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하지 않지만 꼭 필요한 일

화려하지 않지만 꼭 필요한 일

[ 목양칼럼 ]

강동원 목사
2019년 07월 12일(금) 00:00
2014년 직장인들에게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미생이라는 드라마가 있다. 직장에서 이루어지는 애환을 다룬 드라마로써 많은 명언을 남긴 드라마이기도 하다. 미생에 나온 명언 중 지금도 기억하고 있는 말이 있다. "화려하지 않지만 필요한 일을 하고 있습니다." "드러나지 않지만 존재하지 않다고 생각해서는 안됩니다."

2014년 34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담임목사가 되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부임하였던 날, '쓰리 봉'이라고 불리는 세 분이 목양실을 찾아오셨다. 세 분 모두 이름 안에 '봉'자가 들어가기에 '쓰리 봉'이라고 불리는 이 분들은 교회에서 가장 나이가 많으신 80대 중반의 어른들이었다. 먼저 찾아가 축복하고 인사해야 하는 분들이 오히려 먼저 찾아오셔서 앞으로 잘 부탁한다는 인사를 해주셨다. 신학교에서 목회실습을 할 때 한 목사님께서 "부임할 때 가장 먼저 인사하는 분을 조심하라"는 말씀이 떠올랐다. 그러나 그런 생각 자체가 부끄럽게 '이 분들이 어른이다'하는 것을 알게 되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가장 연장자이시고 또한 교회의 역사와 함께하는 분들임에도 불구하고 교회 내에서 목소리를 내지 않는 분들이었다. 그러나 교회와 공동체의 목소리에 누구보다 귀를 기울여 주시고 있어야 할 자리를 비우지 않으셨다.

교회에서 행사라도 하면 다른 누구보다 기대하는 마음을 보이시며 자리를 채우시는 분들이다. 화려하지 않지만 꼭 필요한 일을 하시는 분들. 드러나지 않지만 항상 그 존재감을 나타내는 분들. 이 분들을 바라보며 목회를 대하는 나의 모습을 바라보게 된다.

청빙을 받은 후 마음 한 켠에 무엇인가를 하고자 하는 마음이 가득했다. 그러나 정작 부임 후 3년 동안은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 오히려 마음 먹었던 것들을 모두 내려놓는 기간이었다. 무기력한 현실을 원망하며 "왜 저를 이곳에 보내셨습니까, 제가 여기서 할 수 있는 게 있습니까"라며 강단에서 울었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며 여전히 진행중이다. 주신 응답은 '쓰리 봉' 어르신들의 모습이었다. 화려하지 않지만 꼭 필요한 일을 감당하는 모습, 목소리를 내지 않지만 어른이라고 불려지는 모습이 응답이었다. 그 분들을 보며 화려한 사역을 향한 마음을 내려놓게 되었고 꼭 필요한 것을 준비하는 일에 집중하게 됐다. 말씀을 연구하는 것과 성실히 설교를 준비하는 것을 붙들게 되었고, 내가 원하는 것을 좇는 것이 아니라 내게 필요한 것들을 준비하는 것에 마음을 쏟을 수 있었다.

갈라디아서에 기록된 바울의 고백을 떠올려 본다. "사람들에게 기쁨을 구하랴 내가 지금까지 사람들의 기쁨을 구하였다면 그리스도의 종이 아니니라." 사람을 기쁘게 하려는 자는 필요한 것이 아닌 원하는 것을 찾게 된다. 기초공사도 되지 않은 채 빌딩을 짓는 것과 같다. 건물의 기초는 보이지 않지만 존재한다. 화려하지 않지만 꼭 필요한 것이다. 꼭 필요한 기초공사가 제대로 되지 않은 체 보이는 건물을 세워가려 한다면 풍파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지게 될 것이다. 화려하지 않지만 필요한 일을 담당해 가는 자가 되는 것이 믿는 자의 기본자세가 아닐까? 드러나지 않음이 존재하지 않음은 아니다.

강동원 목사/회복의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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