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들에게 배우는 지혜

닭들에게 배우는 지혜

[ 주간논단 ]

전규택 목사
2022년 04월 12일(화) 08:22
환경센터로 일하러 가면 가장 먼저 들르는 곳은 닭장이다. 자식처럼 생각하는 닭들이 먹이를 달라고 모여든다. 모이를 주다 보면 참 귀한 장면을 본다. 일반적으로 생각하기에는 힘센 수탉들이 먼저 자신의 몫을 챙길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 암탉들이 다 먹을 때까지 수탉들은 보초를 서면서 지킨다. 암탉들의 식사가 다 끝난 뒤에야 강한 수탉들은 먹이활동을 하는 것이다.

닭의 모습을 보면서 동물의 세계는 약육강식의 논리뿐이라 생각하며, 막연히 인간이 더 나을 것이라고 믿는 우리의 무지를 돌아보게 된다. 어쩌면 우리에게는 동물보다 부족한 때가 많을지도 모르겠다. 우리의 탐욕은 그칠 줄 모르지만, 동물들은 배가 고플 때 먹을 만큼만 사냥할 뿐이다. 강한 이들이 약한 이들을 착취하는 일상이 펼쳐질 때 수탉들의 양보와 배려에서 교훈을 얻는다.

제국과 힘의 논리 아래 고통을 당하는 우크라이나의 시민들, 젠트리피케이션으로 권리금도 받지 못하고 쫓겨나는 이들을 생각해본다. 멀리서 찾을 것 없이, 교회는 다를까? 부끄럽게도 그렇지 못한 것 같다. 하나님께 돌아가야 할 권위를 자신에게 돌리는 목회자들이 많고, 권력과 힘을 가지고 약한 이들을 멸시하면서도 거룩한 신앙인인 양 살아가는 교인들도 있다. 작고 연약한 이들을 어떻게 섬길지 보다는 어떻게 하면 진영을 만들어 더 높은 자리에 오를까 고민하는 이들이 교단과 교회에 많아 보인다. 세상 어떤 직업보다도 늦은 나이에 은퇴할 수 있는데도 만족하지 못하고 계속 자리를 지키는 어른들, 선배들도 있고 그들 뒤따르려는 후배들도 있어 보인다. 그뿐인가 인구 절벽에서 뼈를 깎는 심정으로 새로움을 찾아야 하는 신학교를 좌지우지하려 욕심내는 어른들을 보면, 입학생 수가 미달이라는 뉴스가 어쩌면 당연하겠다 싶은 마음이다.

말씀과 예배를 통해 우리의 삶을 돌아보는 것에 더해 자연의 섭리에서도 하나님의 마음을 발견할 수 있어야 하겠다. 개미에게 부지런함을 배우라는 말씀처럼 오늘은 닭을 보면서 배운다. 꼭 필요한 것만을 구하는 가난한 욕심, 강할수록 약한 이들을 더 생각하고 돌아보는 든든한 힘이 오늘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지혜일 것이다.

약한 닭을 지키는 강한 닭의 습성을 처음 발견했을 때 닭들에게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니?' 물었었다. 지금 우리 한국교회는 '대체 왜 저렇게 살지?'라는 질문과 손가락질을 받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우리의 목회와 교회 섬김의 의미, 가치를 바로 알고 돌아본다면, 자연에서 배운 하나님의 마음처럼 살아보려는 이들이 많아진다면, '대체 왜 저렇게 살지?'라는 질문이 '대체 어떻게 저렇게 살 수 있을까?'로 바뀔 수 있지 않을까?

오늘도 힘써 살아가는 닭들에게서 하나님의 마음을 배울 수 있어 좋다. 교인들이 불편함을 무릅쓰며 모아 온 남은 음식물에 미생물을 더해 만든 사료를 오늘도 넉넉히 먹이러 가야겠다.



전규택 목사 / 김포 아름다운 교회 담임, 환경운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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