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교회는 왜 떨기나무를 채택했을까

개혁교회는 왜 떨기나무를 채택했을까

[ 성지의식물 ] 이강근 목사 41. 떨기나무

이강근 목사
2021년 12월 14일(화) 08:15
시내산 캐더린수도원 안에 자라고 있는 떨기나무. 학명은 Rubus Sanctus.
캐더린수도원 안 모세의 우물에 그려진 성화. 불타는 떨기나무 앞의 모세.
개혁교회와 장로교회가 채택하고 있는 불타는 떨기나무의 다양한 이미지.
"여호와의 사자가 떨기나무 불꽃 가운데서 그에게 나타나시니라 그가 보니 떨기나무에 불이 붙었으나 사라지지 아니하는지라 이에 가로되 내가 돌이켜 가서 이 큰 광경을 보리라 떨기나무가 어찌하여 타지 아니하는고 하는 동시에 여호와께서 그가 보려고 돌이켜 오는 것을 보신지라 하나님이 떨기나무 가운데서 그를 불러 가라사대 모세야 모세야 하시매 그가 가로되 내가 여기 있나이다"(출3:2~4)

하나님께서 떨기나무 불꽃 가운데서 모세에게 나타나셨다는 그 떨기나무는 실제했던 식물이었을까? 식물학자나 성서학자에게 가장 논쟁적인 식물 중의 하나가 떨기나무다.

히브리어성경에 떨기나무는 '스네'(Burning Bush)다. 그간 유대교나 기독교의 성서학자들은 떨기나무가 기록된 호렙산을 중심으로 시내 광야에서 떨기나무를 찾아내는 노력을 지속해 왔다. 학자들은 이집트 아카시아로 불리며 개나리나무와 같은 관목을 떨기나무로 추정한다. 이스라엘 식물원 네옷케두밈에서는 떨기나무를 라즈베리(Rasberry) 또는 블렉베리(Blackberry)로 보며 거룩한 관목이라하여 '페텔 카도쉬'라 부른다.

히브리어 '스네'나 영어 'Burning Bush'로 떨기나무를 찾아보면 정말 다양한 떨기나무가 보여진다. 그러나 떨기나무로 추정되는 그 어느 식물도 불타는 떨기나무 현상을 일으키지 않는다. 심지어 그 오랜 세월 동안 광야에 살아가는 베드윈들에게서도 불타는 떨기나무 현상을 목격했다는 이야기는 없다.

시내산에 그리스정교회 소속의 1500년 된 캐더린수도원이 있다. 캐더린수도원이 유명해진 것은 수도원 안에 떨기나무가 자라고 있기 때문이다. 성지순례 시 시내산을 찾은 순례객들은 아주 신기하게 떨기나무 식물을 바라본다. 수도원은 이 관목을 모세가 보았던 바로 그 떨기나무라고 주장한다. 처음 이 수도원의 이름을 떨기나무수도원이라고도 불렀다. 떨기나무 한 그루를 중심으로 세워진 수도원이다. 수도원 안 떨기나무 맞은 편에는 모세가 마셨던 우물이 있다. 모세가 우물에서 멀찍이 떨기나무를 바라보았을 적당한 거리다.

수도원 안의 교회당 모자이크 성화들 중에는 떨기나무를 바라보는 모세의 모습이 담긴 모자이크도 있다. 이 교회당은 불은 붙었으나 소멸되지 않았던 그 떨기나무의 뿌리가 있던 곳에 세워졌다고 한다. 그 뿌리는 뻗어 나가 교회당 뒤쪽 정원에 다시 덤불로 자라고 있다는 것이다. 30여 년 전만 해도 수도원을 찾으면 가까이서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정원 출입을 막고 있다.

시내산 캐더린수도원을 소유하고 있는 그리스정교회의 입장은 떨기나무 현상은 하나님이 모세에게 임재했던 초자연적인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니 떨기나무로 주장되는 나무를 소유한 수도원도 불붙는 현상은 더 이상 없다는 이야기다. 떨기나무라는 정확한 식물은 여전히 미궁이다. 어쩌면 시내광야에서 자라는 식물은 분명해도 불타는 현상은 하나님이 임재했던 일회적인 현상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식물 자체보다 떨기나무란 이름의 책으로 시내산 위치 논쟁으로 한동안 화제가 되었던 책이 있다. 이미 미국에서 80년 대에 한번 반응을 일으켰던 내용들을 저자가 스릴 넘치는 탐사형식으로 써내려간 한 권의 책이다. 지금까지도 진짜 시내산은 어디냐는 질문을 받고 있으니 한 권의 책과 한 사람의 간증담으로 주장된 시내산 논쟁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한국교회의 부흥과 함께 이제는 보다 전문적인 성경의 현장 연구에 대한 필요성을 더욱 절감하게 한다.

떨기나무가 하나님의 초자연적인 현상이든 아니면 실제 식물이든 이 떨기나무는 개혁교회와 장로교회의 역사에 아주 중요한 상징이 되었다. 1687년 스코틀랜드교회는 교단 상징으로 '불타는 떨기나무'를 채택했다. 이후 세계 각국의 개혁교회들은 다양한 모양의 불타는 떨기나무를 교단 이미지로 삼아나갔다. 그 시작은 바로 1583년 칼빈의 설교이다. 개혁신앙을 불법으로 간주하고 가해진 핍박과 고난이 닥쳤을 때 개혁교회는 결코 소멸되지 않는다는 믿음으로 불타는 떨기나무를 바라보며 굳건히 신앙을 지켰다.

지금의 개혁교회는 어떻게 살아남았는가. 지금도 개혁교회의 문양과 조각상에서 볼 수 있듯이 광야의 모세에게 임했던 떨기나무 가운데 계시던 하나님의 은혜는 다시 한번 개혁신앙이 살아남는데 인내의 상징이 되어주었던 것이다.



이강근 목사 / 이스라엘 유대학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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