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는 맛의 허구

보는 맛의 허구

[ 말씀&MOVIE ] '트루맛 쇼'(김재환,2011,다큐멘터리,12세)

최성수박사 webmaster@pckworld.com
2011년 11월 24일(목) 16:27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보여주는 매체다. 음악영화가 아니라면 음악과 각종 음향도 영화를 더욱 실감나게 볼 수 있게 만드는 장치일 뿐이다. 2011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어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킨 '트루맛 쇼'는 영상(텔레비젼)의 이런 속성이 어떻게 허구를 만들어내는지 그리고 사람들의 경험은 어떻게 조작되는지를 드러낸다. 피터 위어가 만든 '트루먼 쇼'를 패러디 한 것으로,취지는 한국의 지상파 방송에서 방영되고 있는 맛집 소개 프로그램의 '사기와 조작'의 과정을 취재하는 데 있다.
 
간단하게 말해서 영화는 맛집 소개 프로그램이 상업자본주의의 논리에 충실한 것이며 실제 맛과는 전혀 무관함을 말한다. 감독은 그것을 사기와 조작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다큐영화를 통해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비판한 것이지만, 반대의 경우도 얼마든지 생길 수 있다. 사실 영화의 허구적 경험을 관객은 실제 경험으로 착각하며 본다. 폭력이나 베드신이나 위험한 장면 모두 실제는 아니다. 수많은 단편들의 조합이고, 대체인물이 등장하기도 하며, 연출되고 조작된 경험일 뿐이다. 그것은 영상을 접하는 사람의 경험을 위한 것일 뿐이고 또 그것이 영상 미디어의 속성이다. 이런 점에서 영상의 속성을 잘 아는 감독이 굳이 영상의 허구적인 경험을 들먹거릴 이유는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사실 '트루맛 쇼' 역시 다큐를 빌미로 한 허구의 일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속이 시원한 느낌을 떨쳐버릴 수는 없다. 왜 그랬을까? 맛집 소개가 실제인 줄 알았기 때문이다. 미디어의 속성을 알면서도 맛까지도 속일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무엇일까? 맛집 소개를 본 시청자들의 실제적인 반응인가,아니면 마치 실제인 양 조작해서 맛과 맛에 대한 경험들을 소개한 프로그램에 있는가? 중요한 것은 영상을 어떻게 보느냐 하는 것이 아닐까? 맛집 소개 프로그램의 경우,미디어 업체들이 영상매체를 통해 허구적인 맛의 경험을 연출하면,시청자들은 그것을 보고 맛에 대한 실제적인 경험을 하는 것이다. 미디어 업체로서는 실제로 맛이 있든 없든,그런 음식이 존재하든 하지 않든 하나의 프로그램으로서 실제감을 전해주면 되고 그냥 재미있으면 된다. 게다가 시청율이 높으면 더욱 좋다. 그것이 텔레비전 미디어의 속성이고 시청자들은 그것을 즐긴다. 그야말로 믿거나 말거나 식이다.
 
문제의 심각성은 프로그램 속성상 허구적인 맛과 맛의 경험담이 하나의 이미지로 그치지 않고 실제적인 반응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예컨대 소개된 맛집에 찾아가서 창업 상담을 받고 창업을 하다 가진 돈을 다 날리는 사례하며,소개된 맛집을 찾아갔다가 크게 실망하는 일,그리고 맛집 소개를 명목으로 돈을 요구하는 일 등이다. 영상 미디어의 속성을 알면 결코 일어나지 않을 일이지만 모르기 때문에 발생한다. 미디어의 속성상 그럴 수밖에 없다면 결국 최종 문제는 미디어를 읽는 시청자의 의식 수준에 있는 것이다. 건전한 소비를 통해 생산을 통제하지 못하는 사례이다.
 
현대는 미디어 환경의 시대이다. 소수를 제외하면 결코 피할 수 없는 환경이다. 12월이면 기존의 공중파 방송국과 동일한 종합편성 기능을 가진 4개의 방송국이 개국된다. 미디어를 바로 보는 교육과 훈련이 없다면 '트루맛 쇼',아니 '트루먼 쇼'는 영원히 지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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