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적공통분모

영적공통분모

강동원 목사
2019년 07월 05일(금) 00:00
"목사님 내가 오늘 죽을 것 같어라... 빨리 집으로 와주쇼."

밤 11시 교회에 등록한지 2년 정도 되신 성도님께 전화가 왔다. 80 평생 절을 다니시다가 2년 전부터 교회를 나오신 83세 되신 성도님. 매일 사도신경과 주기도문으로 기도하고, 교회와 목사님을 위해서 기도한다던 성도님이셨기에 다급한 마음에 성도님 집을 찾았다. 다행히 신변에는 이상이 없었다. 하지만 두려운 마음이 가득 한 모습에 자초지종을 물었다.

"오늘 오전에 집 앞을 걷다가 500원짜리가 보이길래 주웠어라. 그런데 줍다보니 다섯 개나 있어서 기분 좋은 마음에 주웠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저승사자가 깔아놓은 돈 같어라." 오늘 저승사자가 부를 것 같아 두렵다는 것이었다. 그동안 전했던 복음이 무용지물이 된 것 같은 허탈함이 밀려왔다. 평생 샤머니즘적인 믿음으로 살아오셨지만 교회에 나오신 이후 바로 제사 드리는 것을 정리하셨고, 누구보다 말씀에 귀를 기울였던 분이셨기 때문이다. 다시금 죽음과 부활에 대한 복음을 전했지만 두려움으로 가득 차 버린 마음은 쉽사리 해결되지 않았다. "그 돈은 저승사자가 어르신 데려갈려고 뿌려놓은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뿌려놓은 것이에요. 하나님께서 우리 어르신 어려운 상황에서도 헌금하신 모습이 이뻐 보이셔서 주신거구만!"라고 말했다. 이 말은 놀랍게도 즉시 효과가 나타났다. "하나님께서 주신 것이어요?" 하시며 평안해 하신다.

영국의 철학자인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은 그의 책 '철학적 탐구'에서 "사자가 말을 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그 말을 이해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동물의 세계를 살아왔던 사자가 아무리 한국말로 제게 말을 한다 하더라도 공용되지 않는 세계관에서 나온 그 말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500원을 주우실 때 저승사자를 떠올리시는 세계관을 가지신 성도에게 '저승사자란 없다'며 '예수님으로 인한 죽음과 부활'을 설명하는 말은 이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소통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세계관의 공통분모화를 이루어가야 한다. 특별히 교회공동체는 일관적이지 않은 다른 세계관으로 살아온 이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그렇기에 소통되지 않을 때가 허다하다. 그때마다 이해하지 못하고 고집을 부리며 제 언어로 상대를 설득하려 했던 모습을 돌아보게 되었다. 세계관의 공통분모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인데 소통되지 않는 것에 불평만을 토로했던 것에 대해 회개하게 되었다. 더불어 교회공동체가 영적 공통분모를 이루어가게 하는 것이 성령님께서 목회자에게 주신 중요한 사명인 것을 보게 된다. 내 틀에 맞도록 끼워 넣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시선에까지 내려가 눈을 맞추며 영적 공통분모를 이루어가는 것. 그것이 성육신하신 예수님을 닮아가는 모습일 것이다.

"그 500원 저승사자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주신 것입니다."

그동안 고집스럽게 설득하려고만 했던 내 모습이 다른 이에게는 얼마나 불통으로 여겨졌을지 생각하게 되는 말이다. 같은 언어를 쓴다고 소통하는 게 아니다. 세계관의 공통분모가 이루어져야 소통이 된다.

강동원 목사/회복의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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