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가 답이다

기도가 답이다

[ 논설위원칼럼 ]

이정우 목사
2024년 09월 23일(월) 08:49
포수(抛數)들이 많다. 수학을 포기한 수포자들이다. 지난해 대학수학능력 시험 시 제2교시 수학영역을 응시하지 않은 수험생이 20명 중 1명꼴이라고 한다. 입시제도의 특수성도 있지만 5%가 수학을 포기한 것이다. 산수 문제는 쉬운데 수학 문제는 어렵다는 방증이다.

수학 문제를 푸는 원리가 있다. 그것은 어려운 수학 문제를 쉬운 산수 문제로 바꾸면 된다. 수학문제는 수많은 덧셈, 뺄셈의 산수 문제가 복잡하게 얽히고설켜 있다. 복잡하게 섞여 있는 수학 문제라 할지라도 산수 문제로 정리하는 것이 수학 문제를 푸는 원리이다. 어려운 수학 문제를 풀어서 헤치고 잘게 쪼개고 쪼개면 결국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덧셈, 뺄셈의 산수 문제가 된다. 이것이 수학 문제를 푸는 원리이다. 그래서 수학 문제를 풀 때 공식이 중요한 것이다.

교회에는 포기(抛祈)한 자들이 많다. 기도를 포기한 기포자들이다. 교회, 노회, 총회는 거룩한 성도들의 모임이기에 성 노회, 성 총회라 부른다. 그러나 그 속을 들여다보면 거룩함도 있지만, 거룩함을 집어삼키는 사건들이 풀 수 없는 수학문제가 되어 몸에 생긴 암처럼 고통과 아픔, 갈등과 미움으로 서로가 적이라 생각한 아군 폭격기로 피차 거룩성을 파괴한다. 아무리 어려운 문제들도 기도하면 어려운 수학문제가 쉬운 산수문제로 나누어지듯이 선명하고 투명하게 드러나 쉽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포기한 사람들이 묘책을 간구하니 풀 수도 없고 더 어려운 문제로 확장시킨다.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생생하게 보여준 사건이 창세기부터 나온다. 한 가족사의 뿌리 깊은 갈등의 문제이다. 이삭과 리브가의 쌍둥이 아들 에서와 야곱이다. 에서와 야곱은 세상에 나오기 전부터 태중에서 싸웠다. 나이가 들면서 아버지의 재산 문제로 형제간 묘한 심적 갈등이 생긴다. 그것은 유산의 두 몫을 받을 수 있는 장자권이다. 야곱은 그 장자권을 얻기 위해 형 에서의 배고픔을 이용하여 팥죽 한 그릇으로 형으로부터 장자권을 샀다. 그 후 아버지 이삭이 에서에게 마지막 축복을 행하고자 할 때 이 사실을 인지한 리브가가 야곱과 모의하여 눈이 어두운 아버지를 속여 축복 기도를 가로챈다. 이 일로 분노한 에서는 동생 야곱을 죽이려고 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리브가가 그의 친정으로 야곱을 피신시킨다. 이 일로 형제간 원수 관계로 돌변한다. 응어리진 형제간의 문제를 푸는 다양한 방법들을 성경은 우리에게 보여준다.

먼저 리브가가 택한 방법은 시간이다. 야곱을 일단 피신시켜 세월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해결되리라 본다. "내 아들아 내 말을 따라 일어나 하란으로 가서 내 오라버니 라반에게로 피신하여 네 형의 노가 풀리기까지 몇 날 동안 그와 함께 거주하라. 네 형의 분노가 풀려 네가 자기에게 행한 것을 잊어버리거든 내가 곧 사람을 보내어 너를 거기서 불러오리라 어찌 하루에 너희 둘을 잃으랴(창 27:43~5)." 몇 달 지나면 해결될 것으로 생각한다. 세월이 약이란 생각이다.

둘째, 형이 택한 방법은 힘을 사용하는 것이다. 야곱이 도망간 이후 20년간 400명의 군사를 훈련했다. 기회만 되면 동생에게 무력을 쓰겠다는 것이다.

셋째. 야곱이 택한 방법은 뇌물을 주는 것이다. 에서를 위해 엄청난 양의 예물을 보냄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즉 꾀 많은 야곱은 뇌물을 주면 형의 마음이 풀어지리라 생각한다.

이 세 가지 방법들은 우리가 문제 앞에 그 문제를 푸는 일반적인 방법들이다. 그러나 꼬인 문제들은 시간이 흘러도, 힘으로도, 또한 뇌물로도 해결되지 않는다.

마지막 방법은 기도이다. 이 문제를 푼 것은 야곱의 '얍복강의 기도'이다. 기도는 '내 뜻을 내려놓고 하나님의 뜻을 따르는 것'이다. 나의 힘의 근원이 깨어질 때이다. 그때 야곱과 에서의 얽힌 문제가 해결된다.

수학은 정답을 맞추려고 배우는 것이 아니라 결론에 이르기까지 논리적으로 추론하고 상상력을 동원해 창의적인 해법을 고민하는 과정 전체를 배우는 것이듯 우리의 문제도 자기 방법의 정답을 도출하는 것이 아니라 기도 앞에 우리의 방법인 힘의 원천이 무너질 때 비로소 쉬운 산수문제가 되어 브니엘의 은총을 맛보게 된다. 기도가 답이다.

이정우 목사 / 안동서부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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