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해석 새길로 이끌어 준 타이센 교수

성서해석 새길로 이끌어 준 타이센 교수

[ 나를찾아가는신학여정 ] 1. 류호성 교수

김성진 기자 ksj@pckworld.com
2021년 12월 31일(금) 12:35
류호성 교수(우)가 독일 유학 시절에 게르트 타이센 교수(좌)와 함께 찍은 사진.
제자들을 위해 기타를 연주하는 타이센 교수.
1980년대 초, 민주화운동이 일어났던 시기에 한국교회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책 한 권이 번역됐다. 신학자 게르트 타이센 교수(하이델베르그대)가 사회학적 성서해석 방법으로 쓴 '예수운동의 사회학'이었다. 당시 불트만을 중심으로 한 양식비평이 주류를 이루는 신학계에 사회학적 성서해석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타이센 교수의 제자인 류호성 교수(서울장신대)는 사회학적 성서해석을 이렇게 소개했다. "타이센 교수는 성서를 사회학적으로 해석하는 장르를 새롭게 개척한 분입니다. 그의 성서해석 방법은 미국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도 굉장한 영향을 끼쳤지요. 특히 1세기 당시에 예수는 소외된 이들 속으로 들어가 그들과 함께 고통을 나누며 하나님 나라를 이뤄가기 위해 노력했던 것처럼 한국교회도 민주화를 이뤄가는 과정 속에서 타이센의 사회학적 성서해석은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할 수 있죠."

타이센 교수의 '사회학적 성서해석'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던 류호성 교수는 독일 유학을 떠나 그의 제자가 되기도 했다. 류 교수는 스승과 제자로 맺은 각별한 인연을 잊지 않았다. "박사과정에 있는 제자들을 집으로 초대한 '월요 모임'은 교수님의 사상과 삶을 배우는 기회였다"고 말한 그는 "다양한 주제로 토론하고 논문 지도와 격려 등 타이센 교수만의 특별한 교육 방법이었다"면서 "특히 제자들을 위해 직접 기타를 연주하는 모습이 무척 인상 깊었다"고 회고했다.

타이센 교수를 유명하게 만든 책 '예수운동의 사회학'의 중심엔 '종교적인 운동은 사회적인 현상'이라는 사고의 전환이 자리하고 있다. 류 교수는 "'예수운동 사회학'은 '예수는 누구인가'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에서 시작한다"고 언급한 후, "30~70년 사이에 일어난 예수 운동은 유대교 내의 개혁 운동으로 출발해 기독교로 발전했고 결국 예수는 방랑하는 카리스마적 지도자였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예수는 목적 없이 떠도는 방랑자가 아니라 '하나님 나라 운동을 위해 방랑하는 전도자'라는 점"을 그는 재차 강조했다.

타이슨 교수의 사회학적 성서해석이 전세계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그는 "타이슨 교수의 사회학적 성서 해석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혜택을 받았을 것"이라며, "당시 한국교회가 민주화 운동에 관심을 갖도록 관점을 바꿔 놓은 기폭제 역할을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예수는 이방인과 소외된 자들을 용서와 화해로 끌어 안았지만 바리새인들은 소외된 이들을 자신들의 영역 밖으로 내보냈기에 예수와 바리새인은 충돌할 수밖에 없었죠. 예수 운동은 갈릴리에서 시작됐기 때문에 예루살렘 성전 기득권과도 충돌했습니다. 결국 타이센의 사회학적 성서해석은 1세기 당시에 예수가 어떻게 활동했는지를 바라보기 때문에 생동감이 있고 개혁적이며 기득권 세력을 거부할 수밖에 없는 시각입니다."

이처럼 타이센 교수의 성서해석은 예수 운동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결국 '역사적 예수'에 대한 관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타이센 교수가 불트만 계열은 아니지만 그의 영향을 받아 '공관복음 전승사'의 후속 편이라고 할 수 있는 '역사적 예수'를 집필했다. 류 교수는 타이센 교수의 이후 저서들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타이센 교수가 쓴 '역사적 예수'는 독일의 신학교에서 교재로 사용할 정도로 권위가 있습니다. 종교적 관점에서 예수 운동이 어떤 특성을 갖고 있는지를 살펴본 책이라고 할 수 있죠."

이전의 저서들을 확장하고 발전시킨 '교회의 정치학'은 류 교수가 직접 번역하기도 했다. "복음서 기자는 개인이기도 했지만 교회의 최고 지도자였지요. 최고의 지도자로서 어떻게 하면 교회를 잘 이끌어 갈 것인지의 관점에서 복음서를 해석한 책입니다. 로마 황제의 말이 곧 복음이라고 여겼던 시기에 예수의 복음을 전하기란 쉽지 않은 상황이었지요. 유대교에서 출발한 기독교가 유대교의 유산을 거부해야 할 상황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 그리고 교회 내의 갈등 해결 등 교회 지도자의 관점에서 해석한 책입니다."

그는 "그동안 복음서를 해석하면서 저자를 교회 지도자로 생각해 보지 않았는데 타이센 교수는 복음서 저자를 교회 지도자로 생각하고 교회 지도자로써 고민했던 관점을 발견했다는 점에서 굉장히 창의적"이라며, "그런 면에서 타이센 교수의 위상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타이센 교수와의 관계에서 류 교수는 잊지 못할 사연을 소개하기도 했다. 그가 마지막 학위논문을 쓰는 중에 경제적으로 어려워 장학금을 신청했지만 나오지 않아 힘들어 할 때였다. 사정을 알고 있던 타이센 교수가 제자에게 "학위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면 반드시 네가 받은 장학금을 사회에 환원하라"는 조건으로 개인 장학금을 줬던 것이다. 이후, 류 교수는 한국으로 돌아와 인도네시아에 유치원을 건축하는데 받은 장학금을 기증하고 유치원 교실 입구에 '게르트 타이센룸'이라고 명패를 붙였다.

타이센으로부터 영향을 많이 받았던 그는 한국교회에 기여할 계획도 밝혔다. "누구나 쉽게 예수의 이야기를 접할 수 있는 성경 통독 책을 출판하려고 합니다. 또한 교수님에게 배웠던 방법론을 바탕으로 신약개론을 쓰고 싶어요. 목회자들에게 도움을 줄 주석서도 발간할 생각입니다."


김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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