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에서 좋게 말하기 연습-등짝 축복

뒤에서 좋게 말하기 연습-등짝 축복

[ 잘가르치는교회 ] 29

이의용 교수
2019년 10월 30일(수) 00:00
일제 강점기에 국산품 애용운동을 벌였던 고당 조만식 장로는 민족의 사표(師表)였다. 그가 벌인 또 하나의 캠페인은 '뒤에서 좋게 말하기'였다. 소위 '뒷담화'는 그때도 고질적인 악습이었던 것 같다.

직장에서 상사에 대해, 학교에서 선생에 대해, 학부모들이 교사에 대해 흉을 보는 '뒷담화'는 요즘도 여전하다. 교회도 예외가 아니다. '뒷담화'는 언로가 막혔을 때 창궐한다. 당사자 앞에서 할 말을 못하니 뒤에서 수근거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뒷담화는 스트레스를 해소시켜 주기도 하지만, 일방적이고 근거가 약해 여러 입을 거치며 확대, 축소, 왜곡되어 당사자에게 아픔을 줄 수 있다. 그게 얼마나 억울하고 아픈 건지는 당해본 사람만이 안다. 인터넷 시대가 열리면서 뒷담화는 '악플', '가짜 뉴스'로 변신해 누군가를 험담하고 비난하는 날카로운 칼이 돼가고 있다.

교회교육은 삶의 변화를 추구한다. 자신에게 익숙한 삶의 습관을 바꾸는 연습이 필요하다. 필자가 자주 사용하는 '등짝 축복'(Hidden blessing)이라는 놀이가 있다. 각자 등에 A4용지를 붙인 다음, 돌아다니면서 다른 사람의 등에 칭찬, 격려, 축복의 말을 적어주는 것이다. 이 놀이를 통해 등 뒤에서 서로 좋게 말하는 게 얼마나 유익한지 실감해 볼 수 있다. "내가 어떤 말을 써줘야 상대방이 기뻐할까?", "다른 사람은 내 등에 어떤 말을 써주었을까?" 이런 긍금증과 기대를 하면서 놀이를 하게 된다. 익명으로 하니 더 재미가 있다. 놀이가 깊어지면 기차놀이처럼 줄을 서서 등에 축복의 말을 써주는 모습을 연출하게 된다. 종이에 여백이 넓은 사람을 찾아 글을 써주기도 한다.

놀이 후 다른 사람이 써준 축복의 글을 읽는 이들의 표정은 한결같이 '싱글벙글 쇼'다! 누가 이 글을 써주었는지 필적 감정을 해보기도 한다. 그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것 하나씩 소개를 하다 보면 분위기는 절정에 이른다. 평소 칭찬을 받아보지 못한 이들은 감동의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이어 서로 손을 잡고 '누군가 나를 위해 기도하네'라는 노래를 부르면서 놀이를 마무리한다.

대형 마트에서 왜 고객에게 시식 기회를 제공할까? 맛을 봐야 물건을 사기 때문이다. 뒤에서 좋게 말해주는 재미를 스스로 느껴봐야 그렇게 살게 된다. 삶을 바꿔주는 게 교육이다. 강의를 줄이자.

이의용 교수/국민대·생활커뮤니케이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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