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을 막는 장의자를 치우자

소통을 막는 장의자를 치우자

[ 잘가르치는교회 ]

이의용 교수
2019년 04월 29일(월) 14:27
배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선장일까? 아니다. 그 배를 만든 설계자다. 선장이 아무리 유능해도 설계자가 만든 구조물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어느 초등학교 교감이 신설 학교 교장으로 발령을 받았다. 부푼 꿈을 안고 새로 지은 학교엘 가본 그는 절망했다. 관공서 건물을 칸막이 해 놓은 것 같은 교실. 유치원에서 곡선 모양과 다양한 색깔 등에 익숙해진 아이들을, 직선 모양과 단조로운 구조물 안에 가두고 어떻게 가르친단 말인가.

필자는 학기 초, 좋은 교실을 배정받기 위해 신경을 많이 쓴다. 교실의 규격과 넓이, 영상설비, 음향설비, 전등 배열 등이 수업에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책상과 의자가 중요하다. 책상과 의자를 바닥에 고정시켜 놓았거나, 아예 극장처럼 계단식으로 좌석을 고정한 교실은 최악이다. 아무리 열정이 있고, 내용이 좋고, 교수방법이 뛰어나도 이런 구조에서는 수업의 효과를 기대하기가 어렵다.

대부분의 교회는 예배실을 교육 공간으로 겸해 쓴다. 그런데 예배실은 장의자들로 가득하다. 좁은 공간에 많은 회중을 앉히기 위해서다. 그러나 장의자는 사람과 사람 사이를 단절시킨다. 앞뒤좌우 사람과 얼굴을 마주할 수가 없다. 그렇다고 해서 의자를 치우기도 어렵다. 무겁기도 하고 옮겨놓을 공간도 없다. 이렇게 쌍방 소통이 불가능한 19세기 교육환경에서 20세기 교사들이 21세기 아이들을 가르치는 게 우리 교회 교육의 현실이다.

교육 공간은 반드시 이동식 책상과 의자로 구성되어야 한다. 예배와 교육을 겸하는 공간도 마찬가지다. 그래야 4-5명이 벌집처럼 마주 보고 앉아 소통하며 필요한 활동을 할 수 있다. 온누리교회 같은 곳은 본당 의자를 1인용으로 해서 필요에 따라 배열을 바꿔 사용한다. 양평의 국수교회는 예배당 좌석을 원형으로 하고, 가운데에 넓은 마루를 두어 다양한 활동을 할 수가 있다.

형식이 내용을 제한하듯, 교실 구조가 교육을 제한한다. 소통을 제한하는 장의자는 교회 교육에 큰 방해물이다. 장의자를 추방해야 교육이 산다. 차라리 의자 없는 넓은 마루가 교육에는 낫다.

이의용 장로/국민대학교 교수 · 생활커뮤니케이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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