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양파) 그리워하듯이

파(양파) 그리워하듯이

[ 성지의식물 ] 이강근 목사 38. 양파

이강근 목사
2021년 11월 23일(화) 09:39
이집트 델타 고센 땅의 양파.


"우리가 애굽에 있을 때에는 값없이 생선과 오이와 참외와 부추와 파와 마늘들을 먹은 것이 생각나거늘"(민 11:5)

애굽을 떠나 광야로 나온 이스라엘 백성들이 애굽에서 먹었던 음식들을 생각하며 모세에게 원망한다. 그들이 그리워한 음식 중에 파가 있다. 한글성경에 언급된 파는 히브리어성경에는 바짤, 즉 양파다. 모세를 원망하며 먹고싶어 했던 애굽의 양파는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이상의 채소였다.

애굽에서 양파의 존재가 드러난 것은 고대 피라미드와 왕들의 무덤 벽화에서다. 출애굽보다 1000년이나 앞선 때이다. 단순한 채소에 불과한 양파가 어떻게 고대 이집트의 벽화에 등장하는 걸까. 고대 이집트에서는 이미 5500년 전의 축제를 기록한 식탁에 양파가 그려져 있었고, 고대의 장례식에서는 봉헌물로 양파가 드려졌다. 벽화뿐 아니라 실제 왕의 무덤 속 미이라의 눈과 골반과 가슴 귀 등에서 양파가 발견되었다. 양파의 강한 향과 살균력이 죽은 자도 다시 숨쉬게 한다는 믿음에서라고 한다.

양파는 제의적인 상징 외에 고대 이집트의 그 유명한 피라미드 건축 노동자들에게 필수적인 식품이었다고 한다. 피라미드 노동자들은 양파가 제공하지 않는 날에는 시위를 할 정도로 힘을 충당할 스태미너 식품이었던 것이다. 그러니 노예와 같은 신분이었던 히브리인들에게 양파는 힘을 내는 음식이었을 것이다.

가나안 땅에서도 양파의 역사는 오래되었다. 이미 5천년 전 마사다와 엔게디의 중간 쯤 나할 미쉬마르의 동굴에서 양파의 잔류가 발견되었다. 양파의 효능을 입증하듯 그리스나 로마 그리고 중세에 이르기까지 양파는 스태미나 식품으로 애용되었다. 그리스인들은 올림픽 게임에 출전하는 선수들에게 체력보강용으로 양파를 먹게 하였다. 경기 앞둔 선수들은 많은 양의 양파를 즙으로 먹고 몸에도 바르게 하였다.

예루살렘 성안의 유명한 후무스집에서는 후무스와 함께 반찬으로 투박하게 네 등분 한 양파가 나온다. 성지의 일용직 노동자들은 점심으로 피타 빵에 양파 몇 조각을 필수로 먹는다. 양파가 힘을 내는 메뉴로 필수 음식인 것은 고대나 지금이나 한결같다. 옛 히브리인들이 노역했던 고센 땅에는 지금도 상점마다 양파가 수북이 쌓여있다.

양파와 성경을 놓고 생각한다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 있다. 양파의 최고 성분은 혈관청소다. 피를 맑게 하고 혈액속의 나쁜 콜레스테롤을 없애준다. 양파 껍질을 벗기고 벗길수록 속살을 드러내는 신비함이 있다. 마치 성경을 읽고 읽을수록 우리의 영혼을 맑게 청소해 주고, 성경을 읽으면 읽을수록 진리의 세계로 더 깊이 찾아들어가는 것처럼 말이다.



이강근 목사 / 이스라엘 유대학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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