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선교의 선구자, 노동자들의 벗 '조지송 평전' 출간

산업선교의 선구자, 노동자들의 벗 '조지송 평전' 출간

영등포산업선교회, 지난 21일 출간기념회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22년 01월 23일(일) 20:49
성경을 옆에 끼고 사장이나 중역의 안내로 단상에 올라가는 근엄한 설교자 목사가 아닌 노동자의 친구로서 다가가기로 했다. 작업복 차림을 하고 야근하는 노동자를 만나기 위해 밤 12시나 새벽에도 공장으로 찾아갔다. … 목사님은 자전거를 타고 이 공장 저 공장을 담임목사님이 교인 심방하시듯 다니며 살피셨고 … 십자가를 지신 예수 그리스도를 생각 할 때마다 그분이 혹 우리와 함께 하시던 주님의 모습이 아니었을까. … 노동자가 공순이, 공돌이로 불리며 무시당하고 천대받던 시절에 조지송 목사는 자전거를 타고 공단 지역을 순회하면서 노동자의 아픔과 애환을 함께하며 그들이야말로 성경에서 말하는 '하늘 잔치에 초대받은 사람들'(눅14:21)임을 믿으며 친구가 되어 노동자의 삶 속으로 녹아들어가려 했다.

"교회는 고통당하는 사람들의 편에 있어야 해요. 나는 고통당하는 사람들 가운데 가면 예수님이 살아움직이는 게 보여요. 그러다가 화려한 교회에 가면 정말 예수님이 있는가 하는 의심이 가요 … 민중과 함께 아픔을 나누고 노동자들의 고통을 해결하기 위해 고통을 당해본 체험을 가진 교회라야 참 그리스도의 구원을 이룰 수 있는 교회라고 생각해요." <조지송 평전 중>


한국 노동운동의 선구자 조지송 목사의 생애와 현대사의 한복판에서 가장 치열했던 산업선교의 역사가 담긴 '조지송 평전'(서덕석/서해문집)이 출간됐다.

영등포산업선교회가 기획한 이 책은 1970~80년대 한국 사회에서 가장 치열한 현장이었던 '산업선교'의 역사를 이끈 조지송 목사의 생애를 통해, 산업선교가 우리 사회의 노동인권 향상과 민주화 및 민중운동에 미친 영향들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아울러 신앙의 본질에 대한 깊은 성찰, 힘없는 노동자들을 예수처럼 여기며 존중하고 섬긴 한 사람의 고매한 인격을 마주하는 계기가 된다.

8부로 구성된 이 책은 조지송 목사의 어린시절의 가정적, 신앙적 배경으로부터 시작해 그가 산업선교에 입문하기까지의 이야기를 전기적으로 서술한 1부와 그의 삶을 회상하는 옛 동료들의 글을 담은 8부를 액자 구조로 삼아 영등포산업선교회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활동 이야기가 2부에서 7부 사이에 담겼다.

조지송 목사는 한국 노동운동의 초석을 다진 선구자로서 1960년대 초반 강원도 탄광 노동훈련을 시작으로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 국내전도부 산업전도국 직원을 역임하고 1963년 한국 교회 최초의 '산업전도 목사'로 안수 받았다. 1964년부터 영등포산업선교회 초대 총무를 맡아 20년 동안 헌신하며 노동자들과 함께했다. 영등포 공단지역의 노동자 생존권과 노동인권을 위한 싸움을 이끌고 영적, 정신적 자양분을 제공하며 일생을 노동자들의 친구로 살았다.

한편 영등포산업선교회는 1958년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 결의로 영등포 지역 노동자들을 위한 영등포산업전도회를 창립함으로써 처음 시작되었다. 초기의 산업전도는 일종의 교세확장운동으로, '공장 목회'라는 이름으로 기업인들과 함께 공장을 복음화하는 것에 집중했다. 하지만 노동자들이 처한 열악한 현실과 인권유린의 현장을 목도하고 그 활동을 '산업선교'로 전환한다. 즉 노동자를 선교한다는 것은 단순히 한 사람 한 사람을 신자로 만드는 데 머무는 것이 아니라, 노동 현장을 포함한 사회 구조와 역사를 변혁해 자유·평등·인간화·노동해방에 이르는 것이 그 본질임을 선교활동으로 드러내왔다.
최은숙 기자



영등포산업선교회와 조지송목사기념사업회는 조지송 목사 3주기를 맞아 지난 21일 영등포산업선교회관 3층 강당에서 '조지송 평전 출판기념회 및 제2회 지송강좌'를 개최했다.

이근목 목사(조지송목사기념사업회 운영위원장)의 사회로 열린 이날 출판기념회는 조지송 목사를 추모하는 영상을 시작으로 정명철 목사(영등포산업선교회위원회 위원장), 신철영 선생(1970, 80년 대 영등포산선 실무자), 김갑준 권사(1960년대 영등포산선 회원)가 축사했고 송효순 집사(1970, 80년대 영등포산선 회원) 배현주 교수(WCC 중앙위원) 장윤재 교수(이화여대 기독교학과) 김동춘 교수(성공회대 사회융합자율학부)가 추천사를 전했다.

서평을 쓴 김기석 목사(청파교회)는 "영등포산업선교회의 초석이 되었던 한 인물에 대한 평전인 동시에 삶의 현장에서 현실화되는 하나님 나라를 꿈꾸었던 이들의 사회적 전기이기도 하다"고 이 책을 소개하고, "갈수록 지리멸렬을 면치 못하는 한국교회는 조지송 목사가 남겨준 신앙적 실천적 유산을 창조적으로 계승할 수 있을까? 신자유주의 경제 질서에 포획된 우리 사회의 현실 속에 서서 교회의 증언은 그리고 실천은 어떠해야 할까"반문하며 조지송 목사의 말이 한국교회가 가야 할 방향에 대한 확고한 암시라고 강조했다.

저자인 서덕석 목사(열린교회, 한국작가회의 회원)는 "엄밀히 말하면 이 책은 '조지송 평전'이라기보다 '조지송이 함께 한 영등포산업선교회 역사'라고 표현하는 것이 적절하다"면서 "'나에 대해 쓰지 말라'고 하신 목사님의 신신당부를 들어드리지 못하게 되었지만 그리스도 예수를 따르는 삶이란 무엇이며 70년대 산업선교의 진면목에 대해 성찰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되기를 바라면서 목사님이 그토록 주저하신 당신의 행적을 산업선교 역사와 같이 버무려 넣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조지송 평전'은 조지송 목사의 육성 인터뷰와, 김용복 박사와 유승희 씨가 채록해 둔 녹음테이프 등을 토대로 출판 기획 후 10여 년 만에 출간됐다.
'조지송 평전' 영문판 출간 ... 노동자 위한 복음        |  2024.01.21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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