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할 수 없는 한줄기 희망을 위해

포기할 수 없는 한줄기 희망을 위해

[ 포토에세이 ] 시티솔레(City Soleil) : 어둠 속의 작은 빛

홍우림 작가
2021년 12월 01일(수) 10:00
지난 1년 동안 소개되었던 아이티의 작은 마을 시티솔레(City Soleil) 이야기는 이 곳에 잠시 머물러 갔던 한 사진작가의 눈에 들어온 프레임의 단편들이다. 이 사진들로 이 땅의 모든 것을 다 말할 순 없다. 하지만 그들의 짧은 삶의 단상들을 통해 보고 느끼는 것들, 그리고 모습을 통해서 전해지는 메시지는 여전히 나의 마음을 울린다. 그동안 다양한 사진들을 소개했지만 오늘은 특별한 사진 한 장을 소개하고자 한다.

위험한 쓰레기와 오물이 가득한 산을 넘기 위해 두 손을 꼭 잡은 두 소녀의 모습이 담긴 한 장의 사진. 가냘픈 손을 굳게 붙잡고 소녀들은 힘겹게 고개를 넘어 어디론가 가고 있다. 아이들이 걷고 있는 쓰레기 가득한 땅위의 하늘은 왜 이리도 무심하게 아름답고 맑은지. 늘 내게 여운을 주는 이 사진은 사실 내가 찍은 사진이 아니다. 내가 사진을 찍고 있던 늘 곁에서 멀찍이 바라보시던 선교사님이 찍은 사진이다. 사진에 대해 많은 관심이 있던 선교사님은 틈이 날 때마다 핸드폰 카메라로 아이들의 아름다운 모습을 담곤 했다. 하루는 선교사님께 카메라 하나를 드리며 함께 같이 촬영을 제안했다. 잠시 머물러가는 내가 보는 프레임과 10년을 이곳에 계셨던 선교사님이 바라보는 프레임은 조금은 다를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서로 이곳저곳을 촬영하던 중 나는 쓰레기 언덕에 서있고, 그곳에서 지나가는 아이들을 계속 바라보았다. 옆에 있던 선교사님은 카메라로 이들을 찍기 위해 노력했다. 한참 사진을 찍다 다시 카메라를 건내받고 숙소로 돌아와 사진을 보았을 때 카메라 속에는 이 한 장의 사진이 담겨있었다. 소녀들의 뒷모습. 참 무어라 말할 수 없는 먹먹함이 다가왔다. 날마다 어려움과 절망적이고 위험한 순간을 맞이하면서도 굳건히 이들을 포기하지 않는 선교사. 바로 그가 바라보는 시선이 담긴 한 장의 사진이었다. 사진은 말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사진이 모든 것을 말한다. 이 한 장의 사진 속에 담겨있는 선교사의 시선.



홍우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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