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과 함께하는 교회

탈북민과 함께하는 교회

[ 목양칼럼 ]

서대일 목사
2019년 10월 25일(금) 00:00
"반석위에세우신교회는 통일을 준비하며 기도하고 행동하는 교회입니다." 우리 교회 비전선언문 중 하나다. 이 땅에 통일이 오기를 소망하며 이런 비전을 정했다. 선언한 대로 통일을 위해 기도하고 있고, 실천 방안의 하나로 북한이탈주민을 섬기는 일을 몇 년째 해오고 있다. 통일을 위해 할 수 있는 작은 일을 찾다가 탈북민을 돕는 사역을 시작하게 되었다.

사역 초기엔 탈북대학생의 생활비를 매월 지원했다. 그러다 요즘은 4주마다 김포, 고양, 파주로 전입하는 탈북민들에게 물품을 지원하고 있다. 적을 때는 서너 분, 많을 때는 열 분이 넘는데, 교육을 수료하는 날 하나센터로 찾아가 교제를 하고 교회에서 준비한 선물을 드린다. 예전엔 텔레비전이나 전기장판을 드렸고, 요즘엔 선풍기나 이불을 드리고 있다.

탈북민 사역을 시작하면서 하나님께 이렇게 기도했다. "하나님 우리가 섬길 수 있는 한두 가정을 보내 주세요." 한국교회가 한 가정만 섬기면 이 땅에 와 있는 3만이 넘는 탈북민들을 충분히 돌볼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 이런 기도를 드렸다. 그랬을 때 감사하게도 하나님께서 두 가정을 보내 주셨다. 우리의 섬김을 고맙게 여긴 가정이 교회로 찾아온 것이다.

한 가정은 80이 되신 할머니와 따님이 나오고 있고, 또 다른 가정은 엄마와 세 아이가 나오고 있다. 두 가정이 나오면서 또 다른 사역이 시작되었다. 아이가 셋인 가정의 4학년과 1학년 두 아이에게 토요일마다 공부와 신앙 교육을 하고 있다. 몇 달 전에는 두 아이가 여섯 살 된 또 다른 탈북민 아이를 데리고 와서 두 명의 선생님이 세 명을 가르치고 있다.

열심히 가르쳐도 실력이 늘지 않고 말썽만 피우는 아이들을 보면 한숨이 나오고, 1시간 남짓 아이들과 함께 하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런 생각은 지금 하고 있는 탈북민 사역에 대한 회의로 이어지곤 한다. 그런데 아이들 안에 신앙이 조금씩 자라는 것을 보면서 우리의 수고를 헛되지 않게 하시는 하나님의 일하심을 경험하게 된다.

처음 교회에 온 날 1학년인 남자 아이는 교회보다는 절이 좋다며 오기 싫어했다. 하나원에서도 목탁 소리가 좋아서 가족들은 교회로 갈 때 혼자 절로 갔다고 했다. 그러다 교인 몇 분이 집에 찾아가 아이스크림을 사준 뒤 나오게 되었다. 교회를 나온 지 2년이 지났지만 요즘도 텔레비전 보는 것이 더 좋다며 예배를 빠지곤 한다.

그런데 집으로 심방을 간 어느 날 아이의 엄마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하루는 아이가 이렇게 질문을 하더란다. "엄마 내 마음에 하나님 계시는 거 맞죠?" 예배 때 마다 배고프다고 드러눕고, 말씀에도 잘 집중하지 못하는 것 같았는데 아이의 마음에 하나님의 말씀이 심겨진 것이다.

아이에게 일어난 작은 변화지만 우리가 하고 있는 탈북민 사역에 대해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열매라 생각한다. 또 다른 열매를 맺게 하실 것을 기대하면서 통일의 날이 올 때까지 계속해서 씨를 뿌리고자 한다. 우리의 그릇을 잘 준비해 하나님께서 맡기실 통일을 준비하는 또 다른 사역을 감당할 수 있기를 원한다.

서대일 목사/반석위에세우신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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