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마음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 말씀&MOVIE ] '르 아브르'(아키 카우리스마키,2011,드라마,전체)

최성수박사 webmaster@pckworld.com
2011년 12월 27일(화) 14:55
   
로마 식민 통치기에 가난은 현실과 타협하지 않고 사는 삶이며,그래서 물질적으로 가난은 정의로운 삶의 한 방식이었다. 산상수훈의 첫 번째는 이런 삶에 긍지를 갖고 가난을 자랑했던 유대인들을 염두에 둔 예수님의 꼼수다. 하나님의 능력이 나타나는 삶은 물질의 가난이 아니라 마음의 가난에 있다는 가르침은 당시의 유대인에게는 적지 않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영화 '르 아브르'는 성서의 이런 가르침을 구체화하고 있다고 여겨지는 작품이다. 영화의 느낌은 마치 전쟁으로 황폐해진 도시 이탈리아 로마를 배경으로 당시 '가난한 사람'의 현실을 보여주는 비토리오 데 시카의 '자전거 도둑'(1948)을 연상케 하는데, 관객과 평론가들로부터 높은 평점을 받으며 2011년 칸 영화제 국제비평가협회상을 수상했다.
 
영화는 프랑스 서북부 지역,대서양을 접하고 있는 작은 항구도시를 배경으로 한다. 프랑스의 여느 도시들에 비해 별로 주목할 것이 없는 곳이다. 영화는 이곳의 한 가난한 마을과 이곳에 사는 사람들,그리고 이곳에서 일어난 한 난민 소년의 탈출 사건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구두닦이 마르셀에게는 사랑하는 아내가 있다. 자신에게 과분하다고 생각하는 아내를 위해 성실하게 일하며 살아간다. 가끔은 사람들에게 천히 여겨지기도 하지만,귀가 후 동네 선술집에서 마시는 한 잔의 포도주와 함께 인생의 재미를 만끽할 줄 아는 사람이다.
 
그에게 두 개의 사건이 동시적으로 일어난다. 하나는 아프리카에서 엄마를 찾아 밀입국한 흑인 소년 이드리사를 우연한 기회에 만나게 된 것이고,다른 하나는 아내가 치료가 가능하지 않은 병에 걸린 일이다. 물론 그는 이 사실을 알지 못하고 있다. 아내가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마르셀은 여론의 주목 속에 경찰에 쫓기고 있는 이드리사가 영국에 있는 엄마를 찾아 안전하게 떠날 수 있는 방법을 마을 사람들과 협력하여 모색하는데,마르셀은 자신의 전 재산을 털어 부족한 돈을 채워 넣는 용기를 발휘한다.
 
요즘같이 화려한 비쥬얼을 추구하는 시대에 소박한 화면구성과 자연스런 촬영,그리고 배우들의 전혀 과장되지 않은 연기를 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색다른 경험이지만,무엇보다 영화 안의 세계가 오늘 우리의 관점에서 볼 때 지극히 공감적이다. 대수롭지 않게 여겨 병원에 가지 않고 있다가 결국 불치의 질병으로 판정받는 일이나,평생 남의 이름을 갖고 살아야 하는 외국인 이주자,그리고 부자 나라로부터 결코 환영받지 못하는 아프리카 출신의 밀입국자들의 삶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가난한 자들의 삶과 환경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들이다.
 
관객은 스크린에서 전해지는 따뜻한 온기를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이웃의 아픔과 고통을 그다지 내색하지 않고 돌보는 마을 사람들,직업적인 소명보다 긍휼에 더 큰 비중과 가치를 둔 경찰,그리고 합리적으로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기적 같은 일들,곧 힘 없고 가난한 사람들이라도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돕는 일에 주저하지 않는 마을 사람들에게서 나타나는 기적 같은 일들을 보면서,마태복음 25장의 양과 염소의 비유를 떠올리는 것은 전혀 무리가 아닐 것이다. 예수님은 세상에서 지극히 작은 자,곧 도움을 필요로 하는 자와 스스로를 동일시하시며 말씀하셨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가 여기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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