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아들 그 길을 가다

아빠와 아들 그 길을 가다

[ 목양칼럼 ]

신현주 목사
2022년 03월 30일(수) 08:34
필자는 모태신앙으로 태어나 줄곧 지금까지 교회 안에서 자라 목회자가 되었다. 모교회는 작은 시골교회로 동네를 바라보는 골목길을 올라 언덕 위에 고즈넉하게 세워져 있었으며 교회 입구에 작은 종탑이 있어 예배시간을 알리는 종소리가 온 마을로 울려 퍼져 불신자들도 정겹고 때에 따라 시간을 알리는 종소리였다. 나는 그 종을 목사님 옆에서 종종 치곤 했다. 성장의 환경에서 세상 경험이 없는 내게 목회자에 대한 동경은 최고였고 교회는 거룩함과 아늑한 부모님의 품 같은 것이기에 모든 것이 선망이었다. 이런 좋은 환경이 후에 목회자가 되고자 하는 동기로 작동한 것 같다. 열심히 모든 것에 충성과 성실함으로 일관하여 현재지역의 교회에서 23년 동안 목회를 하고 있으니 너무 행복하고 감사할 따름이다.

어느 날 고3이 된 아들이 자신도 아빠처럼 목사가 되어야 하겠다고 했다. 아빠 후배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말에 기쁨과 걱정이 갑자기 밀려왔다. 아들과의 깊은 대화를 통해 부르심의 동기와 각오에 대해 물으니, 나름대로 타당한 이야기를 했으며 매우 진지했다. 그러나 아빠로서 아들이 목회자의 길을 간다는 것이 그리 유쾌하지 않았다. 목회 환경이 그리 좋지 않은 것과 이 길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지 갈수록 잘 알기 때문이다. 어머니께서도 과거 내가 목회자의 길을 선택할 때 말린 적이 있으셨다. 힘든 길인데 왜 그 길을 가려고 하는지 큰 걱정과 염려를 하신 적이 있으시다. 지금은 아들 목사를 대견하고 감사하게 생각하시면서 평생 뒤에서 기도와 마음을 아끼지 아니하신다.이제 아버지가 되어 아들이 그 길을 간다는 생각에 매우 다양한 생각이 들었다. 그 이유를 나름 대로 이렇게 생각해 본다.

우리 교회는 작은 지방에 속해 있지만 아담하고 현대적인 건축으로 지어진 숲속 교회이며 그 밭이 좋아 다툼과 갈등의 모습이 적은 교회이다. 아름다운 성장으로 규모도 있고 아빠의 삶과 생활이 좋아 보인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 어릴 때부터 아빠와 교회에 대한 자부심이 컸고 좋은 모습만 보이니 목사의 길과 교회에서의 삶이 미래의 또 다른 자신의 모습과 삶의 선망처럼 보인 것 같다. 교회에 대한 이미지와 목회자에 대한 좋은 인상은 많은 청년들에게 교회와 성직에 대한 긍정성과 선망을 심겨주었다. 그리고 그리스도인에 대한 자부심을 갖게 했다.

이런 이유로 목회자, 장로, 권사, 선교사, 사모 등 다양한 성직에 대한 동경과 미래에 '나도 그분처럼 되겠다'는 꿈을 품은 이들이 많은 시절이 있었다. 그리고 교회와 교단은 일꾼의 풍요시대를 가졌다. 그러나 지금은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신학교의 학생 수 는 감소하고 학교 운영의 문제는 현실이 되어버렸다. 그 이유는 출생률의 감소, 학업 인구의 저하 등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되는 책임 중에 하나는 교회의 분열과 다툼, 그리고 모범을 보이지 않는 기성세대들의 문제임을 반성해야 한다.

행복한 교회 생활과 좋은 교회의 모습을 잃어가고 있는 참담함을 우리는 슬퍼해야 한다. 그리고 교회의 평화와 사랑스러움을 아름답고 존귀하게 만들고 보여줘야 하는 시대적 책임 인식을 깊게 가져야 한다. 아들은 우리교회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가 매우 높고 장로님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크지 않다. 나 또한 자녀교육관 중 하나가 절대 가정에서 교회와 중직자들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것이다. 아들은 장신대 1년을 다니고 휴학한 후 군 생활을 하고 있다. 한국교회의 미래는 교단 신학대학교에 달려 있다. 목사가 되려는 사람이 없고 교회는 점점 일꾼의 부재를 맞이하고 있으니, 자랑할 만한 교회의 모습, 행복한 신앙생활과 직분자의 모습이 한국교회와 다음세대에 대한 희망의 길을 열어가는 길이 아닐까 생각을 해 본다.



신현주 목사 / 무극장로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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