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도 결혼의 형태...출산은 결혼과 별개

동거도 결혼의 형태...출산은 결혼과 별개

가족의 개념 다양화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22년 08월 12일(금) 14:01
가족의 사전적 정의는 '주로 부부를 중심으로 한, 친족 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집단'이며 민법에도 '배우자, 직계혈족 및 형제자매' 혹은 '직계혈족의 배우자, 배우자의 직계혈족 및 배우자의 형제자매'를 가족으로 규정한다. 이러한 가족의 개념이 최근 시대의 흐름을 따라 급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결혼 제도의 붕괴다.

지난 3월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혼인·이혼통계'에 따르면 2021년 혼인건수는 19만 건으로 통계작성을 시작한 1970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10년 전 대비 42%p나 감소한 수치이며, 특히 2020년 코로나19 발생 이후 혼인건수가 급감해 2019년 24만 건에서 2021년 19만 건으로 2년사이 21%p가 감소했다.

지난 5월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이 '결혼, 반드시 해야 할까'를 주제로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결과 '결혼을 해야 한다'는 응답은 43%에 그쳤다. 반면 여성과 2030 젊은이 60% 이상이 '결혼은 해도 좋고 하지 않아도 좋다'고 답했으며 '결혼 의향'에 대한 질문에는 미혼 여성 35%(미혼 남성은 59%로 여성보다 높다)만 긍정적인 답을 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 1인 가구가 716만 6000가구로 1년 전보다 52만2000 가구(7.9%p)가 증가했는데 1인 가구가 700만명을 돌파한 것은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1980년 이후 처음이다.

또한 혼인으로 시작해 출산으로 가족을 구성하는 가장 오래된 제도 또한 흔들리고 있다. '결혼을 해도 자녀를 갖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에 응답자의 56%가 동의했고, 20대는 무려 84%가 (30대는 75%, 60대 이상 33%)찬성했다. 무엇보다 응답자의 48%가 '결혼하지 않아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고 답해 '비혼 출산'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부정보다는 긍정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 전 동거'도 결혼의 형태로 인정하는 움직임이다. 응답자의 52%가 '결혼을 전제한다면 해도 괜찮다'고 답했고, 30%는 '결혼을 전제하지 않았더라도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답했다. '결혼을 전제하지 않았더라도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응답의 경우 60대 이상은 11%만 동의한 반면 20대 46%, 30대는 44%로 나타나 세대별 '가족'의 인식차가 분명하며 특히 MZ세대들은 동거를 결혼 형태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으로 분석된다.

사회가 규정한 '정상가족'의 형태도 다양화되고 있다. 지난 1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며 지난해 비친족 가구는 1년 전보다 11.6%로 증가한 47만 2660가구로 조사됐다.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많은 수치다. 비친족 가구란 시설 등에 집단으로 거주하는 가구를 제외하고 일반 가구 가운데 친족이 아닌 남남으로 구성된 5인 이하 가구를 의미한다. 결혼을 하지 않고 가족이 아닌 친구와 연인이 함께 살겠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지난해 전국 성인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가족실태조사에서도 응답자의 82%가 사실혼·비혼·동거 등 '혼인이나 혈연관계가 아니어도 생계와 주거를 같이 하는 사람이 앞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데 동의했다. 이 조사에서는 20대가 특히 비혼 독신(53%), 비혼 동거(46.6%), 결혼 후 무자녀(52.5%)에 동의했고 10대 또한 비혼독신(47.7%), 이혼·재혼(45.0%), 무자녀(47.5%)에 대해 긍정적이었다.

지난 8월 기획설문조사 '우리는 가족일까요-가족의 범위와 정상 가족에 대하여'(여론속의여론)에 따르면 여성과 20대, 미혼남녀가 생각하는 '정상가족'의 범위는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특히 여성은 남성에 비해 무자녀가족(여성 81%, 남성 70%) 미혼모가족(여성 63%, 남성49%) 미혼부가족(여성 61%, 남성 46%) 동성(同性)가족(여성 36%, 남자 23%)을 정상가족으로 인식하고 있었으며 20대 역시 가족 형태와 상관없이 '정상가족'으로 보는 인식이 높았다. 특히 '동성가족'이 정상가족이라는 응답에 51%가 긍정적으로 답했고 10명 중 6명은 반려동물도 '나의 가족'이라고 답했다.

지금 세상은 사회가 규정한 부모와 자녀로 이루어진 '정상 가족(?)'이라는 인식의 대전환이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가족의 변화와 붕괴사이에서 기독교계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종교사회학자 정재영 교수(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는 "사회가 다양화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교회는 이러한 현실을 인정하면서 역할을 고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신학의 관점에서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청년들이 결혼을 거부하고 비친족 공동체를 이뤄 살아가는 것은 여러가지 복잡한 사회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는 정 교수는 "그들의 선택을 정죄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들이 신앙을 잃지 않고 교회공동체에서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교회가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특히 교회의 소그룹이 그런 역할을 잘 하고 있는지 되짚어보고, 신앙적인 가치나 성경을 가르침을 통해 함께 토론하고 설득하며 이해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 교수는 "1인가구, 비혼동거, 미혼모·부 가족 등 다양한 가족의 형태가 교회도 예외가 아니다"면서 "청년들의 현실에 대해 고민하고 이해하고 대화하고 설득해야 하는 것은 이제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새롭고 다양한 가족의 형태에 대한 염려도 있다. 노치준 목사는 "지금의 변화들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아직 가보지 않은 길이기 때문에 향후 일어날 역기능도 생각해봐야 한다"면서 "지금과 같은 가족의 변화는 일종의 대안가족으로 시간과 공간 마음을 함께 공유하는 등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는 있지만 정책 법제도 등 그 이면에서 일어날 차별적인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최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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