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새 한 마리도 허투루 죽지 않는다

참새 한 마리도 허투루 죽지 않는다

[ 목양칼럼 ]

백종욱 목사
2019년 11월 15일(금) 00:00
필자가 2017년 1월 첫 담임 목회지로 송추에 부임했을 때 조그마한 시골 예배당에는 열 명 남짓한 성도들이 둘러 앉아 연탄난로 하나를 의지해서 추위에 떨며 예배를 함께 드리고 있었고, 예배당 앞 넓은 교회 마당에는 강아지 한 마리가 외롭게 교회를 지키고 있었다. 그 강아지의 이름은 '태풍이'었는데 전임 목회자와 성도들이 마침 태풍이 부는 날 교회로 데리고 왔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었다. 북한산 국립공원과 인접해 있는 우리 교회 마당에는 멧돼지와 고라니, 그리고 오소리와 같은 야생동물들이 가끔 돌아다니곤 했는데 이 강아지가 동물들을 쫓아내는 역할을 했고, 그래서 성도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제 막 교회에 부임한 필자는 강아지에 관심을 기울일만한 여력이 없었기에 강아지를 돌보는 일은 교우들에게 맡기고 성도들을 돌보는 일에만 관심을 기울이는 가운데 부임한 첫 해에 교회 리모델 공사를 통해 겨울에 추워서 예배를 드리기 힘들었던 본당을 따뜻한 바닥 난방으로 바꾸었고, 몸이 불편한 성도님들이 휠체어를 타고 들어 올 수 있도록 본당 앞에 콘크리트로 경사로를 만들었다. 하나님의 은혜로 부임 후 교우들이 꾸준히 늘어 잡초가 무성했던 교회 마당 또한 성도들의 귀한 헌신으로 예쁜 화초들과 나무들로 풍성하게 채워지기 시작했고 아름다운 전원교회의 모습을 서서히 갖춰 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아주 엉뚱한 곳에서 불평과 원망의 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성도님들 중 몇몇 분들이 목사가 개를 귀하게 돌보지 않는다고 수군거리는 것이었다. 심지어 하나님이 만드신 동물을 사랑하지 않는 것을 보니 목사님이 사랑이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원망의 소리도 들려왔다. 그러던 중에 이제는 반대로 새로 오신 교우들이 나서서 왜 교회에서 개를 키우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불평하기 시작했다. 교회 헌금으로 강아지 사료를 구입하고 강아지를 위한 관리비를 지출하는 것을 용납할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서로 다른 주장들이 계속 엇갈리는 가운데 결국 올해 여름에는 교우들끼리 서로 이 강아지 문제로 두고 주일날 서로 심하게 다투고 상처를 받는 일이 발생했다.

그래서 그 날 주일 예배를 다 마친 후에 이 문제를 두고 어떻게 해야 할지를 두고 그저 하나님 앞에 간절히 기도를 드리고 집으로 돌아갔는데, 그런데 바로 그 다음날부터 멀쩡하던 강아지가 밥도 잘 먹지 않고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다. 동물병원으로 데려 가서 진단을 했는데 검사결과 몸 안에 기생충이 급속히 퍼져서 살 가망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응급조치만 하고 다시 교회로 데리고 왔는데 강아지 때문에 서로 다툼이 일어난 정확히 한 주가 지난 주일 새벽에 태풍이가 죽은 채로 발견이 되었다. 부패가 염려가 되어서 오전 예배 전에 죽은 강아지의 사체를 급히 처리하고 설교를 하기 위해 강대상으로 올라가는데 하나님께서 마음 속에 반복해서 주시는 말씀이 있었다. '하늘 아버지께서 허락하지 않으시면, 참새 한 마리도 땅에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아버지께서는 너희의 머리카락까지도 다 세어 놓고 계신다. 그러니 두려워하지 말아라. 너희는 많은 참새보다 더 귀하다.'(마 10:29~31) 참새 한 마리도 땅에 그냥 떨어지지 않도록 인도하시는 하나님께서 이 일을 통해서 강아지를 두고 서로 미워하고 다투는 교회 공동체에 무엇이 우선되는 일인지를 분명히 가르쳐 주신 것이다. 이 사건을 통해 우리 성도들이 하나님의 뜻이 어디에 있는지 다시 한 번 분명히 깨닫는 가운데 다른 무엇보다 한 사람의 영혼을 더 귀히 여기고 사랑하는 믿음의 공동체로 변화되어서 영혼구원에 앞장서는 공동체로 성장해 나가기를 소망한다.

백종욱 목사/송추중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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