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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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땅끝편지 ] 베트남 강영미선교사(7)

강영미 선교사
2018년 07월 31일(화) 10:00
두번째 선교사 교육을 받는 강영미 선교사와 남편.
둘째를 낳을 때는 해산의 아픔이 더 강한 통증으로 다가오는 것처럼, 5년 안식년을 마치고 다시 베트남으로 가야하는 상황에선 큰 두려움이 다가왔다. 솔직히 '돌아가지 말고 한국에서 사역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없지 않았다. 당시 교회 전도사 사역도 너무 즐거웠다. 그런데 그 주저함의 가장 큰 이유는 아이들과의 이별이었다. 아들은 대학교 4학년이었고, 딸은 신입생이었다. 나는 아이들을 더 돌봐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흔들렸다. 남편을 먼저 베트남에 보내고 나는 한국에서 학위를 마치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을 내리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나만의 생각이었다.

다시 선교지를 향할 때 마음이 왜 이리 더 무겁던지 매일 가야하는 당위성을 찾고 스스로에게 선교사의 정체성을 선포해야 했다. 우리 부부는 사명이 끝나지 않았음을 서로 잘 알고 있었기에 몇 마디 대화를 나누고 베트남행을 선포했다. 그런데 우리 결심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은 다른 계획을 제시하셨다. 다시 베트남에 들어간다고 세계선교부에 신고했더니 안식년 3년이 지난 선교사는 재파송을 받아야 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베트남 재입성을 성실히 준비해 온 우리에겐 전혀 생각지 못한 장애물이었다. 나는 솔직히 기분이 상했고, 남편에게 투덜거리기도 했다. 그러나 남편은 "총회를 이해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재훈련이 우리를 선교사로 다시 인정하고 보내시려는 하나님 뜻 같으니 순종하자"고도 했다. 나는 마음이 내키지 않았지만 결국 총회 파송선교사 95-2기 훈련을 다시 받았다.

예전만큼의 설레임은 없었지만, 몇 가지는 분명히 알 수 있었다.이미 우리 교단의 선교 패러다임은 에큐메니칼 선교로 분명한 색을 띠고 있었다. 그것은 단순히 회심이나 교회 개척이라는 패러다임에서 사회봉사로의 패러다임 전환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었다. 우리 교단 선교는 '선교의 주체가 하나님'이라는 사실과 , '선교는 사람이 사는 모든 곳에서 다양하게 일하시는 하나님을 발견하는 것, 결국 선교는 피조물의 구원을 위한 하나님의 궁극적인 행위'라고 규정하고 있었다. 이전에는 그저 지리적으로 그 땅으로 가는 것만이 선교였던 내게 하나님의 시각으로 이방 땅을 바라보고 준비하게 하심을 감사했다. 두 번째 훈련을 통해 적당한 긴장감과 적당한 기대감을 회복할 수 있었다.

그래도 여전히 자녀 문제가 남아 있었다. 두 번째 파송은 자녀들과의 헤어짐이었기에 서글펐다. 아이들도 자신보다 베트남을 더 사랑하냐고 당위성을 따지기 시작했다. 끝없는 질문과 응답을 통해 우리 가족은 하나님이 주시는 공통적인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다. '이제 우리는 모두 선교사의 길을 가는 4명의 선교사다.' 지금의 선택이 하나님 나라를 위해 최선이라면 이 땅에서 잠시 헤어져 살아가는 것도 감당해 내자고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선교사들은 안다. 우리의 가슴 한 켠이 시린 이유가 무엇인지, 무엇을 놓치고 살고 있는지. 우리는 부모와 함께 기뻐하고 슬퍼하는 그 소소한 삶의 이야기들을 놓치고 사는 것이다.

강영미 목사 / 총회 파송 베트남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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