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씀&MOVIE ] '트리 오브 라이프'(테렌스 멜릭,2011,드라마,15세)
감독은 철학적이면서도 종교적인 질문들을 포함하는 영화를 통해서 도대체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겉보기에는 모든 가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상의 단면들에 불과하지만,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음을 알게 된다. 영화를 이해하는 단서는 제목에서 찾아볼 수 있다. 다시 말해서 '트리 오브 라이프'를 번역하면 '생명나무'다. 이것은 성경 창세기에 나오는 '생명나무'와 동일하다. 감독은 창세기의 '생명나무'가 어떤 것이며,또 그것은 우리의 삶 속에서 어떤 모습을 갖는 것인지를 내러티브로 해석하고 또 이미지로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하나님은 세상을 창조하시고 에덴동산을 지으셨다. 당신의 형상에 따라 지어진 아담과 하와가 살도록 특별히 조성하신 공간이다. 하나님은 이 동산 중앙에 두 그루의 나무를 심어 놓으셨는데,생명나무와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다. 창조된 세계와 에덴동산,그리고 동산 중앙의 두 나무는 매우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 먼저 창조된 세상과 에덴은 하나님을 모르는 사람들과 하나님의 백성,세상과 교회를 지시하며 또한 각각 은혜의 삶과 자신의 뜻대로 사는 삶을 함의하기도 한다. 다시 말해서 창세기의 생명나무는 하나님의 은혜 아래 사는 삶을 의미하고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는 사람이 자기 멋대로 사는 삶을 지시한다.
관건은 두 나무가 지시하는 삶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생명나무로 말하려는 은혜의 삶은 무엇을 말할까? 대개의 경우 은혜의 삶은 염려와 근심이 없고,만사형통한 삶으로 이해한다. 그래서 갑자기 사고와 불행한 일을 겪거나 원치 않는 질병을 얻거나 혹은 간절히 바라는 일들이 이뤄지지 않으면 은혜와 거리가 멀다고 생각한다. 만일 그렇다면 우리는 은혜 아래 사는 삶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영화는 바로 이런 질문을 성찰한 것이다.
다시 말해서 영화는 한편으로는 행복하게 보이는 한 가족의 갑작스런 불행을 보여주고,또 그 일 때문에 겪을 수밖에 없는 극도의 상실의 슬픔 속에서 하나님에게 그 이유를 따져 묻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가족 모두가 뜻밖의 사건 때문에 상처에서 치유되고,또 관계가 회복되는 모습으로 끝낸다. 결국 이 영화를 통해 감독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하나님의 은혜 아래 사는 삶은 오해일 뿐임을 환기시킨다. 이에 비해 은혜의 삶은 우리와 결코 멀리 떨어져 있지 않고,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이곳에서의 삶임을 말한다.