별한 자비량 목회를 이미 실천해왔다. 하지만 코로나19와 경제위기까지 겹쳐 최근 인력소 문을 닫고 새로운 사역을 모색 중이다. 민 목사는 "선교비지원을 받고 있지만, 늘 마이너스 생활을 하게 돼 결국 봉평 시내에서 외곽 마을로 교회를 이전했다. 하지만 이전에 소요된 대출이자와 운영비 마련이 어려워 힘든 상황"이라며 "자비량 목회가 쉽지 않지만, 아내와 기도하며 목회자의 정체성을 잃지 않도록 힘쓰고 있다. 많은 목회자들이 목회자의 길을 포기하지 않고, 어려운 가운데서도 끝까지 지키내려는 헌신의 이유를 모두가 공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 목사는 교회 이전과 함께 마련한 작은 경작지에서 농산물을 재배 중이다. 나오는 수익금을 교회 운영에 보탤 예정이다. 또 목수 교육과정 수료 후에는 자비량 목회를 위한 협동조합 등의 활동에 참여하며 경제적 위기를 극복해 나가겠다는 각오다.

카페교회를 운영하는 서울서북노회 조기호 목사(파주소망교회)는 지난 해 7월 카페교회를 설립하자마자 경기 침체가 이어졌다. 지난해 말부터는 카페 수익이 하향 곡선을 그렸다. 물가 상승으로 지출은 증가했지만, 오히려 수입은 줄어 피해는 점점 커지고 있다. 조 목사는 "교회자립대상 지원도 올해로 끝나게 된다. 없으면 없는 대로 감사해 왔지만, 이젠 카드빚으로 생활비를 충당하고 있다"라며 "솔직히 생활비 마련을 위해 자비량 목회를 결심했다. 이제 작은 교회 목회자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뭘 준비해야 하는지, 정책적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같이 급변하는 목회 환경과 관련해 총회 자비량목회연구위원회 위원장 홍정근 목사는 지난 107회 총회에서 자비량 목회가 허락된 만큼, 수 회기 내 더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총회와 노회는 자비량 목회에 의지를 갖고 도전하는 분들을 격려하고 독려하는 장치를 신속히 마련해야 한다. 자비량 목회자들은 더욱 연대하고 협력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구축할 필요도 있다"라며 "자비량 목회가 급속히 증가할 것이 예측되는 만큼 자비량 목회자들을 위한 매뉴얼, 교육 방향과 내용을 세워나가는 데 힘을 쏟겠다"고 전했다.

하지만 위기 시대 속에서도 목회자들은 더욱 본질에 집중하고, 신앙의 질적인 부분에서 영적 성장할 수 있도록 모든 힘을 쏟아야 한다는 조언도 있다. 김태황 교수(명지대 국제통상학과)는 "교회가 꼭 재정적으로 넉넉해 부유하고, 성도들이 많아지는 것이 영적 부흥이며, 그것이 우리 교회가 나아가야 할 바람직한 목적이 되겠느냐는 근본적인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물질이 풍요한 교회는 물질만능주의에 따른 세속화로 세상의 공격을 받았던 것을 기억해야 한다"라며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일수록 교회는 교회보다 어려운 지역 사회를 돌아보고, 섬김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한 단계 더 고차원적인 방식으로 문제에 대한 답을 내어 우리 성도들과 세상에 제시해야 한다. 그것이 목회의 본질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라고 주장했다.임성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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