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일강의 갈대상자에서 성경사본까지

나일강의 갈대상자에서 성경사본까지

[ 성지의식물 ] 이강근 목사 37. 파피루스

이강근 목사
2021년 11월 16일(화) 08:24
인류문명사에 혁명을 가져온 것은 종이의 발명이다. 그 종이의 시작은 지금부터 6천 년 전 고대 이집트의 파피루스다. 오늘날 종이를 말하는 페이퍼(Paper)의 어원은 바로 이집트어 파피루스(Papyrus)에서 유래되었고, 파피루스의 헬라명은 비블로스(Byblos)다. 바로 책 중의 책으로 불리는 성경 바이블이 이 파피루스의 이름에서 유래되었다.

성경에 파피루스가 언급된다. 갈(출2:2, "아들을 낳아…갈 상자를 가져다가…"), 왕골(욥8:11, "왕골이 진펄이 아니고…"), 갈대(사18:2, "갈대 배를 물에 띄우고…"), 부들(사35:7, "승냥이의 눕던 곳에 풀과 갈대와 부들…")이다. 한글은 여러 이름이나 모두 히브리어 '고매'로 표기되었다.

모세를 담아 나일강에 띄운 갈대상자가 파피루스이고, 이사야 선지자가 말한 갈대 배가 파피루스로 만든 배였으며, 진펄에 나는 왕골이 바로 파피루스다. 나일강 수 천 킬로를 흘러 만들어낸 삼각주(고센지방)는 파피루스 최대 생산지다. 고대로부터 그랬던 것처럼 수천 년이 지난 지금도 고센 땅 곳곳에서 파피루스를 본다. 줄기가 부드럽고 질겨 뭐든 엮어 만들었고 특히 가벼운 특성으로 인해 나일강의 배와 필기할 종이를 만들었다.

무엇보다도 파피루스는 인류에게 필기의 혁명을 열었다. 가늘고 긴 파피루스 조각들을 나란히 붙여 놓아 사각형이 되게 하고, 그 위에 또 다른 줄기를 엇갈리게 늘어 놓아 두들기거나 무거운 돌 판으로 압축해 기록하는 재료로 만들었다. 이 파피루스가 인류에게 예술작품이나 종교문서 그리고 역사기록을 남기게 한 것이다. 수천 년이 지난 지금도 이집트 전국의 관광상점에서 파피루스를 판매한다.

고대로부터 파피루스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무역항은 레바논 항구도시 그발이다. 그발은 솔로몬이 성전을 건축하기 위해 레바논산 백향목을 들여왔던 고대 항구였다. "솔로몬의 건축자와 히람의 건축자와 그발(Gebal) 사람이 그 돌을 다듬고 성전을 건축하기 위하여 재목과 돌들을 갖추니라"(왕상5:18).

솔로몬이 레바논에서 백향목을 실어 왔던 이 항구는 솔로몬 훨씬 이전부터 이집트에서 파피루스를 실어와 유럽으로 수출하는 최대 무역항이었다. 주요 고객이었던 그리스는 일찍이 그발(Gebal) 항구에서 대단위 적으로 파피루스를 수입해 가면서 이 항구를 아예 파피루스항구, 즉 파피루스의 헬라어인 비블로스 항구라 불렀다. 지금까지도 비블로스라 불리고 있다. 이 비블로스가 익숙한 것은 바로 바이블이 이 비블로스에서 유래했기 때문이다.

2000여 년 전 당대 최대의 장서를 보유한 알렉산드리아도서관이 탄생한 배경에는 이 파피루스도 한몫 했다. 알렉산드리아의 삼각주(델타, 고센) 지역은 이집트 최대의 파피루스 생산지다.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이 소장한 70만 권의 절반이 파피루스로 만들어진 책이라고 한다. 당시 알렉산드리아를 들어가고 나가는 여행객 중 책을 소지한 자는 그 책을 반드시 도서관에 신고해 카피본 하나를 남기도록 맡기는 것이 입국자의 의무였다고 한다.

무엇보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구약성경인 셉투아진타(Septuaginta)로 불리는 70인역이 번역된 곳도 알렉산드리아다. 풍부한 파피루스로 인해 제한 없이 책을 만들어내는 환경이 뒷받침된 것이다. 우리가 양피지 두루마리라고 알고 있는 쿰란 사본에는 파피루스사본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집트에서 이스라엘을 이끌고 나온 지도자 모세를 나일강에 띄운 것은 갈대 상자였고, 하나님의 말씀을 기록으로 남겨 후대에 전하는 획기적으로 기여한 것도 파피루스였다. 진귀한 성경의 식물임에는 틀림없다.


이강근 목사 / 이스라엘 유대학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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